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3일 ~ 12월 19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카뮈-그르니에 서한집
원제: Albert Camus - Jean Grenier, CORRESPONDANCE 1932~1960
책세상
알베르 까뮈, 장 그르니에 저 / 김화영 역

금주의 책을 만나는 분들께,

일교차가 커지더니 함박눈과 함께 겨울이 되었습니다.
쇼윈도에 놓인 신간을 살피며 지나가는 손님들의 옷차림도 점점 두꺼워져 갑니다.

이번 금주의책은 알베르 까뮈와 장 그르니에가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카뮈-그르니에 서한집>을 편지 형식으로 소개드립니다. 스마트폰만 켜면 연락처에 등록된 친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요즘과 달리 먼 거리를 지나서 도착하는 편지의 소중함이 생각납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렇게 드리는 편지로 추워진 날씨에 마음을 녹일 수 있는 따듯함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처음 책을 집어 들고 그동안 읽었던 카뮈의 책을 떠올렸습니다. 마지막 읽은 책은 <이방인>이었지만 당시 제목에 꽂혔을 뿐 정독하지는 않았던 책이라 이 서한집을 다 읽고나서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여러분도 아마 <이방인>, <시지프 신화>, <페스트>는 이름을 들어 익히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카뮈의 역작이 나오기까지의 과정도 그르니에와 나눴던 서신을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17살 학생이었던 카뮈와 32살 선생님이었던 그르니에의 서신은 카뮈가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이어집니다만, 아쉽게도 이 책에는 카뮈의 서신은 초반을 지나서 부터 등장합니다. 카뮈가 서신을 불태웠기 때문이지요. 다행히 그르니에 선생님은 어린 카뮈의 편지를 버리지 않고 잘 모아두었기에 이 서한집에 실을 수 있었습니다.


써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편지라는 것이 굉장히 개인적인 글이기 때문에 카뮈와 그르니에가 주고받은 서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배경 지식은 카뮈의 글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서신은 당시의 사회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지요. 그렇지만 반대로 카뮈의 작품을 모른다면 이들의 주고받은 대화가 조금 따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일까요. 친절한 각주와 설명은 서한집을 읽는 데 방해가 되기 보다 친절한 요소로 다가옵니다. 메끄러운 번역도 한 이유겠지요.


카뮈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서한집의 마지막은 그르니에의 편지로 끝나게 됩니다. 그르니에는 돌아오지 못할 답장을 생각했었을까요. 일상을 얘기하는 서신이지만 카뮈에 대한 그르니에의 애정은 서신의 처음부터 잘 들어납니다.

P. 362
장 그르니에가 알베르 카뮈에게 -
"당신이 내게 신세진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나를 알게 되었을 대 당신의 나이가 아주 어렸었다는 이유 바로 그것밖에 없습니다. 하기야 우리는 이미 이것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지요! 나의 생각이 당신과는 다르다 해도, 내가 당신에 대하여 느끼는 깊은 우정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애정을 담아 편지를 쓰던 그 마음이, 노력이 마음 한 켠에 남습니다. 지금 당장 보내야 할 편지는 없지만 오랫만에 스승에게, 가까운 친구에게.. 이메일이 아닌 손으로 쓴 편지를 보내보고 싶은 날입니다.

겨울은 이제 시작이지만 그래도 봄을 기다리며,
땡스북스 김욱 드림

저자 : 알베르 까뮈 Albert Camus
1913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몽드비에서 출생하였다. 알사스 출신의 농업 노동자였던 아버지가 1차 세계대전 중 전사하고, 청각 장애인 어머니와 할머니와 함께 가난 속에서 자란 카뮈는 초등학교 시절 L. 제르맹이라는 훌륭한 스승을 만났다. 어렵게 대학에 진학해 고학으로 다니던 알제대학교 철학과에서 평생의 스승이 된 장 그르니에를 만나 큰 영향을 받게 되었다.
대학시절에는 연극에 흥미를 가져 직접 배우로서 출연한 적도 있었다. 결핵으로 교수가 될 것을 단념하고 졸업한 뒤에는 진보적 신문에서 신문기자로 일했다. 한때 공산당에 가입했던 그는 비판적인 르포와 논설로 정치적인 추방을 당하기도 했고, 프랑스 사상계와 문학계를 대표했던 말로, 지드, 사르트르, 샤르 등과 교류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몰입했다. 초기의 작품 『표리(表裏)』(1937), 『결혼』(1938)은 아름다운 산문으로, 그의 시인적 자질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1942년 7월, 문제작 『이방인(異邦人) L' tranger』을 발표하면서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저항운동에 참가하여 레지스탕스 조직의 기관지였다가 후에 일간지가 된 「콩바」의 편집장으로서, 모든 정치 활동은 확고한 도덕적 기반을 가져야 한다는 신념에 바탕을 둔 좌파적 입장을 견지했다. 또 집단적 폭력의 공포와 악성, 부조리함을 알레고리를 통해 형상화한 소설 『페스트』로 문학계의 대반향을 일으켰고 1951년에는 마르크시즘과 니힐리즘에 반대하며 제3의 부정정신을 옹호하는 평론 『반항적 인간』을 발표하여 사르트르와 격렬한 논쟁을 벌이다가 10년 가까운 우정에 금이 가기도 했다. 하지만, 1956년 『전락』을 발표하면서 사르트르에게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1957년 『이방인』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후 최초의 본격 장편소설 『최초의 인간』 집필 작업에 들어갔으나 1960년 자동차 사고로 생을 마쳤다.
실존주의 문학의 정수라 평가받는 『이방인』에는 살인 동기를 '태양이 뜨거워서'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는 이가 등장한다. 그는 삶과 현실에서 소외된 철저한 이방인으로, 죽음이라는 한계 상황 앞에서 인간의 노력이란 것이 얼마나 부질없으며 한편으로는 그 죽음을 향해 맹렬히 나아가는 인간존재가 얼마나 위대한지 생각할 수 있게 한다.
부조리에 대한 추론을 시작으로 철학적 자살, 부조리한 인간, 철학과 소설, 키릴로프 등 철학적 에세이를 엮은 『시지프의 신화』는 권위에 도전하였다는 벌로 큰 돌을 산 정상에 올리는 행위를 무한정 반복해야 하는 시지프의 죄를 모티브로 하여 일상생활과 예술작품에서 드러나는 부조리한 측면을 명쾌하게 분석한 철학 에세이다.
1947년 출간된 『페스트』는 그 해의 비평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걸작으로 평가 받는다. 이 작품에서 페스트는 모든 자유가 제한되는 상황 즉 감옥 속의 인간을 상징한다. 카뮈는 주인공인 의사 리외와 그 주변의 인물들을 통해 모순에 찬 삶 평온한 삶 위에 덮친 모순과 허망, 즉 부조리 속에서 그 상황을 직시하고, 낙관적 기대 없이 묵묵히 그 허망과 맞서서 대결하는 인간상을 그렸다.
이런 다양한 작품들 중에서, 알베르 카뮈가 생전에 가장 아꼈던 책은 『반항하는 인간』이라고 한다. 카뮈의 철학적·윤리적·정치적 성찰을 담은 글 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반항하는 인간』은 『시지프의 신화』와 함께 카뮈의 대표적인 시론(試論)이다. 1951년 출간 당시 프랑스 지성계를 들끓게 했던 이 책에서 카뮈는, 폭력과 테러를 역사적·철학적·정치적 맥락에서 살피며, 테러와 폭력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성찰한다.
이 외에도 『적지와 왕국』『행복한 죽음』『정의의 사람들ㆍ계엄령』『결혼, 여름』『태양의 후예』『젊은 시절의 글』『스웨덴 연설ㆍ문학 비평』『최초의 인간』『여행일기』『단두대에 대한 성찰ㆍ독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전락·추방과 왕국』『안과 겉』 등의 작품을 썼다.

저자 : 장 그르니에 Jean Grenier
프랑스의 사상가, 작가, 철학자. 고대 지중해, 인도사상에 경도되어 방랑의 철학교수 생활을 보내고, 알제리에서 고등학생이던 알베르 카뮈를 가르쳤으며, 그 사상에 큰 영향을 주었다.「N.R.F」지에 기고하면서 집필활동을 시작했고, 1968년 국가에서 수여하는 문학대상을 받았다. 리세 알제의 교수를 거쳐 파리대학교 문과대학교수로 있으면서 미학을 강의하였다. 존재에 대한 기쁨과 절망을 간결하고 깔끔한 문체로 써내려간 그의 작품은 시사성이 풍부하다. 주요 작품으로 <섬>, <카뮈를 추억하며>, <어느 개의 죽음>, <일상적인 삶>, <지중해 영감>, <모래톱> 등이 있다. 이외에도 30여 권의 철학서 및 시적 명상과 풍부한 서정으로 가득 찬 에세이집이 있다.

역자 : 김화영 金華榮
문학평론가이자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1942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불어불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프로방스 대학교에서 알베르 카뮈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뛰어난 안목과 유려한 문체로 프랑스의 대표적인 문학 작품을 국내에 소개해 왔으며, 고려대학교 불문학과에서 30여 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개성적인 글쓰기와 유려한 번역, 어느 유파에도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활동으로 우리 문학계와 지성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했고, 1999년 최고의 불문학 번역가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지중해, 내 푸른 영혼』 『문학 상상력의 연구―알베르 카뮈의 문학세계』 『프로베르여 안녕』 『예술의 성』 『프랑스문학 산책』 『공간에 관한 노트』 『바람을 담는 집』 『소설의 꽃과 뿌리』 『발자크와 플로베르』 『행복의 충격』 『미당 서정주 시선집』 『예감』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흔적』 『알제리 기행』외 다수가 있으며, 역서로는 『알베르 카뮈 전집(전20권)』『알베르 카뮈를 찾아서』 『프랑스 현대시사』 『섬』 『청춘시절』 『프랑스 현대비평의 이해』 『오늘의 프랑스 철학사상』 『노란 곱추』 『침묵』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팔월의 일요일들』 『추억을 완성하기 위하여』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짧은 글 긴 침묵』 『마담 보바리』 『예찬』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 『최초의 인간』 『물거울』 『걷기예찬』 『뒷모습』 『내가 사랑했던 개, 율리시즈』 『이별잦은 시절』 등이 있다.

글, 사진: 땡스북스 김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