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3일 ~ 5월 9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위대한 개츠비
열린책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한애경 번역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멋진 포스터가 여기 저기서 보이기 시작했다. 이 영화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멋진 배우들의 연기도 궁금하지만 The Jazz Age라던 20년대의 미국사회를 영화가 얼마만큼 화려하게 재현해낼지도 궁금하다. 전쟁의 폐허와 우울함이 막을 내린 1920년대, 빠른 리듬의 재즈가 울려 퍼지고, 화려한 플래퍼 룩으로 치장한 여인들이 격렬한 댄스에 몸을 맡긴다.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부유해진 미국, 재즈를 들으며 파티를 즐기던 사치스런 문화적 배경을 담고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전개된다.

P.11
지금보다 쉽게 상처받던 젊은 시절, 아버지가 내게 해주신 충고를 나는 지금까지도 마음깊이 되새기고 있다. "혹여 남을 비난하고 싶어지면 말이다. 이 세상사람 전부가 너처럼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걸 기억해라."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말씀이라곤 그것뿐이었지만, 우리는 서로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늘 신기하게 통했기 때문에, 아버지의 짧은 말씀에 늘 기쁜 뜻이 함축되어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이후 내게는 매사에 판단을 잠시 유보하는 습성이 생겼다.

이 책이 고전이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섬세하고 멋진 표현들로 가득하다는 점 또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소설의 시작부터 울림이 있다. 원서의 영문이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P.143
똑같은 사람들이거나, 적어도 똑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 똑같은 샴페인을 흥청망청 마셔 댔고 똑같이 색다른 소동이 다양하게 벌어졌지만,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불쾌감과 불편함이 감돌았다. 아니면 아마도 그 세계에 익숙해져서 웨스트에그를 그 자체로 하나의 완벽한 세계로 받아들이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완벽함에 대한 의식이 없기에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나름의 기준과 나름의 위대한 인물을 갖춘 세계로. 이제 나는 데이지의 눈을 통해 그 세계를 다시 바라보고 있었다. 나름의 힘으로 적응해 오던 것을 새로운 눈으로 다시 바라본다는 것은 언제나 서글프다.

스콧 피츠제럴드에 의해 묘사되는 파티 풍경들을 읽고 있노라면 그 섬세한 묘사와 표현 덕분에 머릿속에 영상이 그려진다.

P.238
그리고 나는 그곳에 앉아 그 오래된 미지의 세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서 개츠비가 데이지의 선착장 끝에서 빛나는 초록 불빛을 처음 찾아냈을 때 느꼈을 경이로움을 떠올려 보았다. 그는 이 푸른 잔디밭까지 먼 길을 왔고, 그의 꿈은 너무나 가까이, 틀림없이 손에 잡힐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는 알지 못했다. 그 꿈이 그가 지나온 곳, 도시 너머 광막한 어둠 속 어딘가, 밤하늘 아래 공화국의 어두운 벌판들이 펼쳐진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개츠비는 초록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물러나는 환희의 미래를 믿었다. 그것은 우리를 피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내일이면 우리는 더 빨리 달릴 것이며,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러면 어느 맑은 날 아침에는… 그래서 우리는 조류를 거슬러 가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밀려나면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한 여자를 사랑했고, 그 여자에게 시랑받기를 원하는 마음엔 늘 애잔함이 가득 묻어난다. 그 절실함 속에서 소설 속 장면과 독자의 체험이 겹쳐지기도 한다. 독서의 행복이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위대한 개츠비』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을 재밌게 읽은 사람은 흔치않다. 많은 고전들이 그렇듯 너무 일찍 사회를 모르는 나이에, 필독서라는 의무감에 이 책을 손에 든다면 왜 개츠비가 위대한 것인지? 의문감만 생길 것이다. 고전을 재밌게 읽기위해서는 시대적 이해가 필요하다. 자신의 사랑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개츠비. 그의 모습에서 아메리칸 드림이 보여진다. 허무하고 신기루 같은 사랑일지라도 자신이 만든 가치에 기꺼이 목숨을 건 남자의 이야기는 신천지에 대한 꿈을 키우며 서부를 개척했고, 원주민 학살과 처참했던 노예제도를 기반으로 성장했던 미국의 모순과 일치하는 지점이 있다.
내가 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기대하며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읽은 것처럼 좋은 콘텐츠는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안겨준다. 지나간 시절을 책을 통해 상상해보고, 영화를 통해 확인하는 재미가 생긴 것이다. 영화를 더 재밌게 즐기기 위한 방법으로 책읽기를 권해본다.

저자: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Francis Scott Key Fitzgerald
1896년 9월 24일 미국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서 태어났다.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하고,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군대에 들어가 육군 소위로 임관되었다. 제대 후 광고 회사에 취직하지만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파혼당했다. 이후 직장을 그만두고 글쓰기에 몰두한 끝에 자전적 소설인 『낙원의 이쪽』(1920)을 발표하면서 비평가와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작품의 성공으로 경제적 여유와 인기를 얻은 피츠제럴드는 약혼을 취소했던 젤더와 결혼한 뒤 호화로운 생활을 하면서 사교계 생활에 빠져들었다.

처녀작이 크게 성공하자 그 여세를 몰아 『말괄량이와 철인』『아름답게 저주된 것』『재즈 시대의 이야기』등을 쓴다. 그 중에서 출판 당시부터 오늘날까지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1925년에 발표한 『위대한 개츠비』였고, 할리우드를 다룬 『최후의 대군』도 상당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 후 자신은 술에 탐닉하고 아내 젤더는 신경쇠약 증세를 일으켜 입원하면서 피츠제럴드는 불행한 시기를 보내게 된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의 대표작 중 하나가 된 『밤은 부드러워』(1933)를 발표하였으나 상업적으로 실패하고 만다. 작품의 연이은 실패와 이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젤더의 병으로 절망에 빠진 피츠제럴드는 회복 불가능한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으나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는 등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말년에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집필하는 작업을 했는데 유명한 작품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있다. 그의 사후에 친구 윌슨과 에드먼드의 편집으로 그 작품과 유고집이 출판되었다. 1935년까지 네 권의 단편집을 출간하였으며 무수한 잡지에 실린 그의 단편은 총 160여 편에 이른다. 1940년 『마지막 거물』을 집필하던 중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미국의 ‘잃어버린 세대’를 대변하는 대표적 작가로 자리매김해왔다. 그의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가 출간되었을 때 그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도 잃어버린 세대들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위대한 개츠비』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일명 재즈시대라고 불리는 1920년대로 미국은 급격한 산업화와 전쟁의 승리로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얻었지만 전쟁의 참화를 직접·간접으로 체험한 젊은이들은 자신의 삶에 환멸을 느끼고 새로운 것을 찾아 프랑스로 떠났다. ‘잃어버린 세대’는 바로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작품은 미국의 1920년대를 대표하는 문학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제 1차 세계대전 직후의 미국의 사회상을 실감나게 묘사한 수작이라 평가받고 있다. 미국 중서부 노스다코다 주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개츠비는 대단한 야심가로 입신 출세를 꿈꾼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그는 대위로 임관되어 참전하였고, 테일러 기지에 주둔하던 중 교양 있는 상류층 여인 데이지 데이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어느 날 그는 해외로 파병되었고, 종전 후 한시라도 빨리 귀향하려고 했으나 무슨 착오가 있었는지 옥스퍼드로 파견된다. 개츠비가 돌아오지 않아 초조해하던 데이지는 한시바삐 생활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시카고 출신의 부호와 결혼해버린다. 주인공 개츠비는 가난하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여인에게 버림받고 오로지 부자가 되기 위해 청춘을 전부 바친다. 그러나 끝내 그녀의 진정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하고 허망하게 죽고 만다. 이러한 개츠비의 비극적인 생애를 묘사한 이 작품은, 제1차 세계대전 후의 미국사회를 무대로 미국인들의 꿈이 일그러지고 붕괴되어 가는 모습을 놀라운 시적감각으로 보여준다.

이외의 작품으로는『말괄량이와 철인』『아름답고 저주받은 것』『재즈시대 이야기』『밤은 부드러워』『기상나팔 소리에 술을 마시다』등 다수가 있다.

역자: 한애경
이화여자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영문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코네티컷 대학교, 예일 대학교, 퍼듀 대학교, 노스캐롤라이나(채플힐) 대학교 등에서 연구했고, 현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19세기 영국 소설과 영화』, 『19세기 영국 여성작가 읽기』, 『영미문학의 길잡이 1』(공저), 『페미니즘 시각에서 영미소설 읽기』(공저), 『영미 명작 좋은 번역을 찾아서』(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미들마치』, 『사일러스 마너』, 『육체와 예술』(공역),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공역) 등이 있다. 그 밖에 조지 앨리엇, 제인 오스틴, 메리 셸리 등에 대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글, 사진: 땡스북스 이기섭
영화포스터: 워너브러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