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2일 ~ 6월 18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첫 휴가, 동남아시아
북노마드
예다은 저

"바나나 팬케이크 트레일" 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너무나 달콤한 이 이름은 배낭여행자들이 찾아가는 동남아시아 여행지를 일컫는 말이다. 배낭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에 게스트하우스, 카페 등이 생겨나고 아침식사로 바나나 팬케이크를 서빙하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공인된 길이나 경로는 없지만 그저 동남아시아에서 배낭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어디든 바나나 팬케이트 트레일이라 부를 수 있다고 한다.

프롤로그의 이 귀여운 이름 때문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올라! 스페인"의 저자 예다은 씨의 여행 스타일은 전작에서도 그러했듯이 내 여행 스타일과 많이 닮아있었다. 많은 여행 스타일 중, 하필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지만, 일상의 편리함과 거리가 멀어지고 필요한 것들만 챙긴 배낭을 지고서 불편하고 고단한 여행을 했었다. 그리고 무계획 여행을 즐기고 내키는대로 다녔다. 그래서 태국과 홍콩을 여행 갔을 때, 함께 한 친구들은 휴식과 쇼핑을 원했었지만 그 비중이 달랐기 때문에 서로 많이 양보해야 했었다. 그래서 여행 스타일이 맞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참 좋아하는데, 여행하면서 느꼈던 점이나, 일상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들 등 저자 예다은씨의 이야기가 잘 맞았다.


출판사 리뷰

공들여 쌓은 것들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이십대, 늦은 밤과 주말까지 일에만 파묻혀 지내야 했던 첫 회사 생활을 모두 무너뜨리고 장기 여행을 떠난 작가 예다은의 두번째 여행 에세이. 이 책에는 동남아시아에서 보낸 두 달을 담았다.

사실 한국 사람들에게 동남아시아란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짧은 휴가로 가는 곳, 배낭여행보다는 패키지 상품을 통해 쇼핑과 휴양을 즐기고 오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사실 배낭여행자들 중에는 동남아시아를 장기간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저자 역시 배낭을 짊어지고 60여 일의 시간 동안 동남아시아를 걸었다. 처음으로 들어간 회사를 스스로 그만두고 떠난, 나에게 선물로 안겨준 첫번째 휴가였다.

말레이시아의 페낭, 태국의 방콕, 빠이, 라오스의 방비엥, 비엔티안 등 긴 동남아시아 여행을 따라가다보면 ‘혼자서도 동남아시아를 길게 여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금 동남아시아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제 막 서른을 앞둔 저자에게 또다른 인생의 막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 긴 동남아시아 여행, 이제 갓 서툰 발걸음을 내딛는 당신에게 건네고 싶은 작은 선물이다.

우리는 서툴다. 처음 겪는 일들, 나와 완전히 다른 사람들을 마주하는 일에는 쉽사리 익숙해지지 않는다. 능숙함이란 가끔 밀린 숙제처럼 끈질기게 남아 우리를 곤욕스럽게 한다. 무엇보다 당혹스러운 사실은 그 ‘서툶’이 삶을 낮잡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는 것이다. 직장과 학교, 가정…… 반복되는 일상에서 능숙해지지 못한다는 것은 게으르거나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이해된다. 일종의 낙오. 그러나 서툰 것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능숙해지지 전까지, 우리는 모두 서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또 모든 일에 처음이 있다. 대개 일상이란 그 서툰 걸음을 외면한다.



p.17
거지가 질투하는 대상은 백만장자가 아니라 좀더 형편이 나은 다른 거지라는 버트런드 러셀의 말처럼, 내가 부러워했던 것은 5성급 호텔에 머물며 호화롭게 여행하는 이가 아니라 그저 푼돈을 아껴가면서 오래도록 여행하는 젊고 허름한 여행자들이었다. 일상에서라면 가난은 비루함이지만, 젊은 여행자에게 가난은 오히려 철학이 되고 가치가 된다. 가난해도 비굴하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것은 여행자의 특권이다.

147p
사람들은 내게 물었다. 여행하는 동안에는 왜 떠나왔느냐고, 여행을 다녀와서는 무엇을 얻어왔느냐고. 혹시 내 대답을 듣는다면 나를 한심하다 여길지도 모르겠다. 아끼다가 닳아 없어져버릴 것 같은 젊음을 낭비하기 위해 떠나왔고, 그것을 한 치의 아낌없이 흥청망청 낭비해버리고 돌아왔다. 긴 시간을 지불하고 얻어온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젊음을 낭비하고 빈손으로 돌아온 게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여행은 인생의 한 시절을 그리 흘려보내도 충분히 좋다 느낄 만큼 묘하게 행복한 일이기도 하다. 똑똑하게 살아야 한다고 핸드폰마저 스마트폰이라 부르는 세상에서, 여행은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어리석게 사는 법을 가르쳐준다. 나와는 평생 인연이 없을 줄 알았던 장소에 애써 찾아가는 법이나 다시 옷깃을 스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에게 헤프게 웃어주고 시간을 내어주는 법, 마음만 먹으면 매일같이 볼 수 있었던 해돋이를 태어나 처음 보는 사람처럼 가슴 벅차게 바라보는 법 따위를.

그러나 단 하나, 그 모든 서툰 존재를 인정하고 기다려주는 것이 있다. 여행이다. 작가 예다은은 능숙한 인간만을 요구하는 사회생활을 뒤로하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서툰 발걸음을 내딛었다. 공들여 쌓은 것들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이십대의 날들. 늦은 밤과 주말까지 일에만 파묻혀 지내야 했던 첫 회사 생활.

그때 그녀에게는 3박 4일 여름휴가조차 실현 불가능한 꿈이었다. 살면 살수록 조심해야 할 것들이 늘어나 꼼짝할 수 없었다. 문득, 공들여 쌓아서 뭐하나 싶은 답답한 마음에 스스로 모든 것을 무너뜨려버렸다. 그동안 쌓아온 탑을 무너뜨린 대가로 앞으로 인생을 ‘멋대로’ ‘허술하게’ 쌓아갈 자유를 얻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길에 오른 그녀는 열 달 동안 세계를 여행했다. 긴 여행과 긴 자유, 이를테면 그것은 그녀 삶의 ‘첫 휴가’였다.



p.309
하루에 필요한 만큼만 갖고 더 욕심내지 않는 삶이 가뿐하니 부럽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냉장고, 더 넓은 부엌이 아니라 어쩌면 하루 몫의 먹거리, 하루 몫의 희망, 하루 몫의 위안이고 사랑이 아닐까. 승려들에게 시주한다고 해서 누군가의 몫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그저 주고받는 이가 함께 풍족해질 뿐. 그것을 알기에 루앙프라방의 탁밧 행렬은 매일같이 이어진다. 원래 세상에는 모든 사람들이 나누고도 남을 만큼 충분한 음식이 있다고 들었다. 누군가가 굶는 것은 음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나누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여덟 달은 유럽에서 두 달은 동남아시아에서 보냈다. 동남아시아로의 여행은 일탈에 대한 욕망과 귀소에 대한 본능의 중간쯤 되는 타협안이었다. 언젠가 돌아가고 싶지만 당장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의 중간. 물론 두 달이라는 긴 동남아시아 여행은 우리에게 많이 낯설다.


한국 사람들에게 동남아시아란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짧은 휴가로 가는 곳, 배낭여행보다는 패키지 상품을 통해 쇼핑과 휴양을 즐기고 오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배낭여행자들 중에는 동남아시아를 장기간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저자도 배낭을 짊어지고 60여 일의 시간 동안 동남아시아를 걸었다. 말레이시아의 페낭, 태국의 방콕, 빠이, 라오스의 방비엥, 비엔티안 등 긴 동남아시아 여행을 따라가다보면 당신 역시 ‘혼자서도 동남아시아를 길게 여행해볼 만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금 동남아시아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생애 첫 휴가가 되어준 긴 여행. 그것은 모든 서툰 ‘처음’을 용납해주었다. 이제 막 서른을 앞둔 저자가, 또다른 인생의 막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아주 멀리까지 갔다가, 다시 생활이 있는 땅을 향해 천천히 돌아오고 있었다. 그 길 위에서 여행은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어리석게 사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긴 여행, 긴 자유 끝에 다시 서툰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하는 듯하다. 그러니 우리 한껏 서툴러지자고, 어리석어지자고.



저자: 예다은
IT 기획자 겸 여행 작가이다. 생활하듯 여행하고, 여행하듯 생활하고, 물질적으로 ‘잘’ 살기보다는 경험적으로 ‘잘’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물건은 낡고 닳지만 경험은 내 안에 켜켜이 쌓여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믿고 저서로는 여행 산문집 『올라! 스페인』을 썼다. 블로그 주소는 yedaplanb.com이다.


글: 북노마드 편집부
사진: 땡스북스 김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