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1일 ~ 9월 18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도련님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번역



나쓰메 소세키!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다면 나쓰메 소세키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쉽다. 일본 현대 소설과 에세이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국민 작가이자 일본 지폐 1,000엔에 그의 초상이 사용됐던 적도 있다. 100년도 넘은 옛날 사람인 나쓰메 소세키가 지금까지도 일본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는 뭘까? 그 점이 궁금하다면 이 책 『도련님』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유명한 그의 첫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보다 『도련님』을 권하는 이유는 부담 없는 페이지 때문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600페이지가 넘고 이 책은 200페이지가 안된다. 짧은 시간에 소세키의 매력을 알아가는데는 『도련님』이 최고다.

1906년에 출간된 『도련님』을 읽으며 제일 놀라운 점은 전혀 옛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현대 소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유쾌하고 즐겁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설정하고 재미를 끌어내는 솜씨가 대단하다.

속표지를 넘기면 볼 수 있는 일본에서 발간된 소세키의 책들은 뛰어난 장식성을 자랑한다.

소세키의 서재 사진과 옛 자료들을 보는 재미도 좋다. 현암사에서 이번 전집을 만들며 쏟은 섬세함을 느끼게 해 준다. 꼼꼼한 편집, 내용과 형식이 일치하는 전집 디자인, 촉감 좋은 종이와 단단한 제본! 만듦새가 아주 좋다.

도입 부분 화보가 끝나고 시작되는 첫 문장부터 흥미롭다.

P. 15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나는 손해만 봐왔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학교 2층에서 뛰어내리다가 허리를 삐는 바람에 일주일쯤 일어나지 못한 적도 있다.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했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새로 지은 교사 2층에서 머리를 내밀고 있었더니 같은 반의 한 친구가 농담으로 놀려댔기 대문이다.

“한 것은 한 것이고 안 한 것은 분명히 안 한 것이다.” 도련님은 심플하다. 담백한 정신을 보여 주는 흥미로운 구절을 소개한다.

P. 32~33
“교장 선생님 말씀대로는 도저히 할 수 없습니다. 임명장을 반납하겠습니다.”
교장은 너구리 같은 눈을 자꾸 깜빡거리며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지금 한 말은 그저 희망 사항일 뿐입니다. 선생님이 그 희망대로 할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잠시 후 교장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렇게 잘 알고 있다면 처음부터 겁을 주지 말았으면 좋았을 텐데.

P. 76
“빨간 셔츠가 호호호호 하고 웃은 것은 나의 단순함 때문일 것이다. 단순함이나 진솔함이 비웃음을 사는 세상이라면 어쩔 도리가 없다.

이 책의 주인공 도련님은 100여년 전 캐릭터인데도 요즘 시대에도 그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다. 부조리한 세상에서 적당히 타협하는데 익숙한 사람들에게 도련님은 세상을 모르는 철부지이자 슈퍼히어로다. 책 뒤에 실린 소설가 백가흠의 해설 내용을 소개한다.

P. 183
도련님은 외롭다. 정직하기 때문에, 솔직하기 때문에, 관대하기 때문에, 순응하기 때문에 외롭다. 도련님은 세상에서 손해 보고, 비난 받고, 무시당하고, 빼앗기면서도 관대하다. 슬픈 일이지만 망가진 세상에서 꼭 필요한 존재다.

이 책이 잘 읽히는 것은 원작의 뛰어남 때문이지만 소세키의 문체를 생생한 우리말로 잘 살린 옮긴이 송태욱의 꼼꼼한 번역도 한 몫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P. 198번역을 마치고
동화는 아닌데 동화처럼 읽힌다. 학교 선생님들 이야기인데 마치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이야기를 읽는 것 같다. 내가 그렇게 나이가 들어서인가. 모략을 꾸미는 교감 선생님이나 골동품을 강매하는 하숙집 아저씨 같은 이상한 어른들도 우스꽝스러울 뿐 그다지 밉지가 않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쩌면 100년 후나 한 사회를 구성하는 인물들의 유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젊은 시절엔 타협하지 않던 도련님도 어쩌면 세월의 흐름과 함께 적당히 부조리한 그렇고 그런 중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생각해보고 미래의 나를 떠올렸다. 나쓰메 소세키의 삶에서 실마리를 찾아 『고민하는 힘』을 쓴 강상중 교수의 글로 책 소개를 마친다.
“자유를 구가하고 독립을 주장하며 자아를 내세우는 풍요로운 사회에서 왜 이렇게 다들 고독한가. 부모자식, 부부, 친척, 친구, 연인, 사제…… 인간관계 안에 숨어 있는 에고이즘과 고독, 그리고 실낱 같은 희망을 그려 낸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 봐도 선구적인 작가임에 틀림없다.”

지은이: 나쓰메 소세키 夏目漱石
1867년 현재의 도쿄 신주쿠 구에서 5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본명은 나쓰메 긴노스케. 도쿄제국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1900년 일본 문부성 제1회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되어 2년 동안 영국에서 유학을 했다. 1903년 귀국 후 제1고등학교, 도쿄제국대학 강사로 활동하다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1905)가 호평을 받으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선다. 이후 『도련님』(1906), 『풀베개』(1906), 『태풍』(1907) 등을 연이어 발표한다. 1907년 교직을 그만두고 아사히 신문사에 입사하여 『산시로』(1908), 『그 후』(1909), 『마음』(1914) 등을 연재하며 전업작가로 활동한다. 1916년 지병인 위궤양이 악화되어 내출혈로 49세에 사망한다.

옮긴이: 송태욱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쿄외국어대학원 연구원을 지냈으며, 현재 대학에서 강의하며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르네상스인 김승옥』(공저)이 있고, 옮긴 책으로 『안도 다다오』, 『십자군 이야기』(전3권),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등 다수가 있다. 현재 현암사에서 기획한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을 번역하고 있다.

글, 사진: 땡스북스 이기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