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8일 ~ 12월 4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한 달에 한 도시
이야기나무
김은덕,백종민 공저

아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남자와 자기만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여자가 결혼했다. 2년 동안 한 달에 한 도시씩 살아 보자는 계획을 세웠고 숱한 고민을 등에 업은 채 여행을 떠났다. 기내용 가방 2개면 부부가 2년 동안 지내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알았고 방 한 칸에서 살아도 풍요로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가진 걸 버리기까지 숱한 고민이 있었지만 이제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행복을 미루지 않고 떠나서 다행이라고.


배낭여행, 패키지여행, 자유여행, 유럽여행, 도깨비여행, 청춘여행…….
수많은 여행의 기술이 등장했고 조금이라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등장하면 여행인구가 집중되며 전통적으로 인기가 높은 여행지를 향한 애정도 식지 않고 있다. 아직은 낯선 여행지는 물론 널리 알려진 여행지까지 두루 섭렵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여행을 하고 싶다는 것은 어쩌면 욕심일 수도, 실현하기 어려운 꿈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욕심과 꿈을 다름 아닌 현실 속에서 조금씩 다듬어 나가 완성한 사람들이 있다.

한 달에 한 도시씩, 천천히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있는 두 사람.

사람들은 전세금마저 빼서 떠난 두 사람에게 걱정과 불안, 두려움을 어떻게 이겨냈느냐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두 사람은 담담히 이야기한다. 대단한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고, 단지 혼자였으면 시작하지 않았을 일이었을 뿐이라고.


관광지가 아니라 현지인의 삶으로 들어가는 여행!
여행을 둘러싸고 수많은 트렌드가 등장하고 사라졌다. 때로는 여행 방법 자체가 주목받았고 아직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지역이 여행의 트렌드를 바꾸기도 했다. 여행이 끊임없이 트렌드를 바꾸는 이유는 단 하나다. 새로운 것을 보고 낯선 사람을 만나며 매일매일 다를 바 없는 일상에서 벗어나 에너지를 얻고 싶어 떠나는 여행, 그 태생적인 본질을 충족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여행의 본질을 되살리면서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여행법. 두 가지를 손에 쥐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것 같다는 선입견을 김은덕·백종민 작가는 깨버렸다.

P.25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기쁨에서 출발한 것이 나와 은덕의 여행이다. 관광지에서 많은 사진을 남기는 것과 여권에 찍힌 도장의 숫자로 정리할 수 있는 여행은 우리가 원하는 여행이 아니었다. 쫓기기 싫어 떠나는 여행이다. 앞선 세계 여행자들의 뒤를 쫓는 것만은 피하기로 했다. 나와 은덕이 좋아하는 여행은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고 실행할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원하는 여행은 무엇일까?
“관광지가 아니라 현지인의 삶으로 들어가는 거야. 그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우리가 좋아하는 여행이잖아.”

P.163
여행이 곧 일상이 되는 순간을 기다려 왔다. 낯선 나라에서 눈을 뜨고 문밖을 나서면 책에서만 보던 풍경이 펼쳐지는 그런 날들을 말이다. 전혀 다른 생김새의 사람들이 눈을 맞추며 인사하는 날들이 하루하루 반복되자 여행은 정말 일상이 되었지만 우리의 마음은 무뎌졌다. 감사한 마음도 서로를 배려하겠다는 마음도 가물가물해졌다. 그때 찾아온 반가운 손님과 뜻밖의 기회가 이탈리아를 특별한 곳으로 만들어 주었다. 여행자의 자격은 새로움에 설레는 마음가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여행자의 자격은 떠나던 순간의 마음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느냐에 달린 것일지도 모른다.


아직 가지 않은 곳이 많고 설렐 날이 남아 있음에 감사하다!
이스탄불, 피렌체, 에든버러, 런던, 더블린, 맨체스터, 세비야, 바르셀로나……. 존재 자체만으로도 여행을 충동질하게 만드는 이 도시들에서 한 달씩 머물렀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두 사람을 현지인의 일상 속에 녹아들게 했고 관찰자가 아닌 생활자가 되도록 만들었다. 생활자가 된 작가들은 어떤 여행기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웃 주민과의 팽팽한 기 싸움, 마을에 사는 소년과의 우정, 클럽에서 봉 춤을 추는 집주인, 맨체스터에서 만난 꽃청년과 미묘한 썸을 타며 삼각관계에 빠졌던 일 등. 그동안 어느 여행기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P.52
돌이켜 생각해 보니 바카르에서 나와 은덕에게 먼저 말을 붙여 준 사람이 마테오였다. 매일같이 자전거를 타고 나타나 오늘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지 조잘조잘 떠들고 훌쩍 가 버려서 도깨비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새 녀석이 불쑥 나타나 자기 할 만만 하고 사라지는 것이 이곳에서 보내는 일상 중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생텍쥐페리의 대표작 『어린 왕자』에 나오는 사막여우 이야기처럼 말이다. 아주 조금씩 서로에게 길들여져 유일한 소년과 여유가 되었던 사막여우와 어린 왕자의 우정이 마테오와 우리 사이에도 싹텄다.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에어비앤비로 여행하기!
한창 일해야 하는 30대 부부가 직장을 모두 정리하고 2년 동안 세계여행을 떠나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꿈과 희망으로만 추진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외식을 철저히 금하고 일주일에 한 번 고작 치킨을 시켜먹는 것으로 대신했다. 물론 전세금도 뺐다. 여행경비 4,000만 원이라는 예산을 확보했지만 두 사람이 해외에서 2년 동안 세계 각국을 떠돌며 생활하기에는 부족했다.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여행 방법을 수정하거나 여행 기간을 줄이는 타협을 하지 않았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경비절감을 고민하는 여행자와 공유경제가 긴밀히 연결된 에어비앤비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행자의 신분이 되었지만 한국에서 치열한 직장인으로 살았던 김은덕·백종민 작가는 여행지에서도 생활인의 면모를 놓지 않았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기다리지도 않았지만 매주 여행기를 글로 쓰고 사진으로 찍는 것도 모자라 동영상을 제작해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통해 연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은 해외에서 누군가 재촉하지 않는 일을 꾸준히 해 온 결과, 이들의 여행기는 서서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각종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며 대중의 기대와 찬사를 받았다.

잊지 못할 추억을 쌓고 있는 두 사람은 글로 정리된 자신들의 이야기를 바라보며 벌써 지나간 이야기가 되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리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두 사람에게는 아직 가지 않은 곳이 더 많다. 2년 동안 24개 도시에서 살아 보기로 한 계획 중에서 이제 겨우 삼분의 일이 지났을 뿐이다. 작가 두 사람에게도 다행인 일이지만 시간에 비례하며 점점 여행의 기술이 늘어나는 작가를 지켜보게 될 독자에게도 다행인 일이 아닐까.

대서양 횡단 크루즈에 오르며 끝난 『한 달에 한 도시』는 북미와 남미 대륙을 아우르는 두 번째 여행기와 아시아를 본격적으로 탐구하는 세 번째 여행기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저자: 김은덕
1981년생. 단국대학교를 졸업한 뒤 전주국제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 홍보팀 및 기업 홍보팀에서 근무했다.

저자: 백종민
1980년생. 중국 운남대학교를 중퇴하였으며 부산국제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초청팀 및 번역 에이전시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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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야기나무 편집부
사진: 땡스북스 박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