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26일 ~ 2017년 6월 1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나는 어지르고 살기로 했다
동아일보사
제니퍼 매카트니 저/김지혜 역

나의 아버지는 항상 말씀하신다.
“너의 방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모든 사람은 나와 같다. 그러므로 내 방을 보여줘도 다른 사람은 특이점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태생부터가 어지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쌓아두는 것을 좋아했고 재밌어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내 방 책상 위는 컴퓨터를 하며 쪼물거리던 피규어점토가 정중앙에 놓여있으며 오른쪽에는 팔레트와 스케치북이 놓여있다. (왜 치우지 않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책상 아래에는 '미처' 정리하지 못한 스케치북이 널려 있다. 조금만 시선을 올리면 벽에는 온갖 포스터들과 티켓, 그리고 '추억'들이 종이 노끈에 걸려 아름답게 디스플레이 되어있다. 그리고 바닥에는 어제 입었던 바지가 잘 개켜져 있고 읽은 책들과 읽으려고 사둔 책이 벽에 세워져 있다. (아버지는 쌓아뒀다고 표현한다) 이런 평범한 방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책은 거의 ‘성경급’이다.


옳습니다. 맞습니다. 박수를 짝짝짝 치면서 한 장 한 장 넘길 수 있을 만한 책이다. ‘옷장 문은 닫아버리면 그만이다.’와 같은 이야기를 해주니 얼마나 안심이 되는가. 나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나와 같은 모든 사람이 이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아버지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할 예정이다.


아버지는 나와 어머니가 고심 끝에 산 아버지의 여름용 운동화를 열어보지도 않은 채 버려 버린 적이 있다. 갓 배송된 콘서트 티켓을 봉투째로 버린 적도 있고 여행에서 사 온 기념품도 버린 적이 있다. (하지만 모두 찾아냈다!!) ‘지저분하게’ 방에 널려있어서 버렸다고 얘기하기도 하는 그는 아마 버리기 강박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굳세고 단단하게 어지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더욱 널려두고 더욱 던져놓는다. 문득, ‘내가 어지르기 시작한 건 아버지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치우는 사람 따로 있고 어지르는 사람 따로 있는 건 정말 맞는 말이다.

'정리’의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는(거짓 된 의지) 북유럽에서 날아온 노랗고 파란 가구점을 가야 한다. 깔끔하고 단순한 수납공간과 가구들이 쇼룸에 예쁘게 진열된 것을 볼 수 있다. 생활용품을 파는 유명한 일본브랜드의 매장에 가도 마찬가지이다. ‘어머 이건 사야 해, 나는 정리의 왕이 될 거야.'를 연발하며 굳은 결심을 한 후 수납공간을 마련한다. 그러나 옷이나 책들은 그 옆에 쌓여간다. 그것을 깨닫고 난 후에 굳은 결심했던 과거의 나에게 우레와 같은 함성을 보낸다. 좋은 의지였다, 하고.

미니멀리즘과 모던함이 추구되고 버리기, 수납하기 같은 정리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이 언급된다. 가뜩이나 마음 복잡한데 눈에 보이는 부분까지도 정신사나와서 정리정돈을 잘하는 게 필요하다 느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유행이 유행인지라 그렇게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 때문일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해서 내 어질러진 방을 바라보며 죄책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책을 덮으며 이제는 그냥 나를 인정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 책의 저자는 나를 응원하고 우리 모두를 지지한다. 우리는 어지를만한 이유가 있고 어질러도 된다. 나 좋자고 사는 인생인데 그깟 내 방 하나 어지르지 못하면 어쩌지? 그게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 책을 덮으며 자신을 갖고 더욱 어지르기로 다짐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그러니 우리는 이 책을 읽어야한다.






저자: 제니퍼 매카트니
지은이 제니퍼 매카트니는 《애틀랜틱(Atlantic)》 《틴 보그(Teen Vogue)》 《바이스 매거진(Vice Magazine)》 등의 잡지와 BBC 라디오에 글을 썼다. 지은 책으로 《술꾼을 위한 칵테일(Cocktails for Drinkers)》 등이 있다. 현재 뉴욕 브루클린에 산다.

역자: 김지혜
영상번역가로 활동하며 수백 편의 미드, TV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번역했다. 현재 바른번역 소속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미국 버클리 음악대학과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통번역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외국어교육특수대학원에서 TESOL을 전공했다.

글, 사진: 땡스북스 염한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