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8일 ~ 11월 3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나는 지하철입니다
문학동네
김효은 지음

20년 이상 서울토박이에 무면허로 살다보니 왠만한 동네 이름을 들으면 ‘충무로, 3, 4호선’ ‘광화문, 5호선’, ‘압구정, 2호선’ 등이 자동으로 떠오르곤 하는데 아마도 나같은 뚜벅이 통근자들은 이런 습관적 연상법에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좀 더 나아가면 각 지하철 역에 깃든 저마다의 추억이 있을테고.
지하철은 애증의 공간이다. 나는 출근 시간이 아주 빠른 편은 아니라 엄청난 인파의 지옥의 지하철(이하 지옥철)을 경험해본 적은 몇 번 없지만 서울의 출퇴근 지옥철은 악명 높다. 사실 출퇴근 지옥철이 아니라도 여성의 경우 언제든 매우 불쾌한 순간을 맞닥뜨릴 위험도 있다.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 일어날 수도 있고, 소위 개저씨(?)라 불리는 이들에게 기분나쁜 시선도 받는다. 그런데 간혹 해외 여행객들이 말하는 서울의 장점 중에 ‘시스템이 잘 되어있고 편한 대중교통’을 꼽는 경우를 보면 알 수 없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 서울의 지하철에 관한 그림책이 있다면 어떤 내용일까?



이 책의 화자는 지친 몸을 끌고 출근하는 회사원도, 학원 스케줄이 줄줄이 짜여져 있는 입시생도, 터미널에 가는 제주도 할머니도, 불쾌한 시선을 던지는 개저씨도 아닌, 바로 지하철이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길, 한강을 두 번 건너 사람들을 싣고 나르는 지하철 2호선. 이 책의 화자는 매우 따뜻하고 포근하게 오고 가는 사람들을 지켜본다.



일주일에 6번 이상 지하철을 타는 나는 좌석에 앉으면 스마트폰을 보느라 고개를 잘 들지 않을 정도로 그 시간은 고루하고 따분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낯선 여행지에서 그 도시 사람들을 흥미롭게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지하철이다. 책을 읽다보니 내가 여행지의 지하철에서 마주친 사람들을 보던 시선과 이 책의 화자의 시선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의 반복되는 일상으로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넓은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여유가 부족해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김효은 작가의 그림이 매우 정감 넘치고 아름답다. 호기심으로 열어본 이 그림책에서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받을 수 있을 것이다. 권태로운 일상에 지친 뚜벅이 통근자라면 더욱 더.






저자: 김효은
저자 김효은은 대학에서 섬유디자인을 공부한 뒤, 일러스트레이션 교육기관 ‘입필’에서 그림책을 공부했다. 그동안 그린 책으로는 동화 『별이 뜨는 꽃담』 『나는 달랄이야! 너는』 『민지와 다람쥐』 『내 모자야』 『오빠와 나』 『동동 김동』, 동시집 『잠자리 시집보내기』, 그림책 『기찬딸』 『비 오는 날에』 『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 『잠 온다』 등이 있다.

글, 사진: 땡스북스 최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