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17일 ~ 23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우주 감각: NASA 57년의 이미지들
워크룸 프레스
글: 이영준

TV에서 로켓 발사장면을 방영해줄 당시 자신의 꿈은 우주 비행사라며 자신이 알고 있는 우주에 대한 상식을 늘어놓던 친구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영화 장면을 묘사한 허황된 지식이지만 10여년 뒤에 스마트폰을 쓰고 있을 줄 상상도 못했던 친구들은 그의 열정으로 꿈이 이뤄지길 바랐다. (물론 얼마 안가 로봇 만화가 유행하자 로봇 조종사로 그 꿈을 바꾸었지만… )

본적은 없지만 봤다고 기억하는 영화 베스트에 포함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처럼, 가본적은 없지만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우주의 모습은 무중력의 / 진공상태의 / 무한히 펼쳐진 적막함의 공간이다. 우주 여행이 일반화 될 때까지 직접적인 경험은 할 수 없으니 영화 속 묘사로 만족 해야겠지만 두 눈으로 보기 전까지 만족하지 않는 호기심 때문인지 ‘사람은 아직 달에 가본적이 없다’는 음모론이 좀더 진실 같기도 하다.

최근 영화 <마션>에서처럼 우주에 대한 영화에 반드시 등장하는 기관이 있다. 로고 디자인까지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미국항공우주국(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줄여서 NASA)이다. 그리고 이름답게 우주에 대해 연구하는 이 기관의 웹사이트에서는 설립 이래로 연구했던 과학 이미지를 살펴보거나 내려 받을 수 있다.(https://www.nasa.gov/multimedia/imagegallery/index.html) 여전히 실제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보다 좀더 날 것의 우주를 볼 수 있는 방법이겠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가 만든 Blue Origin은 최근 회수 가능한 로켓의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페이팔과 전기차 테슬라의 설립자인 엘론 머스크도 SPACE X라는 우주기업을 설립했다. Blue Origin처럼 재사용할 수 있는 로켓을 개발하고 있다. 로켓을 쏘아올리는 비용을 절감시켜 우주 여행이 좀더 현실적인 것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덕분에 가까운 미래에 우주 비행사는 아니더라도 우주 관광객쯤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때에는 로봇 조종사에 한눈을 팔지 않겠다고 다짐해 본다. :-)




[출판사 리뷰]

기계 비평가 이영준, 이번엔 우주다!

이영준. 그는 기계 비평가다. 교수라는 직업도 있고 사진 비평이라는 부업도 있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기계 비평을 자신의 업으로 여기고 살아간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부터 하늘을 나는 제트기에 이르기까지 무언가 정교하고, 육중하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기계를 보면 그는 호기심을 참지 못한다. 그 호기심이 어느 정도냐 하면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에 타기 위해 무려 5년을 기다리기도 했다. 그런 그가 세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복잡하고, 가장 신비로운 기계에 속하는 우주선에 매료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정작 우주선과 우주비행에 대한 비평을 하자니 한 가지 난관에 봉착한다. 그의 기계 비평이 의미를 가지려면 그 기계가 우리의 삶 속에서 의미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자연, 혹은 인간과 물질세계 사이를 이어주는 기계라는 표상을 분석하고, 해부함으로써 그것이 우리 삶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밝혀주는 것이 그의 기계 비평의 주요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주선이나 우주비행은 뉴스에서나 접하는 먼 나라의 이야기라서 영 우리의 삶과 연관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그는 본격적인 우주 기계 비평에 앞서 사람들의 우주 감각을 키워주기로 마음먹는다. 바로 이 책, 『우주 감각』을 통해서 말이다.

NASA가 기록해온 우주 이미지의 역사

이 책은 1958년 설립된 이래, NASA(미국항공우주국, 이하 나사)가 기록해온 과학 이미지들을 실은 책이다. 각종 우주선, 실험 장비, 기계 장치, 인물 사진을 비롯해 우주에서 보내온 천체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광범위하다. 이영준은 그 이미지들 가운데 우주 감각을 키워줄 수 있는 이미지들을 골라 책으로 묶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서 그는 또 하나의 난관에 봉착한다. 나사는 우주 개발만큼이나 기록에도 열심이어서 지난 57년간 쌓인 이미지의 수가 상상을 초월했던 것이다. 그는 그 수많은 사진을 어떻게 정리해서 보여줄 것인가 고민하다, 최초로 생물을 체계적으로 분류했던 칼 폰 린네를 따라 이참에 과학 사진을 분류하는 방법을 개발하기로 한다. 어쩌면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이영준의 과학 사진 분류법은, 어느 정도나 과학적인가에 따라 19가지로 나뉜다. 예를 들어 화성 탐사 로봇 스피릿이 찍은 화성 표면 사진은 ‘원래부터 과학적인 사진’의 하위 항목에 속한다. 그러나 1970년대 루이스 우주센터에서 열린 ‘미스 나사’ 선발대회 사진은 ‘비과학적인 과학 사진’에서도 ‘과학의 언저리를 찍은 사진’, 그중에서도 하위 항목으로 분류된다. 나사의 전신이었던 ‘NACA’가 1951년에 찍은 실험 장면은 원래는 최첨단 과학 사진이었지만 ‘과학 자체가 오래돼서 유물이 된 사진’에 속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이 책에는 어떻게 보면 대단히 과학적이고, 어떻게 보면 대단히 임의적인 그의 분류법에 따라 엄선된 사진이 실려 있다.

현대 우주 항공 기술이 낳은 시

그런데 이영준이 말하는 우주 감각이란 무엇일까? “먼 우주와 연관된 감각이란 뜻의 우주 감각이란 말은 미국에도 없는 것 같다. [...] 그러나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며 저 멀리 계속 가면 언젠가는 안드로메다 성운에 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에서부터, 우주왕복선의 선체는 어떤 재질로 만들어져 있을까 추정하는 것까지, 우주 감각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는 이어서 1968년 12월 24일 아폴로 8호가 ‘지구출’, 즉 달의 지평선 너머로 지구가 떠오르는 장엄한 장면을 찍어 보냈을 때 비로소 인류의 우주 감각이 열리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것은 평생 해가 뜨고 지는 것만 보아오던 우리의 눈에 일어난 이미지의 빅뱅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1990년 발사된 허블 천체망원경이 먼 우주의 이미지를 찍어 보냈을 때, 우리의 망막은 또 한 번 이미지의 빅뱅을 경험한다. “허블 천체망원경이 보내온 먼 우주의 모습은 인류가 이제껏 보지 못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신비 그 자체였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인류의 감각적 삶은 허블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말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말머리성운으로 불리는 성운에서부터 용골자리의 에타 성운 등, 허블이 보내온 이미지들은 차라리 화가가 그린 유화라고 하면 쉽게 믿을 수 있는 초현실적인 것이었다.” 과학적 데이터이면서, 아름답고, 또 역사적인 나사의 이미지들은 “우주 항공 기술이 낳은 시”이자 “이미지의 빅뱅에 동반하는 눈부신 섬광”이라 할 수 있다.

1950년대 말 우리나라에 불었던 로켓 붐

책에 함께 실린 안형준 박사의 글 「스푸트니크 쇼크와 1950년대 말 우리나라 로켓 붐」은 이영준이 말하는 우주 감각이 실제로 어떻게 우리 삶과 연관을 맺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렸을 때, 세계는 커다란 충격에 빠진다. 드디어 우주개발이 허황된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특히 “미국은 스푸트니크 발사 성공 소식에 큰 충격을 받고 군사뿐만 아니라 과학 교육을 포함한 사회 전 범위에 걸쳐 대대적인 변혁에 나서게 되는데, 이를 흔히 ‘스푸트니크 쇼크’라고 부른다. 스푸트니크 쇼크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다른 형태로 변주되며 우주개발을 꿈꾸던 이들에게 큰 동기부여를 했다.”
이어서 안형준 박사는 1950~60년대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였던 우리나라에 불었던 로켓 붐을 소개한다. 스푸트니크 발사 소식에 고무된 충북 영동에 사는 19세 김기용 군이 1958년 독학으로 로켓을 제작, 발사한 일화를 시작으로, 새턴 5호 로켓을 개발한 폰 브라운 박사가 보냈다는 초청장을 앞세워 각계에서 로켓 연구비를 지원받은 오석근 군의 사기극, 4.19 혁명과 5.16 군사 쿠데타 등 사회 변동 속에서도 1960년대 꾸준히 로켓 개발의 명맥을 이어온 인하공대 우주과학연구회의 노력까지, 우리나라 아마추어 로켓티어들이 꾸었던 꿈은 한낱 역사의 에피소드로 치부하기엔 아쉬운 이야기이다.

아름답고 숭고했던 이영준의 우주여행기

앞서 말했듯, 기계를 향한 이영준의 호기심은 집요하기 이를 데 없다. 컨테이너선을 타는 데 5년 정도 투자했으면, 우주선을 타는 데는 10년 정도는 투자해도 아깝지 않을 터이다. 이를 반증하듯, 실제로 그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부터 우주선을 타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책 말미에 실린 이영준의 글 「나의 아득하고 숭고했던 우주여행기」는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우주인이 아닌, 대한민국 안양 시민인 그가 우주선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노력했던 시도들을 보여준다. 아름답고 숭고했던, 어떻게 보면 허망하기 짝이 없는 그의 우주여행기를 듣고 있자면, 언젠가는 그가 이 책을 통해 무럭무럭 자라난 사람들의 우주 감각을 뿌듯하게 바라보며 본격 우주 기계 비평서를 쓰고 말리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 : 이영준

기계 비평가, 계원예술대학교 융합예술과 교수. 인간보다 기계를 더 사랑하는 그는 정교하고 육중한 기계들을 보러 다니는 것이 인생의 낙이자 업이다. 일상생활 주변에 있는 재봉틀에서부터 첨단 제트엔진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구조와 재료로 돼 있으면서 뭔가 작동하는 물건에는 다 관심이 많다. 원래 사진 비평가였던 그는 기계에 대한 자신의 호기심을 스스로 설명해보고자 기계 비평을 업으로 삼게 됐다. 그 결과물로 『기계비평: 한 인문학자의 기계문명 산책』(2006), 『페가서스 10000마일』 (2012), 『조춘만의 중공업』 (공저, 2014) 같은 저서를 썼다. 또한 사진 비평에 대한 책 (『비평의 눈초리』, 2008)과 이미지 비평에 대한 책 (『이미지 비평의 광명세상』, 2012)도 썼다. «사진은 우리를 바라본다»(1999), «서양식 공간예절»(2007), «xyZ City»(2010), 2010 서울사진축제, «김한용—소비자의 탄생»(2011), «우주생활»(2015)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

글, 사진: 땡스북스 김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