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7일 ~ 13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코넌 도일의 말
셜록 홈스의 작가, 베일 너머의 삶에 관한 인터뷰

마음산책
아서 코넌 도일, 사이먼 파크 공저, 이은선 역

내가 처음 독서의 재미에 푹 빠진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다. 도서관에서 설록 홈즈 책들을 빌려 엄마 몰래 잠도 안자고 읽었다. 작품의 배경인 19세기 말 런던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때라 낮선 풍경 묘사가 머릿속에 뚜렷하게 그려지지 않아 답답했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뛰어난 관찰력과 추리력으로 사건을 해결해가는 설록 홈즈를 보며 같이 긴장하고 신나했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설록 홈즈가 살았던 런던 베이커가 221번지에 가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칼럼리스트 사이먼 파크가 셜록 홈스의 작가 코넌 도일이 실제로 남긴 말을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한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탐정을 탄생시킨 작가의 아이러니한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언제나 이성과 논리 가득한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독자들의 생각과 달리 코넌 도일의 후반부 삶은 심령술에 심취했었다. 파이프 담배, 체크무늬 모자, 냉철한 두뇌의 명탐정을 만든 작가가 어째서 비논리적인 심령술에 관심을 갖고 깊게 빠져서 말년의 삶을 논란 속에서 마무리 했을까?

P.24

어떤 현상이 불가사의하고 경이롭게 느껴진다면 법칙이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기적은 정확한 법칙을 따릅니다.

P.31

갖은 위협에 반항했고 폭력에 굴하지 않는 자세를 보여주는 데서 삐딱한 자부심을 느꼈죠.

P.65

우리는 궁극적인 결과를 충분히 심도 있게 따져보지 않고 사회의 즉각적인 편의성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P.68

고통으로 신음하는 세상 속에서 아직 피지도 못한 꽃다운 청춘들의 사망 소식이 날마다 전해지고, 사랑하는 이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아내와 어머니 들이 도처에 즐비했으니 내가 어쩌다 한 번씩 고민했던 이 문제가 단순히 과학의 법칙에서 벗어난 능력을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라 두 세계 간의 벽을 허무는 무언가 어마어마한 것임을 문득 깨달았던 듯합니다. 그건 엄연히 저승에서 건너왔고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직접적인 호출, 엄청난 고통이 닥쳤을 때 인류에게 전해진 희망과 인도의 외침이었어요.

P.99

세상 사람들이 여러 사소한 문제에 파묻혀서 지금 당장은 삶과 죽음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고민할 여유가 없을 뿐이죠.

P.128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고 그들의 증언을 일축하는 것은 현명한 인간이라면 보이지 말아야 할 오만한 태도 아니겠습니까.

P.148

내가 끝없는 바닷가에 무릎까지 담그고 물살을 헤치며 걸어가는 어린아이와 같다는 걸 나도 알아요.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합니다. 바다가 있다는 거요.

어른이 된지도 한 참이 지났고 런던도 몇 번이나 갔지만 어릴 적 다짐했던 설록 홈즈의 베이커가 221번지를 방문하지는 않았다. 왜 과거의 절실했던 다짐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무뎌지는 일들이 그리도 많은가? 인생은 한두 가지 다짐을 오랫동안 지키고 살기엔 너무 가혹하다. 인기 작가라는 사회적 성공도 1차 세계대전으로 사랑하는 아들과 남동생을 잃은 코넌 도일에게 큰 의미를 줄 수 없었고, 무력감과 상실감을 잊기 위해 강박적으로 심령술에 집착하고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세상 사람들의 비난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예측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한 미지未知의 세계에서 논리와 이성의 상징 설록 홈즈와 논리와 이성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으로 가고 싶었던 코넌 도일이 한 인물에서 나왔다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인간적이고 자연스럽다. 1930년 7월 7일. 그의 장례식장에서 그의 아내인 도일 부인이 쓴 글이 낭독됐다.

“우리가 땅속에 묻는 것은 육체에 불과합니다. 이와 똑같이 생긴 에테르체는 계속 살아 있을 테고, 영적인 환경이 맞아 떨어지면 평범한 인간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사랑했던 여기 이 사람은 가족들과 계속 긴밀하게 접촉할 것입니다. 가족들은 능력이 안돼서 그의 모습을 보지 못할지 모르지만요. 투시력이라는 하늘이 주신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만 그의 형상을 볼 수 있겠지요. 그래도 아서(코넌 도일) 경은 세상에 진실을 알리는 과업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지은이: 사이먼 파크 Simon Parke

25년 동안 전문적으로 글쓰기를 해오고 있다. 첫 시작은 TV와 라디오의 풍자 프로그램의 대본을 쓰는 일이었으나 재능이 있었는지 <사이먼 메이요의 빅 홀리 원>으로 소니 라디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년 동안 영국 국교회 신부를 지내다가 3년 간 슈퍼마켓에서 일했으며, 지금은 자유 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인디펜던트』와 『이브닝스텐다드』에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데일리 메일』의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옮긴이: 이은선

연세대학교에서 중어중문학을, 국제학대학원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했다. 편집자, 저작권 담당자를 거쳐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바스커빌 가문의 사냥개』, 『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 『셜록 홈즈 : 실크 하우스의 비밀』, 『미스터 메르세데스』, 『11/22/63 1, 2』, 『닥터 슬립 1,2』, 『환상의 여인』, 『상복의 랑데부』,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등이 있다.

글, 사진: 땡스북스 이기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