2014년 4월 4일 ~ 4월 10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도쿄 산책자
강상중의 도시 인문 에세이

사계절
강상중 지음 / 송태욱 옮김

개인적으로 도쿄를 좋아한다. 깨끗한 환경, 친절한 분위기, 다양한 문화까지 부럽지 않은 것이 없었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본 도쿄는 서울의 미래였고 우리도 빨리 도쿄처럼 풍요로운 환경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부러워했던 긴자의 세련됨도, 아오야마의 우아함도, 록뽄기의 풍요로움도 도쿄의 한 단면일 뿐이다. 강상중 교수는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사람 냄새가 지워진 ‘평평하며 청결한 메트로폴리탄 도쿄’는 사람을 자유롭게 하기보다 욕망의 노예로 만든다고 생각해왔다. 점점 더 세련되어지는 서울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 좋으면서도 아쉬운 그 무엇에 대한 실체를 이 책을 통해 생각해본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쿄 산책자』를 읽는 키워드 여섯가지를 소개한다.

1. 아이덴티티: 도쿄에 대한 책이지만 이 책은 서울 방문으로 서두를 열고 있다. 그것은 도쿄를 이방인, 스트레인저의 입장에서 살펴보기 위해서는 도쿄에 관한 한 이방인이라는, 저자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짚고 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서장에서 가장 공감 가는 대목은, 한국인 아니면 일본인이라는 이분법이 결코 자신에게 제대로 된 아이덴티티를 주지 못했고 자신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자아를 받아들였을 때에야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비일상성: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일상으로부터의 탈피와 해방감, 그리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일상적인 공간이다. 도쿄 도심 한가운데 위치하고 천황이 살고 있는 황거보다 넓은 메이지신궁은 도쿄인들에게 마음의 성역으로 자리잡고 있고, 산자마쓰리는 도쿄인들의 일상의 근심을 한꺼번에 해방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저자는 “글로벌화하는 사회에서 주변으로 쫓겨나거나 불안을 느끼면서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을 이 도시가 안고 있는 한, 마쓰리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축제나 마쓰리에서 한꺼번에 자신의 에너지를 불살라 태워버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살아가는 것, 이 순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메이지신궁과 산자마쓰리 외에도 호텔 포시즌 마루노우치 도쿄와 기노쿠니야 홀을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거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비일상적인 공간으로 소개하고 있다.

3. 근대화의 환영: 나쓰메 소세키의 자취가 남아 있는 장소들을 찾아다니면서 근대화하던 시기의 도쿄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또 그 시기를 거치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돌이켜본다. 소세키가 살았던 시대는 서양의 합리주의가 들어오고 기존의 가치관이 해체되던 ‘근대’의 막이 열리던 때로, 국가는 커지고 개인은 잘게 잘려나가 인간은 고립되고 횡적인 연대가 사라지면서 불안도 커졌다. 소세키가 신경쇠약을 20세기가 공유하는 병이라고 했다면, 저자는 21세기를 ‘우울증의 시대’라고 지칭한다. 결국 타자와의 깊은 유대 없이 개개인이 고민의 바다를 건너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진지하게 타자와 대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4. 경제와 문화의 변화: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즐비한 긴자 거리를 통해 사회와 가치관의 변화를 짚어본다. 저자는 사람들이 명품에 목을 매는 이유를 브랜드가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하기 위한 하나의 기호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데, 돈만 있으면 손에 넣을 수 있는 이 기호를 둘러싼 차이는 빈부 격차가 심해질 미래 사회에서는 더욱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시나가와 수족관에서는 갇혀 있고 스스로 가두고 있는 현대 사회에 대해 사유한다. 위험 사회라고 인식해서 감시를 강화할수록 사회는 위험에 더 취약해질 뿐이고 마치 백신처럼 이분자(異分子)를 튕겨낼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내구성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코리아타운이 있는 신오쿠보에서는 아시아의 언어들이 일본어를 도입해 변화하고 있음을 느끼고 일종의 ‘크리올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며 통찰하고, 도쿄대학에서는 해답이 없을지라도 의미나 목적에 대해 생각하는 회로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대학이 가져야 할 목표라고 강조한다.

5. 도쿄의 문화: 도쿄의 문화를 지탱하고 있고 발전시켜 온 문화장치들은 어떤 것이고 이것들의 역할은 아직도 건재한 것일까. 저자는 아날로그적인 지적 보물창고 진보초 고서점가가 살아남은 이유는 시대에 알랑거리지 않고 꿋꿋이 자신을 지켜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주쿠 스에히로테이에서 라쿠고를 보고 나서는, 웃고 있는 사람이 정신 차리고 나면 자기 자신이 비웃음을 당하고 있는 호환성의 묘미를 보여주는 라쿠고에 비해 요즘에는 오락 프로그램조차 다수자에게 편승한 웃음을 보여주는 세태를 지적한다. 가부키 배우 이치카와 소메고로를 통해 전통이라고 해서 형태만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혁신해 나가야 진정으로 살아 있는 전통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6. 개인의 원자화: 오타쿠의 성지가 돼버린 아키하바라에서는 현재 오타쿠 문화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과도하게 풍요로워진 사회에서 주어진 것 안에서 놀 수밖에 없는 개인들은 타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끊어져도 어딘가에서 혼자 동물적인 욕망을 채우며 살아가고 있다. 오타쿠 문화도 이런 것과 어딘가쯤에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며 이것이 세계의 조류라면 오타쿠를 비판하기보다는 서로를 연결하는 유대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철저히 개인이 원자화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야나카, 네즈, 센다기 일명 ‘야네센’이라고 불리는 일대의 골목길에서 에도의 정취가 느껴지는 서민 주택이나 지장보살이 서 있는 자그마한 절, 옛날 모습을 간직한 상점가 등을 만난다. 결코 규격화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어수선한 그 거리들은 효율적이고 인공적인 거리들과는 반대되는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어 새로운 문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커뮤니티가 구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7. 도쿄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는가: 도쿄는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무균의 깨끗한 도쿄로 변모했는데, 그런 부분 때문에 오히려 도쿄에서는 뜻밖의 만남이나 우발적인 일을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굴곡’이 사라져 안전하고 정연하지만 관용성이 결여되어 있어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저자는 도쿄를 자유로운 도시로 바꾸기 위해서는 그 도시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그 공간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장소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도쿄에 필요한 공간은 뭔가 이름이 붙여지고 목적이 분명한 곳이 아니라,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장소라는 것이다. 도시인들이 단지 소비자로서 취급되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 유럽의 철학 카페처럼 다른 사람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눠보는 식으로 타인들과의 만남과 소통을 통해 ‘소비자’의 자리에서 한 발짝 벗어나 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 책은 편안한 제목과는 달리 진중한 생각거리를 가득 담고 있다. 하지만 강상중 교수의 친절한 문체와 폭넓은 교양이 책 읽는 즐거움에 흠뻑 빠지도록 도와준다. 서울보다 앞서 자본화가 진행된 도시 도쿄. 거품경제가 꺼지고 간신히 ‘탐욕’에서 벗어나려는 도쿄에 마치 질책이라도 하듯 대지진과 쓰나미, 방사능과 전력난이라는 대재난이 덮쳤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재난을 겪고 난 후의 도쿄가 예전의 오만한 도쿄에서 위축된 도쿄로 변하기보다는 이방인들도 포용하는 따뜻한 도쿄, 사람 온기가 있는 도쿄가 되길 기대하며 이 글을 썼다. 서울에 살고 있는 나는 이 책을 통해 서울의 건강한 미래를, 서울사람들의 풍요로운 일상을 생각해 보았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내 자신이 서울을 더 즐길 수 있는 시각과 여유가 생긴 점이다.

저자: 강상중 カンサンジュン 姜尙中
1950년 일본 규슈 구마모토 현에서 폐품수집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한 재일교포 1세이다. 일본 이름을 쓰며 일본 학교를 다녔던 그는 차별을 겪으면서 재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와세다 대학 정치학과에 재학 중이던 1972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고, “나는 해방되었다”고 할 만큼 자신의 존재를 새로이 인식하게 된다. 이후 일본 이름 ‘나가노 데츠오(永野鐵男)’를 버리고 본명을 쓰기 시작했고, 한국 사회의 문제와 재일 한국인이 겪는 차별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한다.

재일 한국인의 사회 진출이 쉽지 않아 대학원에서 유예기간을 갖던 중 은사의 권고로 독일 뉘른베르크 대학으로 유학을 떠난다. 독일에서 그는 베버와 푸코, 사이드를 통해 ‘재일(在日)’이라는 자기규정과 문제의식이 근대화와 서구중심주의,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보다 보편적인 컨텍스트로 이해되고 확장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1998년 일본 국적으로 귀화하지 않은 한국 국적자로는 최초로 도쿄 대학 정교수가 되었고, 일본 근대화 과정과 전후 일본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으로 일본 지식인 사회의 주목을 받았... 1950년 일본 규슈 구마모토 현에서 폐품수집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한 재일교포 1세이다. 일본 이름을 쓰며 일본 학교를 다녔던 그는 차별을 겪으면서 재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와세다 대학 정치학과에 재학 중이던 1972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고, “나는 해방되었다”고 할 만큼 자신의 존재를 새로이 인식하게 된다. 이후 일본 이름 ‘나가노 데츠오(永野鐵男)’를 버리고 본명을 쓰기 시작했고, 한국 사회의 문제와 재일 한국인이 겪는 차별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한다.

재일 한국인의 사회 진출이 쉽지 않아 대학원에서 유예기간을 갖던 중 은사의 권고로 독일 뉘른베르크 대학으로 유학을 떠난다. 독일에서 그는 베버와 푸코, 사이드를 통해 ‘재일(在日)’이라는 자기규정과 문제의식이 근대화와 서구중심주의,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보다 보편적인 컨텍스트로 이해되고 확장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1998년 일본 국적으로 귀화하지 않은 한국 국적자로는 최초로 도쿄 대학 정교수가 되었고, 일본 근대화 과정과 전후 일본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으로 일본 지식인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냉정한 분석과 세련되고 지적인 분위기, 호소력 강한 목소리로 많은 팬을 가지고 있다. 그는 정치뿐만 아니라 언론, 사상, 학문,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분석을 통해 20세기 일본의 대아시아관의 변화를 규명, 일본 지식인사회의 주목을 받았으며, 특히 식민지지배의 역사 속에서 벌어진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의 근원 규명은 그의 중심 테마다. 도쿄 대학 정보학연구소 교수를 거쳐 현재 세이가쿠인대학 교수로 재임중이다.

그의 대표 저서 『고민하는 힘』은 고도성장의 시대가 끝나고 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갈수록 살기가 팍팍해지는 사회 속에서 불안과 고민에 휩싸여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힘든 고민의 시간이 곧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밀리언셀러가 되었다. 지은 책으로 『재일 강상중』 『내셔널리즘』 『세계화의 원근법』 『20세기를 어떻게 넘을 것인가』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두 개의 전후와 일본』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을 향하여』 『고민하는 힘』 『청춘을 읽는다』 『반걸음만 앞서 가라』 『어머니』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 등이 있다.


옮긴이: 송태욱
연세대학교 국문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쿄외국어대학교 연구원을 지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강의하며 번역 일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르네상스인 김승옥』(공저)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사랑의 갈증』, 『비틀거리는 여인』, 『세설』, 『만년』, 『환상의 빛』, 『탐구 1』, 『형태의 탄생』, 『눈의 황홀』, 『윤리 21』, 『포스트콜로니얼』, 『트랜스크리틱』, 『천천히 읽기를 권함』, 『번역과 번역가들』, 『연애의 불가능성에 대하여』, 『소리의 자본주의』, 『베델의 집 사람들』, 『매혹의 인문학 사전』, 『책으로 찾아가는 유토피아』, 『핀란드 공부법』, 『빈곤론』, 『유럽 근대문학의 태동』, 『세계지도의 탄생』, 『십자군 이야기』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호모 이그니스, 불을 찾아서』등이 있다.

글, 사진: 땡스북스 이기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