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4일 ~ 27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디앤디파트먼트에서 배운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전하는 가게 만드는 법

:사면서 배우고, 먹으면서 배우는 가게

에피그람

나가오카 겐메이 지음 / 허보윤 옮김

롱 라이프 상품을 파는 일본의 디자인숍 "디앤디파트먼트D&Dpartment"의 8번째 그리고 해외 최초의 지점인 서울점이 2013년 11월에 정식으로 오픈했다. 일본과는 사는 방식과 상품에 대한 인식이 다른 한국에서 오픈하기 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다행인 것은 이미 앞서 출간된 세 권의 저서 <디자이너 생각위를 걷다>, <디자이너 함께 하며 걷다>(안그라픽스), <디자인 하지 않는 디자이너>(아트북스)를 통해 디자이너들에게 디앤디의 이념은 많이 알려졌고, 최근에는 비슷한 생각을 하는 작은 가게들도 생기고 있어 관심이 높다는 점이겠다.


P.011
디앤디는 쓰레기 더미 가운데 좋은 디자인의 물건을 '구조'하는 일에서 시작되었다. 구조된 물건은 디앤디를 통해 판매되고 새로운 수명을 얻어 오래오래 사용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물건이 구조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즉, 뭐가 됐든 오래 쓰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혹은 올바른 디자인을 갖춘 물건만이 '긴 수명long life'을 누릴 자격이 있다.

독일의 바우하우스가 산업 시대에 던진 화두처럼 디앤디의 운영 철학은 쏟아져 나오는 디자인 상품 속에서 긴 수명의 물건을 찾아 판매하겠다는 것에서 시작됐다. 이제는 단순히 숍의 운영에 머무르지 않고 하나의 디자인 운동으로 - 또는 그렇게 보이기 원하는 자세로 - 나아가고 있다.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으로 소비되던 시대가 막 끝나갈 무렵과 맞물려 디앤디의 철학은 국내에서도 활발히 알려지고 있다. 서울점이 오픈하면서 좀 더 가깝게 디앤디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참 반갑다.

P.033
도쿄와 오사카에 직영점을 열었다. 일본의 주요 6개 도시에 가게를 내면 우리의 철학을 널리 퍼트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익 추구형 프랜차이즈와 다르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디앤디는 하나의 프레젠테이션이어야 한다. 나가오카 겐메이의 개인 취향을 따르는 상점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매장'의 형태로 제안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인구가 많은 대도시에 가게를 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계속해왔고, 또 그렇게 믿었습니다.

지점을 낸다는 것은 처음 숍을 만드는 것과는 또 다른 고민이 필요하다. 나가오카 겐메이도 지점이 늘어나자 처음의 철학에서 계속해서 수정하고 발전시켰다. 지점을 만드는 것이 단순히 본점의 시스템을 가져다가 쓰는 것으로 끝난다면 "이익 추구형 프랜차이즈"일 뿐이라는 것이다. 나가오카 겐메이가 서울점을 오픈하기로 한 뒤 한국에서 '롱 라이프 디자인'을 추구하는 업체를 찾아다녔다는 것도 그런 노력의 한 부분이다.

P.049
쇄도하는 지역점 요청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디앤디의 운영 방식이 다점포로 전개하기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역점은 디앤디의 운영 방식을 정리하는 기회가 되었다.

P.053
지역점에 대한 최소한의 원칙은 다음의 세 가지입니다.
1. 본부가 선택한 롱 라이프 디자인 상품을 판매하는 것
2. 해당 지역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일과 물건을 꾸준히 소개하고 판매하며 워크숍 같은 모임을 만들어 교류의 장이 되는 것
3. 먹고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최근 "이케아"가 첫 한국 지점의 문을 열었다. 북유럽풍의 디자인 가구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지만, 가격이 싼 만큼 고장이 나면 수리하지 않고 새로 사는 게 더 편한 그야말로 디앤디의 "롱 라이프 디자인"과 대척될 만한 업체가 아닌가 생각된다. 저렴한 가격의 물건을 바꿔가며 소비하는 것과 좀 더 고가여도 오랫동안 관리하며 쓸 수 있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합리적인 소비인지는 저마다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뭐가 더 옳은 지 말하기 어렵다. 그리고 디앤디의 운영 철학과 다르게 모아둔 상품들이 디앤디라는 "브랜드"로 소비되는 부분도 나가오카 겐메이가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싶다.

P.167
일시적 유행을 노리지 않고, 전해야 할 사람들에게 분명하게 전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 <디앤디파트먼트에서 배운다>를 통해 디앤디의 철학은 잘 전달되고 있고, 그 철학은 올바른 숍 운영과 올바른 소비 문화 그리고 디자인을 대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디앤디의 서울점, 그리고 앞으로 생길 지점들을 통해 그런 결과들이 보여지길 기대해 본다.

저자: 나가오카 겐메이

1965년 홋카이도北海道 출생으로 1990년 일본디자인센터에 입사했다. 이듬해인 1991년 하라 켄야原硏哉와 일본디자인센터 하라디자인연구소를 설립했으며 1997년 일본디자인센터를 퇴사하고 드로잉앤드 매뉴얼을 설립했다.
2000년, 이제까지의 디자인 작업을 집대성하고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소비의 장을 추구하기 위해 도쿄 세타가야에서 디자인과 재활용을 융합한 새로운 사업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02년 오사카 미나미호리에南堀江에 2호점을 전개했으며, 같은 해부터 ' 일본 제조업의 원점을 이루는 상품과 기업만이 모이는 장소'로서의 브랜드'60VISION'(로쿠마루 비전)을 발안, 1960년대에 제품 생산이 중단된 가리모쿠의 상품을 리브랜딩하는 것 이외에 ACE(가방), 스키보시月星(신발), 아데리아(식기) 등, 12개사와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 활동들로 2003년 굿디자인상 가와사키 가즈오川崎和男 심사위원장 특별상을 수상했다.
현재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는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의 직영점을 비롯하여 홋카이도, 시즈오카, 가고시마, 오키나와, 야마나시, 그리고 서울의 지역점에 이르기까지 총 9개의 점포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또한 2009년 11월부터 일본을 디자인의 관점에서 안내하는 각 현의 가이드북 [d 디자인 트래블 d design travel]간행하고 있다. 2012년 도쿄 시부야의 히카리에에 'd 박물관' , 'd 디자인 트래블 스토어', 'd47 식당' 오픈했고 2013년 마이니치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역자: 허보윤

현대공예 이론가이자 현재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이다.
좋은 물건을 통해 사회를 바꿀 수 잇다고 믿는 윌리엄 모리스의 후예라는 점에서 이 책의 저자 나가오카 겐메이와 동류이다. 좋은 물건을 만드는 일인 공예의 가치를 대학에서 가르치면서, 그 가치가 통용되는 공예적 사회를 꿈꾼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꿈을 간직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공예'를 '좋은 디자인'으로 바꿔 말하는 나가오카 겐메이의 책을 번역했다.




글, 사진: 땡스북스 김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