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0일 ~ 2월 2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슬픔의 위안
현암사
론 마라스코, 브라이언 셔프 저, 김명숙 역

작년 한 해동안 사람들과 눈만 마주치면 추천하고 다녔던 <슬픔의 위안>은 슬픔에 부딪히고, 빠졌다가 마침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단계별로 나눠 이야기하는 책이다.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썼다.'는 저자의 뜻대로 나는 이 책을 통해 말로 다 할 수 없는 깊은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
   
이 책의 타깃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사별(을 포함한 모든 이별)을 겪은 이, 둘째는 그들을 도와주고 싶은 이, 마지막으로 슬픔이라는 감정 자체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다. 나는 완벽하게는 아닐지언정 세 부류에 모두 해당하는 사람이었다. 평소 같으면 선뜻 손이 가지 않았겠지만 그런 내가 이 책을 집어 든 건 당시 상황이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2016년은 나에게 끔찍한 한 해로 남았다. 영원할 것 같던 일상은 얼마나 깨지기 쉬운 유리였는지. 언제나 건강할 것 같았던 아빠가 큰 수술을 했고 나는 그 옆에서 어쩔 줄 모르는 자식이 되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죽음이 가깝게 다가온 적은 처음이었다. 아빠가 수술 가능성이 1/4밖에 되지 않는 병을 진단받은 후, 천운으로 그 25%에 들어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나는 수많은 상상을 했다. 아빠와 함께한 어린 시절의 기억부터 아빠가 없을 수도 있는 이후의 상상까지.

P.33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은 절친한 사람들, 특히 가족들의 독특한 말투다.
   
P.35
누군가를 가장 깊이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 관련이 있는 사소한 것들을 가장 많이 알고 있다는 뜻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랜 시간 함께한 연인과 처참히 헤어졌다. 당시엔 가족을 신경 쓰느라 힘든지도 몰랐고 너무 큰 일 앞에서 연인과의 이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믿었는데, 그렇게 얼려놓다시피 묻어둔 슬픔은 계절이 지나면서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다'고 했던가. 노래 가사는 이별 후 누구나 그렇듯 내 이야기 같았고,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 때문에 청승맞게 울기도 했다. 한 번에 한 가지씩 겪어도 힘든 일들이 한꺼번에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을 잘 흘려보낼 수 있었던 것은 단언컨대,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개 '슬픔'이란 꼭 극복해야 하고, 오래 가지고 있으면 안 되는 감정으로 여긴다. 또한, 그것이 끼어들 틈이 없는 행복으로 무장된 삶을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희로애락이라는 말처럼 슬픔은 인간의 아주 기본적인 감정이고, 시시때때로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러나 우리는 이 슬픔에 관해서라면 늘 서툴고 어색하다. 슬픔을 겪는 당사자는 극복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주변인은 도움을 주고 싶으나 방법을 모른다. 슬픔이라는 감정에 관심이 있는 자들 또한 부정적인 감정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런 나에게 저자는 ‘슬퍼하는 건 회복의 과정이다. 슬픔을 겪는 당사자라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정확히 마주 보라. 혹, 주변인일 경우엔 뜬구름 잡는 소리 대신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라’ 라고 말한다.

P.100
사실을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실이 사라져버리는 것도, 받아들이기 쉬워지는 것도 아니다.
끔찍한 순간에는 정직해지기가 어렵다. 정직해진다고 해서 이미 일어난 슬픔과 비극이 완화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분명 패닉은 줄여준다.
   
P.111
슬플 때는 지킬 수 있는 작은 약속이
지킬 수 없는 큰 약속보다 낫다.


미국인이 쓴 글이라 정서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은지라 문화를 초월하여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사별은 아주 특별한 일이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이 겪는 일’이라고 책은 말한다. 이 말은 먼 훗날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겪을 때 내게 큰 위로가 되리란 확신이 들었다.

P.157
슬픔의 폭풍우 한가운데에 있을 때 반드시 떠올려야 하는 것들이 있다. 다시 유머를 즐기게 되리라는 것, 삶은 계속되리라는 것, 시계는 다시 똑딱똑딱 가고 별들이 다시 보고 싶어지리라는 것을. 그리고 숨 막히게 하는 슬픔의 미덕과 대결을 벌이는 중에도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기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많은 이들에게 위로받았지만, 혼자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망망대해에 코만 겨우 내밀고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슬픔을 겪은 사람이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었고, 그 끝은 분명히 있으며 다시 또 웃는 나날이 이어지리란 확신을 주었다.
   
누군가를 떠나보냈거나 혹은 이별을 앞두고 깊은 슬픔에 잠겨있는 사람이라면 꼭, 꼭 읽었으면 좋겠다. 더 건강한 방식으로 슬픔을 대하고,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지만 '괜찮아'라는 말밖에 못 건네는 자신이 한심한 사람도 꼭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이에게 어떤 식으로 올바른 위로를 건넬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말 고맙다. 이 책이 있어서 고맙고, 이 책을 번역한 번역가에게도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부디 더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길 바라며.
   
추신. 1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잘 지낸다. 가족도 건강히 일상으로 복귀했다.
앞으로 살아갈 날 동안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은 수없이 남아있고, 반복 또 반복 할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처음이라는 듯이 온몸으로 슬퍼하고 울겠지. 하지만 이제는 전만큼 두렵진 않다. 이 책을 통해 얻은 확신들이 나를 지탱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곁에 있어 주었던 이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제는 마음이 많이 편하다.



저자 : 론 마라스코
연출가이자 작가로 활동하며 미국 로스앤젤레스 로욜라메리마운트 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및 예술하고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영화와 연극, 소설, 역사 등을 이용해 '슬픔'에 대한 강의를 열어왔다. 저서 'Notes to an Actor'는 미국도서관협회가 뽑은 '2008년의 주목할 만한 책'으로 선정되었다. TV시리즈와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저자 : 브라이언 셔프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 출신의 소설가로 현재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다. 여덟 살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슬픔'이라는 주제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다. 공동 저자인 론 마라스코와 함께 영화와 드라마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하였다.

역자 : 김명숙
가톨릭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밤은 부드러워', '셜록 홈즈, 네 개의 기호', '찰리챈, 커튼 뒤의 비밀'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최근 부상하는 현대 중국의 정치.사회상을 인물 중심으로 조명한 '변화하는 중국의 정신적 초상'을 번역했다.

글, 사진: 땡스북스 손정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