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21일 ~ 8월 27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태도에 관하여
한겨레출판
임경선 저

지난 5월, 생각이 많은 하루하루를 보냈다. 책을 만드는 편집자에서 책을 파는 서점원이 된 지 만 3년이 다 되어가는 시기에 찾아온 방황이었다. 편집자로 일할 땐 과다한 업무량에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내가 만든 책이 독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면 쌓인 피로를 모두 잊을 만큼 책 만드는 보람이 컸다. 그에 비하면 서점원으로서의 일상은 큰 스트레스가 없는 대신 매일매일이 소소하게 흘러가는 그런 나날. 내가 애정을 갖고 소개한 책이 손님께 좋은 반응을 얻거나 출판사에서 살뜰히 책을 판매해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을 때 느끼는 뿌듯함도 컸지만, 어느 순간 편집자로 일할 때 느꼈던 크나큰 보람에 목말라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렇다고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고 싶은 건 아니었다. 성취감에 대한 갈증만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편집자로 일할 때보다 훨씬 더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고민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어느 쪽으로도 발걸음을 떼지 못한 채 제자리에서 맴돌기만 하던 그때, 내가 읽은 책 한 권이 북극성처럼 길을 밝혀주었다.

P.242
자기가 취할 수 있는 부분의 여유는 취하되, 열심히 할 부분에선 이 악물고 열심히 해볼 필요는 분명히 있어요. '심리적 안정'과 '성취'는 고루 조화를 이뤄야 하고, 그 밸런스는 자기가 잘 잡아가야겠지요.

편집자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이었다. 일해보니 적성에도 잘 맞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가 소진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완전히 방전된 느낌. 충전이 절실했던 나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100일 동안의 안식일을 가지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휴식을 취하고, 여행을 떠나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바닥이 보였던 내 안의 에너지를 서서히 채워나갔다.

안식일이 끝나갈 무렵, 나는 고민에 빠졌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다시 편집자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일을 찾을 것인가?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자신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았다.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건 야근이었다. 내가 지치지 않도록 일과 사생활 사이에서 균형을 잡았어야 했는데 사회 초년생이었던 나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끌어안고 출근해야 하는 날들의 반복. 또다시 나에게 그런 굴레를 씌우고 싶지는 않았다.

책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일을 후보에 놓고 하나씩 따져 물은 끝에 내가 내린 결정은 서점원이었다. 그동안 책 만드는 일을 해봤으니 이번에는 책이 어떻게 독자의 손으로 전해지는지 배우고 싶었다. 또 야근이 잦았던 편집일과는 다르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초과 업무가 거의 없는 규칙적인 근무시간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3년을 지내면서 심리적 안정을 취하고 나니 이제 다시 성취에 목마른 시기가 온 것이다.

일을 통해 얻는 성취감만큼이나 개인적인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다시 편집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힘들어 할 게 뻔했다. 그러나 성취를 원하는 갈증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누구보다 나 자신을 잘 돌보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고, 누구보다 내면에 귀 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게 이 고민은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학문제 같았다. 그때 읽게 된 책이 <태도에 관하여>였다. “이게 답이야” 하고 친절하게 정답을 알려주는 참고서는 아니지만, “나는 이 문제를 이렇게 풀어봤어” 하고 슬쩍 건네주는 선배의 오답노트를 보는 기분이랄까.

p.30
절대적으로 즐겁고 보람찬 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일의 재미는 스스로 찾아야 하는 주관적인 문제다. 일이 내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탓하기 전에 내가 먼저 일의 가능성에 기회를 줄 생각을 해보면 안 되는 것일까.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해서 말이다. "일이 지루하다"라고 투덜대기 전에 '그럼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은?'이라며 고민을 해보면 안 되는 것일까.

인생 선배의 풀이과정을 곰곰 들여다보며 다시 한 번 문제를 풀어보기로 했다. 단서는 일이 아닌 나에게서 찾을 것. 그제서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편집일의 업무 특성상 야근이 잦은 환경을 탓할 게 아니라 유연하게 일정을 조정하면서 스스로 지치지 않도록 숨 쉴 틈을 줬어야 했다. 서점원으로 일하는 지금도 주어진 일이 소소하다고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이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스스로 성취했어야 했다. 맹목적인 심리적 안정, 맹목적인 성취가 아니라 그 둘은 고루 조화를 이뤄야 하고, 그 밸런스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잘 잡아야 했다.

p.250
경선: 저는 그저 상대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게 그나마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현철: 100퍼센트는 없는 거예요. 그 사람의 삶을 아는 사람은 그 사람밖에는 없으니까요. 우리는 대충 100분의 1도 모른다고, 제가 늘 얘기하거든요.

p.300
저는 이 책을 통해서 '저에게는' 이런 태도가 중요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묻고 싶어요. 이 책을 읽는 독자 한 분 한 분에겐 각자 어떤 태도가 중요하게 다가오는지. 물론 서둘러서 '스스로를 마주하고 바로 답을 내!' 이런 건 아니고요. 사실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나침반조차 발명되지 않았던 시절, 사막을 여행하던 탐험가들과 바다를 여행하던 선원들은 별자리를 보고 길을 찾았다고 한다. 별자리는 일정한 주기를 따라 변하지만, 북극성만은 일주운동의 범위가 작아서 거의 같은 자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기준점으로 삼을 수 있었다. 게다가 북극성은 매우 밝기 때문에 날씨가 화창하지 않아도 찾기 쉬웠다. 사막에서든 바다에서든 북극성만 찾을 수 있다면 길을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우리 인생에도 북극성과 같은 기준점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태도가 바로 그러한 기준점일 것이다.

<태도에 관하여>는 일, 사랑, 인간관계 등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수많은 인생 미로에 대해 저자가 생각하는 기준점을 풀어 담은 책이다. 저자의 길이 이 방향이었다고 해서 내가 가야 할 길이 같은 방향일 순 없다. 자신의 삶을 아는 사람은 자신밖에는 없듯이, 자신이 가야 할 목적지를 아는 사람도 자기 자신뿐이다. 북극성을 찾는 것과는 다르게 삶의 기준점을 찾는 일은 시간과 품이 많이 든다. 때론 헤매기도 하고 때론 지치기도 하겠지만 막막할 때는 이 책을 꺼내보면서 자신만의 북극성을 찾아 나가자. 네비게이션의 안내에만 길들여진 사람은 사막 한가운데, 바다 한가운데에 떨어지면 꼼짝 없이 죽을 수밖에 없겠지만, 자신만의 북극성을 찾은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을 테니까.



저자 : 임경선
12년간의 직장 생활을 거쳐 11년째 전업으로 글을 쓰고 있다. 일과 사랑, 인간관계와 삶의 태도에 대해 쓰는 것을 좋아한다. 지난 11년간 신문과 라디오를 통해 ‘캣우먼’이라는 별칭으로 인생 상담을 하기도 했다. 산문 <나라는 여자>, <엄마와 연애할 때>, 소설집 <어떤 날 그녀들이>,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쓴 <하루키와 노르웨이 숲을 걷다>, 일하는 여성에게 들려주는 <월요일의 그녀에게>를 비롯해서 다수의 책을 냈다. 최근작으로는 장편소설 <기억해줘>가 있다.

글, 사진: 땡스북스 정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