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14일 ~ 8월 20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마당 씨의 식탁
우리나비
홍연식 글, 그림


요즘 나의 집에 머물다 가는 이들에게 늘 권하는 책이 있다. 바로 『마당 씨의 식탁』이다. 먼저 “만화책이라서 금방 읽을 수 있을 거야.”라며 부담감을 덜어주고, “꼭 읽어봤으면 좋겠어!”라는 강력한 추천의 말을 잇는다. 덕분에 우리는 살벌한 더위로부터 매우 안전한 나의 작은방에 누워, 무한의 선풍기 바람을 쐬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을 얻게 된다.




물론 나는 늘어지게 잘 수 있었고, 가끔 자다 깼을 땐 그들이 책을 읽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한 친구는 울다가 코를 풀어댔고, 이른 아침부터 안경까지 동원해 책을 보던 엄마는 조용히 훌쩍훌쩍 소리만 내었다. 그러면 나는 더 깊이 잠든 척을 했다. 그들이 그 책을 통해 온전히 그 감정을 느끼고 또 뱉어낼 수 있도록. 그리고 내가 깨어났을 때 그들은 “책이 참 좋았다.”라고 말했다.




『마당 씨의 식탁』은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는 한 가족의 자전적 이야기로, 텃밭을 일구며 따뜻한 밥상을 차려먹는 시골 생활과 함께, 병든 부모를 부양하며 잇따르는 삶의 애환을 그려내고 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혹은 이미 처해있을 현실이기에 우리는 개인의 취향을 넘어 책 속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내 삶에만 빗대어 봐도 놀랄 정도로 비슷한 점들이 많았다.




P.82
내 어린 시절 어머니에 대한 기억 상당 부분은 부엌에서 만들어지는 어머니의 음식에서 시작된다.

매일 아침을 깨우던 엄마의 밥 짓는 소리와 그 냄새,
그새를 못 참고 요리하는 엄마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던 나.




P.93
부뚜막에 앉아 어머니가 음식 만드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게 좋았다.
아버지가 퇴근해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기 전까지는 늘 우리 세상이었다.
불규칙한 구둣발 소리에 이어 스르르 현관문이 열리기 전까지는 늘 좋았다.

대문 밖으로 아빠의 차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깨져버리는 마음의 평안.




P.72-73
내가 지키는 세계를 깨뜨리려는 일들이 있다.
그것은 대부분... 부모님으로부터 시작된다.

P.110
그것은 내가 그토록 떠나려 했던 세계와
내가 지키고 가꾸고 있는 세계와의 충돌!...이라구요, 충돌...

P.144
가족이란 이름이 때론 천형 같다는 절망감...

독립 후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엄마와 집밥에 대한 그리움.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어떻게든 지키고 싶은 나만의 세계에 대한 집착까지...
물론 책과는 달리 아직 내게 일어나지 않은 일들과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일들도 있겠지만, 그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현실적인 일들이었다.




하지만 마당 씨에게는 그런 고난들을 이겨낼 수 있게 만드는 희망찬 마인드와 사랑하는 배우자와 아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능력과 부지런함이 있다. 그렇게 그는 그의 세계를 건강하게 지켜낸다.
이런 마당 씨의 태도와 이 사랑스럽고도 건강한 가족은 내가 처한 상황을 꼬투리 잡아 방황했던 나를 반성하게 하고,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의 엄마를 더욱 사랑하게끔 하였다.





P.196
어머닌 그 작은 부엌에서 우리 가족이 먹을 음식을 어쩌면 그리도 훌륭하게 요리해내셨을까...
수십여 년을...
어머니의 식탁은 부엌보다 넓었다.




저자: 홍연식

1971년 출생하였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졸업했다. 1992년 소년챔프 신인 공모로 만화계에 데뷔했다. 단행본으로 『6학년 12반 땅콩들』, 『키요라』, 『동물연구소』 등을 출간하였으며 이외 어린이만화를 다수 연재했다. 2001년 『키요라』로 대한민국출판만화대상 신인상, 2012년 『불편하고 행복하게』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수상하였다. 이 가운데 『불편하고 행복하게』는 프랑스에서 이미 출간된 바 있고 미국에도 판권이 수출되었다. 차기작으로 『불편하고 행복하게』의 노부부 버전인 『이랑고랑 너구리 부부』가 출간될 예정이며 현재 총 3부작으로 기획된 『마당 씨의 식탁』 2권과 3권을 구상 중이다.

글, 사진: 땡스북스 최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