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3일 ~ 6월 19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최고의 평면
마티
혼마 이타루 지음, 박승희 옮김


마티의 좋은 집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

잘 짠 평면이 좋은 집을 만든다
2011년 대한민국 집짓기 열풍에 도화선이 되었던 『두 남자의 집짓기』 이후 3여 년이 흘렀다. 이제 ‘집’은 부동산이 아닌 삶의 터전이자 문화와 취향의 척도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집에 관한 많은 출판물들이 쏟아지고 있고, 그 깊이와 영역도 점점 더 전문적이면서도 폭넓어지는 추세다.
이번에 마티에서 펴내는 『최고의 평면: 삶을 결정하는 공간 배치법』은 지금까지 출간된 ‘집’에 관한 책들 가운데 가장 독특한 책이다. 왜냐하면 사진이나 일러스트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1차원 ‘평면’으로 3차원의 공간을 머릿속에 그리도록 훈련시키기 때문이다.
르 코르뷔지에는 “모든 건축물은 평면이 정한 규칙에 따라 발생하고 발전한다”고 정의했다. 평면을 짜는 일이 집짓기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뜻이다. 인테리어나 수납정리, 가구나 조명기구 등은 살아가면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하지만 평면은 리모델링을 한다 하더라도 크게 바꾸기 어렵다.
어떤 집에 들어갔을 때 ‘전체적으로 편리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그 집의 평면 구성이 좋기 때문이다. 단열재에 관한 문제라고만 생각하기 쉬운 결로 등도 통풍과 채광이 나쁜 평면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4베이, 알파룸, 가변 벽체의 인기
아파트도 평면을 보고 결정하는 시대

평면은 집짓기뿐만 아니라 아파트에서도 중요한 선택기준이다. 최근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건설사들은 중소형 평형에 4베이를 적용하고 알파룸과 가변 벽체를 설계에 반영해 여유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등 너도나도 평면 짜기에 골몰 중이다. 따라서 평면을 보고 집안에서의 생활을 상상할 수 있는 소비자의 안목이 더욱 중요해졌다. 막연히 아파트 분양광고나 모델하우스에서 보고 넓이만 떠올리던 평면에서,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동선과 공기와 바람의 흐름까지 읽고 실제로 살게 되었을 때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최고의 평면』이 필요한 이유다.


집안 구석구석 생활이 즐거워지는 평면 짜기 비법
『최고의 평면』은 사진이나 일러스트 중심으로 구성하던 그동안의 주거?인테리어 분야 도서의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350여 장의 평면도를 중심에 배치했다. 평면도를 읽을 수 있어야만 집, 나아가 건축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면도 옆에는 각 공간을 어떤 필요와 의도로 만들었는지 설명하고 그 활용법을 덧붙였다. 또한 아직 평면이 낯선 독자들을 위해서 해당하는 부분의 사진을 함께 실어서 이해를 돕는다.
‘좋은 평면을 결정하는 조건’을 다루는 1장은 출입구와 현관에서부터 다락방 작업실까지 집을 구성하는 공간을 13개로 구분하고, 각 부분의 평면도를 이용해서 공간의 특성을 살리고 집안 구석구석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건폐율이 40%에 불과한 땅에 집을 도로면에서 3m 이상 안쪽으로 배치해서 넓은 주차장과 마당까지 확보한 집(26쪽), 채광을 확보하기 힘든 주택밀집지에서 LDK를 3층에 배치하고 현관 역시 같은 층에 배치한 뒤 계단을 안팎에 두 개 만들어서 외부 계단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오도록 유도한 집(53쪽), 화장실을 집의 중앙에 배치하고 출입구를 두 개 만들어 집안 어디에서든 편리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한 뒤 방사형의 회유동선을 구성한 집(135쪽) 등을 보면 그간 쌓여 있던 공간 배치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동선은 사람의 통로인 동시에 빛과 바람의 통로이다
흔히 평면을 실내 각 공간의 위치와 공간을 구분하는 벽, 기둥, 개구부 등을 표시한 그림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최고의 평면』 2장 ‘빛?바람?시선이 통하는 평면’은 평면도 하나로 집으로 들어오는 빛과 실내를 흐르는 바람, 그리고 생활 동선과 시선의 흐름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까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집안 구석구석을 연결하고 뚫고 흐르고 묶어라
이어서 위아래 층의 온도차를 이용해 냉난방 효율을 높인 사례(238쪽), 벽면의 반사광을 이용해서 창을 만들 수 없었던 집안 깊은 곳까지 자연광을 끌어들인 공간 배치(244쪽), 벽을 설치하는 대신 LDK 중간에 키가 높은 수납장을 짜서 각 공간을 구분한 사례(264쪽), 바닥면적이 8평에 불과해서 아이들의 공간과 부모의 공간이 나누어졌지만 LDK 일부를 보이드로 개방하고 윗층 아이방과 연결한 집(273쪽) 등을 통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평면의 요소들을 십분 활용해서 가족의 생활을 변화시킨 예들을 확인하자.


사회적?환경적 조건까지 극복하는 평면 배치법
3장 ‘생활이 즐거운 최고의 주택 평면 35’에는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집의 평면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모아놓았다. 부부 두 사람이 각각의 취미를 즐기며 사는 연면적 72㎡의 2층집은, 1층에 화장실과 개인 방을 배치하고 LDK를 2층에 몰아넣는 방식으로 개인 공간과 공용 공간을 분리해서 생활의 여유를 찾았다(276쪽). 부모님과 자녀 부부 두 가족이 사는 2층 주택은 각 세대의 거실을 연결하는 계단을 하나 더 만들었고(332쪽), 부모님과 큰아들 부부 그리고 작은아들 부부까지 세 가족이 모여 사는 땅콩집은 1층 전체를 부모님이 사용하고 2~3층은 반으로 나눠 형제 부부가 사용한다(338쪽). 이처럼 가족 구성원의 수와 구성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평면을 비교하면서 독자들은 자신의 가족에게 어울리는 집을 짐작해볼 수 있다.
또한 이 장에서는 세로로 길쭉한 땅, 깃대모양 부지, 삼면이 도로에 둘러싸인 집, 남향이 이웃집에 완전히 가로막힌 주택밀집지에 지은 집 등 주어진 환경을 평면으로 극복한 방법도 확인할 수 있다.

저마다 다른 기막힌 사연과 개성을 담고 있는 평면들은 그간 막연하게 집을 짓는 꿈을 꾸고 두루뭉술하게 생활을 상상하던 독자들이 세세한 생활과 각 공간을 연결하는 동선은 물론이고 빛과 바람의 움직임까지 그려보는 모델하우스 역할을 해줄 것이다.



저자: 혼마 이타루
도쿄에서 태어나 니혼대학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링칸치 설계사무소’에서 설계를 시작했다. 1986년 독립해 ‘혼마 이타루 블라이슈티프트(本間至 Bleistift)’를 개설했다. 1995년 NPO단체 ‘집만들기 모임’에 참여하고, 2006~2008년 동 단체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니혼대학 이공학부 건축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최고의 주택을 디자인하는 방법』 『최고의 주택을 만드는 방법』 『최고의 개구부를 만드는 방법』 등 건강한 주거 문화를 소개하는 책들을 출간했다.

역자: 박승희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양어대학 및 동대학원 일본학 석사과정을 졸업하였다. 2009년 시바 료타로의 단편소설 《주도》와 데라다 토라히코의 평론 《요괴의 진화》의 번역으로 제7회 시즈오카 국제번역콩쿠르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번역서로는 《최고의 평면》, 《독립생활 다이어리》, 《요통탐험가》,《힘내요 당신》,《마음이 꺾일 때 나를 구한 한마디, 《일하는 당신을 위한 결혼 사용 설명서》 등이 있다.


글: 마티 편집부
사진: 땡스북스 박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