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일 ~ 5월 8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상뻬의 어린 시절
미메시스
장 자끄 상뻬 저
양영란 역


늘 행복하지는 않아도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행복해질 구실을 찾아내고야 말죠.

나는 상뻬 특유의 장난기 어린 풍자가 좋고, 따듯한 화풍이 좋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일까.
『마주 보기』, 『얼굴 빨개지는 아이』, 『각별한 마음』 등으로 친숙한 삽화가이자 오늘날 프랑스인들의 삶을 가장 탁월하게 그려 내는 작가 장 자끄 상뻬. 이 책은 전 텔레라마 편집장인 마르크 르카르팡티에와 나눈 대화를 통해 그가 회상하는 유년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인터뷰집이다.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상뻬의 어린 시절을 들여다봄으로써 그의 작품을 한 층 더 이해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그래요, 정말 난 하나도 즐겁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그래서 이렇게 즐거운 것들을 좋아하게 됐을 겁니다.

내가 상상한 그의 어린 시절은 부유하진 않더라도 고생 없이 자란 그를 막연히 생각해왔다. 하지만 실제로 그의 어린 시절은 부모님의 술주정, 잦은 싸움, 폭력 그리고 방치로 그의 그림과는 정반대인 삶을 살았다. 그래서인지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행복한 사람들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행복한 사람들을 그리고 싶었어요. 행복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유머러스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는 말입니다. 그게 바로 내 성격입니다.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진 이후부터는 빨리 걷거나 뛰는 사람만 그린다니까요.

P.23
(…)단 한순간도 부모님을 원망한 적 없어요. 그분들은 그저 힘자라는 대로 사셨으니까요. 그래도 아들을 얼싸안아 주는 친구 엄마들을 볼 때마다 억장이 무너져 내렸죠. 난 늘 얻어맞기만 했으니까요.(…)

P.33
(…)난 이빨 뽑는 사람처럼 거짓말을 해댔어요. 노상 입에 달고 살았다니까요. 친구들한테 가족끼리 보낸 유쾌한 저녁 시간을 자랑하기도 했지요. 실제로는 매일 지옥 같은 싸움판이었는데도 말이죠.
아주 가혹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조차 과거를 회상할 때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되는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서 사람들은 언제나 기분 좋은 추억을 그러모으게 될까요? 정말 근사하죠!



P.41
L-(…)그러고보니 당신은 아직 늙지 않은 모양이로군요?
S-무슨 말씀을. 많이 늙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어린아이로 남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

P.47
그렇죠. 하지만 난 그래도 행복한 아이들을 상상하기를 좋아하죠. 자기도 모르게 행복한 아이들 말입니다.
실제로는 언제나 행복하지 않아도 말입니까?
늘 행복하지는 않아도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행복해질 구실을 찾아내고야 말죠.


P.122
언제나 그게 뭔지는 잘 모르지만, 좌우간 잃어버린 모든 것이 즉각적으로 떠오르죠. 정원에서 나던 향기, 화초에 물을 줄 때 나던 향기 같은 후각적인 기쁨이 있을 테고, 또 이제는 나이가 들었다는 놀랍고도 근사한 감정이 있을 수 있죠. 어떤 시기에는 어린 아이였는데 나이가 들었다니, 참으로 묘한 감정이 생깁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겪은 것들에 왜곡된 행복의 옷을 입힌다고 나는 확신해요,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걸요.

P.137
길거리를 잘 보세요. 어린 아이들은 우선 입고 있는 옷이랑 쓰고 있는 빨간색, 노란색 모자들만 봐도 색상이 다채롭죠. 그런데 어른들은 대개 회색 양복을 입고 있죠. 어쩌다가 진한 청색이나 빛바랜 듯한 청색 옷이 눈에 띌 뿐입니다. 은행이나 환전소에서 일하기에 어울리는 복장이죠. 십중팔구 진지한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서겠죠. 세상은 어른들에게 진지하게 보일 것을 요구합니다.


어떻게 그는 불우한 환경에서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그릴 수 있었을까?

상뻬는 그것이 본인의 성격이라고 말하지만, 그는 가혹했던 유년시절 속에도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을 놓치지 않았다. 라디오를 품고 잠자던 순간, 처음 양복 재킷을 입었을 때 느꼈던 자신감, 양아버지에게 처음 그린 그림에 대해 칭찬받던 순간 등. 불우한 환경 속에도 이런 순순한 면이 없었다면 우리는 그의 그림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따뜻한 화풍과 재치 있는 유머로 인간의 삶을 경쾌하게 그려내는 상뻬가 제일 처음 신문에 게재했던 그림부터 그의 유년기의 기억을 떠올리는 듯한 그림을 만나 보길 바란다.
그의 그림에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저자 : 장 자크 상뻬
1932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났다. 소년 시절, 악단에서 연주하는 것을 꿈꾸며 재즈 음악가들을 그린 것이 그림 인생의 시작이었다. 1960년 르네 고시니를 알게 되어 함께 『꼬마 니콜라』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1962년에 첫 번째 작품집 『쉬운 일은 아무것도 없다』가 나올 때 그는 이미 프랑스에서 데생의 일인자가 되어 있었다. 이후 프랑스의 『렉스프레스』, 『파리마치』 같은 유수의 잡지뿐 아니라 미국 『뉴요커』의 표지 화가이자 가장 주요한 기고 작가로 활동했다. 1960년부터 30년간 그려 온 데생과 수채화가 1991년 '파피용 데 자르'에서 전시되었을 때, 현대 사회에 대해서 사회학 논문 1천 편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 준다는 평을 들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마주 보기』, 『얼굴 빨개지는 아이』, 『인생은 단순한 균형의 문제』, 『어설픈 경쟁』, 『사치와 평온과 쾌락』, 『뉴욕 스케치』, 『속 깊은 이성 친구』,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거창한 꿈』, 『아름다운 날들』, 『파리 스케치』, 『겹겹의 의도』, 『각별한 마음』, 『뉴욕의 상뻬』 등이 있다.


역자 : 양영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3대학에서 불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코리아헤럴드」 기자와 『시사저널』 파리통신원을 지냈다. 옮긴 책으로 『잠수복과 나비』, 『식물의 역사와 신화』, 『포스트휴먼과의 만남』, 『탐욕의 시대』, 『빈곤한 만찬』, 『그리스인 이야기』, 『왜 검은 돈은 스위스로 몰리는가』 등이 있으며, 김훈의 『칼의 노래』를 프랑스어로 옮겨 갈리마르사에서 출간했다.


글, 사진: 땡스북스 박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