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3일 ~ 10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여행, 디자이너처럼
홍콩 Hong Kong 

60명의 예술가 × 60개의 공간
디자인하우스 
빅셔너리 지음 | 김선하 옮김

홍콩에 갈 일이 생겼다. 두바이에 갈 일이 있었는데 캐세이퍼시픽 항공권 가격이 가장 만족스러워서 홍콩 경유 일정을 잡아버린 것이다. 물론 스탑오버 날짜도 4일이나 챙겼다.

홍콩 스탑오버를 준비하며 내가 염두에 둔 책이 바로 디자인하우스에서 번역 출간한 60X60 시리즈다. 이미 홍콩을 여러번 여행한 나에게는, 홍콩 크리에이터 60명이 추천한 60가지 재미를 담은 이 책이야말로 최고의 파트너인 셈이다. 어쩌면 이 책 때문에 다시 홍콩에 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도쿄와 베를린 여행을 하며 이 시리즈의 진가를 이미 확인 했었다. 기존의 가이드북과는 차별화된 정보로 창의적인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맞춤 큐레이션 정보를 제공한다. 현지에서 살고 있는 디자이너, 아티스트, 건축가 등 60명의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 한 곳씩을 선정해 소개하는 콘셉트는 취향만 비슷하다면 도시 전반을 다룬 가이드북에서는 얻을 수 없는 나만의 맞춤정보를 얻을 수 있다. 더군다나 다른 도시도 아니고 이 시리즈를 출판한 빅셔너리가 있는 도시 홍콩 아닌가! 

책은 크게 5가지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랜드마크와 건축물, 그리고 문화와 예술공간, 시장과 상점, 식당과 카페, 마지막으로 밤문화까지. 한 도시에서 일어나는 조금은 서브 켤춰에 가깝고 새로운 커다란 흐름에 단서를 제공하는 기운을 느껴볼 수 있는 것이다.  

위트있는 서문을 소개한다. 홍콩 현실을 잘 풍자한 소개글에 피식 웃고 말았다. 

P. 47
악명 높은 고가의 임대료. 이제야 예술과 창의성에 귀 기울이는 정부로 인해 홍콩의 예술계가 런던이나 뉴욕처럼 분주해질 일은 당분간 없을것 같다.  그래도 포탄과 삼수이포, 웡척항, 차이완 등지의 창고와 옥상에서 예술에 목마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추천하며 한가지 주의사항도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이 책에서 소개한 장소들은 많은 곳들이 도시 외곽이나 외진 곳에 있다. 어렵게 찾아갔는데 기대와 달리 실망스러울 수 있다. 도시를 구성하는 환경은 늘 변한다. 멋진 곳이었는데 유명세와 함께 그저 그런 곳이 되기도 하고, 마침 그날 따라 서비스가 별로일 수도 있다. 누군가의 취향을 느껴보는 것이니 만큼 열린 마음으로 어떤 경험도 받아들이는 긍정이 필요하다.

P. 118 미도카페
영국 식민지 시대를 살던 홍콩 사람들, 특히 노동자 계층이 가격 부담 없이 향유하던 것들에 대한 동경이 1950년대식 실내 장식과 구닥다리 메뉴판에 소중히 담겨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지어진 2층짜리 공동주택의 정면은 아름다운 곡선이 돋보인다. 가족이 운영하는 이 카페는 볶음면류, 시판소스와 고기를 입맛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각종 덥밥류, 우유와 잘 어울리는 토스트와 샌드위치 등,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전형적인 광동요리를 선보인다. 평화로운 순간을 만끽할 수 있는 점심과 저녁 사이에 가길 권한다.

“해 질 무렵 창가에 앉아 카페 직원이 간판의 아름다운 네온사인을 켜는 순간을 만끽하세요.” 마이클 렁

내가 홍콩을 좋아하게 된 것은 홍콩영화 덕분이다. 대학생 때 봤던 홍콩 느와르 영웅본색, 그리고 코믹했던 성룡의 무협영화들. 첨밀밀에서 들었던 등려군의 노래와 왕가위 감독의 매력적인 영상이 어우러져 나만의 홍콩이미지라는 것을 만들었다.

홍콩섬 완차이 근처의 허름한 호텔에 방을 잡고, 현지인이 즐겨찾는 작은 식당에 들려 푸짐하게 저녁을 먹고, 자정 넘도록 운행하는 트램 2층 맨 앞에 앉아 분주한 홍콩 거리를 질리지도 않고 쳐다보았다.

홍콩은 끊임없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20년 전 영국 식민지 시절의 홍콩과 비교했을 때 물가는 더 비싸졌고 문화적 다양성은 줄었지만 여전히 홍콩은 아시아 문화와 서양 문화를 합리적으로 이어준다. 이 도시가 나에게 여전히 흥미로운 것은 우리에게도 필요한 1국가 2체제의 미래를 살펴볼 수 있고, 영국 자본주의로 다듬어진 동양의 진주가 사회주의와 만나 어떤 값어치를 가질지 여전히 궁금하기 때문이다.

지은이: 빅셔너리 viction:ary
홍콩의 대표적인 디자인 전문 출판사. 그래픽 디자인, 일러스트, 패션, 건축, 제품 디자인, 현대 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 예술 관련 서적을 출간하고 있다. www.victionary.com

옮긴이: 김선하
회계학과 영문학을 전공한 후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다가 책에 대한 넘치는 애정에 힘입어 뒤늦게 출판계에 뛰어들어 10여 년간 편집자로 근무했다. 현재 출판기획자, 프리랜서 편집자 및 번역가로 활동 중. 옮긴 책으로는 《라일라와 에단의 유혹》, 《그레인 브레인》, 《가벼운 삶의 기쁨》, 《하룻밤에 끝내는 기적의 경력 관리》 등이 있다.

글, 사진: 땡스북스 이기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