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8일 ~ 7월 14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싱글로 산다
미메시스
리즈 투칠로 지음 / 김마림 옮김

프롤로그
가장 짜증이 나는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안 하고는 못 배기는 질문이 있다. 이 질문은 가족들이 모인 자리나, 특히 결혼식에 가면 꼭 듣게 된다. 소개팅에 나가면 상대방 남자가 꼭 묻는다. 또 심리 상담가들은 중요한 질문이라는 듯 물어보고 또 물어본다. 그리고 당신이 스스로에게도 꽤 자주하는 질문이다. “당신은 왜 싱글인가요?”



<섹스 앤 더 시티>로 전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리즈 투칠로가 전작보다 좀 더 현실적이고, 좀 더 뉴욕적인 신작 <싱글로 산다>를 내놓았다. 3:7이라는 가히 충격적인 뉴욕의 남녀 성비만 보더라도 뉴요커로서, 싱글로서 할 말이 무척 많았을 터, 이 소설은 600쪽 가량의 두툼한 장편 소설이다. 전작인 <섹스 앤 더 시티> 그리고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등 그녀가 써온 여러 칙릿 작품들과는 다르게 판타지적인 요소는 그다지 많지 않다.
열 살이나 어린 살사댄서와 바람난 남편과 헤어진 조지아, ‘소중한 가임기 5년을 빼앗아간 남자’라며 이별통보한 전 남자친구를 저주하는 앨리스, 10년 간 연애는커녕 데이트 한 번 하지 않는 세리나. 그리고 새 작품의 취재를 위해 떠난 주인공 줄리가 8개국 도시에서 만난 수많은 싱글녀들은 그동안 많이 봐온 주변인처럼 느껴질 정도로 친숙하다 못해 상투적인 인물들 임에 틀림없지만, 이 책을 지루할 틈 없을 정도로 쭉 읽어내려간 이유는 바로 장면 하나하나가 코미디 영화를 연상시키면서도, 인물(싱글)들의 삽질(?)이 역시 싱글인 내게 퍽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P.137
그래. 어차피 할 얘기라면 되도록 빨리 해버리자. 나는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에서 살면서 텔레비전도 보고 영화도 보는 여성이다. 그러니까 난 안다. 난 내 몸이 싫다. 이런 발언이 정치적으로 옳지 않고, 진부하고, 여성 비하적이며 듣기만 해도 지긋지긋한 발언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뚱뚱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나름 훌룡한 6사이즈지만 그래도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면, 나에게 남자 친구가 없는 이유는 바로 내 거대한 허벅지의 셀룰라이트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여자들이란 다 미쳤다. 그러니 이쯤에서 그만 넘어가자.



P.319
칼럼 밑에는 그녀의 이메일 주소가 적혀 있었고, 그때는 새벽 4시였고, 또 당시의 나는 아주 화가 많이 났고 슬펐기 때문에, 이메일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나는 이렇게 메일을 썼다.
<여성들에게 자신을 사랑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기만 하면 사랑이 찾아온다고 말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닌가요? 그렇다면 남자가 전혀 없는 곳에서 사는 여자들은 어떻게 하나요? 정말 당신은 통계학적인 결과가, 그리고 현실이 전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우리가 밝게만 살아가면, 우리는 이 통계하고는 전혀 무관해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싱글 여성에 관해 책을 쓰려고 하는 사람이며, 나 역시 싱글이고 이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 그녀는 친절하게도 동네 펍에서 한잔하면서 얘기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나는 여전히 그녀에게 저의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뉴욕 사람다운 의심병이 도져서, 그냥 친절한 사람이라서 이렇게 잘해 주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정하자면 그때 나는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그 불쾌한 통계 자료들도 그렇고, 내 머리 위만 쳐다보던 남자가 다른 여자랑 신나게 놀던 것도 그렇고, 서른다섯이 넘으면 스스로를 한물 갔다고 생각하는 여자들, 그리고 나이를 반으로 나눠서 4를 더한다는 남자들 까지 모두 내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뉴욕에서는 스물다섯 살짜리 여자나 서른다섯 살짜리 여자의 행동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 뉴욕에서는 마흔이 가까워 와도 즐겁게 노느라 바쁘고 고등학교 20주년 동창회 초대장을 받는다고 해도 거리낄 게 하나도 없다. 하지만 시드니에서 그런 모든 자기 망상의 거품이 공식적으로 터지고 말았다.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나는 내가 늙었다고 느꼈다.


P.339
피오나가 말했다.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한 존재이니까요. 그게 바로 인간의 본성이에요.’
‘그게 인간의 본성이에요? 할리우드의 본성이 아니고?’ 앨리스가 물었다.
(…)
피오나는 매우 심각해보였다. 그녀는 일어나 우리 둘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 우리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 말은 꼭 해야겠어요. 그리고 이건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에요. 둘 다 정말 아름다운 여성들이에요. 물론 내말은 안 믿으려고 하겠지만, 이건 정말 사실이에요. 아름답고, 섹시한 여신. 그러니 당신들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행복도 가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아요.” 그말을 하고 피오나는 맥주를 더 가지러 갔다.
갑자기 눈물이 차올랐다. 나를 돌아본 앨리스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 (…)
백 퍼센트 모든 인간들은 살아나가는 데 희망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떤 확실한 통계 자료라도 그것이 그 희망을 빼앗는 것이라면 그런 통계는 알아야 할 가치가 없다.
그리고, 남자가 많다고 알려진 곳들로 되도록 자주 여행하라….
뭐 어때서. 당신의 가능성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태도에는 아무 잘못이 없다니까.





원제는 HOW TO BE SINGLE. 싱글로 사는 남다른 방법이나 특별한 연애 비법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데 왜 이렇게 지었을까 궁금하다. 대개 이런 장르의 소설이 그렇듯 엄청난 깨달음을 줄만한 엔딩은 없었다. 후반부에 갑자기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서 여주인공의 볼에 뽀뽀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지만.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날까봐 노심초사했다.) 싱글이던 낫싱글이던 자기 자신의 생각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것 정도가 교훈이라면 교훈일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기에는 기분이 언짢고, 요즘처럼 더운 날 외출하는 것이 죽도록 싫은 싱글 여성들이 에어컨 바람 아래서 훌훌 넘겨보기 좋을, 괜찮은 소설이다.



저자: 리즈 투칠로
저자 리즈 투칠로는 뉴욕에 살고 있는 작가이자 영화 감독이다. 국내에서도 메가 히트를 기록한 HBO의 인기 시트콤 「섹스 앤 더 시티」의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그렉 버렌트와 함께 쓴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2004)는 여성들의 연애에 대한 환상을 무참히 깨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2006년 퀼 도서 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는 2009년 영화화되어 개봉 첫 주에 2,747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녀의 첫 장편소설 『싱글로 산다HOW TO BE SINGLE』는 2008년 출간되었고 2016년 2월, 동명의 영화로 개봉하여 큰 인기를 끌었다.

글, 사진: 땡스북스 최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