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6일 ~ 8월 22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오직 독서뿐
김영사
정민 지음

정민 교수의 『오직 독서뿐』은 트렌디한 요즘 감각과는 거리가 멀다. 몸에 좋은 약이 쓴 것처럼 건강한 책이다. 이 책의 매력은 서문에서 잘 드러난다.

오직 독서뿐! 온 세상이 책을 멀리하는데 오직 독서뿐이라니, 무슨 말인가? 아이들은 글자를 익히고 사물을 인지하기도 전에 게임기를 놀리는 재간부터 배운다. 글도 기계장치로 배우고 생각도 기계에 의존한다. 버튼만 누르면 답이 바로 나온다. 서랍에 넣어 두었다 꺼내는 것처럼 없는 것이 없고 못할 일이 없다. 반응속도를 얼마나 단축하는가가 기업들의 지상과제다. 삶의 속도는 날로 가빠르게 빨라진다. 행복지수도 그러한가?

순간을 못참아 하루가 멀다하고 잔혹한 범죄가 사회면을 장식한다. 멀쩡하던 사람이 획 돌면 짐승으로 변한다. 내면은 갈수록 황폐해져 약물에 의존하는 삶이 부쩍 늘었다. 꾸준히 오래해서 얻어지는 것들에 대한 신뢰는 이제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자기를 돌아보지 않고 남 탓, 세상 탓만 한다. 어째서 그런가?

삶은 본질적으로 변한 것이 없는데, 속도만 가파르게 빨라지니 생각할 틈이 없다. 원하는 반응이 즉각 나오지 않으면 그 잠깐을 견디지 못한다. 진득함은 사라지고 경박함이 춤춘다. 떠먹여 주기만 바라고 스스로 곱씹어 소화할 생각은 없다. 이런 반복 속에서 삶은 공허하고 허황하다. 젊은이는 빨리 가려고만 하지 어디로 갈지는 모른다. 늙은이는 퇴직 후의 수십 년 앞에 막막하고 망망하다. 그러다 문제가 생기면 제 삶을 해쳐 남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이제껏 우리는 바쁘기만 했지 한 번 도 스스로를 돌아본 적이 없다.

P.4-5
이제 일상은 비탈길을 굴러 내려오는 수레와 같다. 속도를 스스로도 제어하지 못한다. 어떻게든 충돌 없이 평지까지 도달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세우려 들면 그 순간에 뒤집어지고 만다. 삶은 그래서 요행의 연속이다. 운 좋게 성공해도 한순간에 어찌 될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 세상은 무섭지 않는데, 나와 맞대면하는 것이 두렵다. 화려한 스펙도, 남이 선망하는 학력도 내 자신 앞에서는 안 통한다. 맛난 음식을 탐하는 사이, 혈관이 막히고 소화기관에 깊은 병이 들었다. 차를 타고 더 빨리 더 빨리 하는 동안 근육이 굳어 제 발로는 걷지도 못하게 되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가?
- 서문 중에서


처방은 무엇인가? 오직 독서뿐! 책 읽기를 통해서만 우리는 우리의 삶을 구원할 수 있다. 책만 읽으면 될까? 된다. 어떻게? 그 대답은 옛 선인들이 이미 친절하게 다 말해 두었다. 왜 읽고, 어떻게 읽고, 무엇을 읽을까? 여기에는 안내자가 필요하다. 이 책은 허균, 이익, 양응수, 안정복,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홍석주, 홍길주 등 아홉 분 선인의 글 속에서 독서에 관한 글을 추려 내 옮긴이의 생각을 덧붙인 것이다.

P.5-6
모아 놓고 읽으니 반복되는 얘기가 있다. 소리 내서 읽는 낭독의 위력, 정독의 한 방편으로 권장되는 다독의 효과, 의심과 의문을 통해 확장되는 생산적 독서 훈련 등이 그것이다. 한결같이 강조하고, 예외 없이 중시했다.
- 서문 중에서


P.153-154
섣불리 의욕만 넘쳐 덤벼들면 제 발에 제가 걸려 넘어진다. 공부는 기본기가 중요하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삐딱하게 보아 문제의식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기가 없이는 망발을 하게 만다. 특히 선현의 말씀을 공부할 때는 더 낮추고 더 겸손하지 않으면 안 된다. 평상심으로 읽어야지 시비를 걸겠다는 마음으로 읽으면 심술이 삐뚤어진다. 덮어놓고 큰소리 치고 제 주장만 내세우려 들면 몹쓸 사람이 된다. 얕게 보는 것은 대충 보는 것이 아니다. 낮춰 보는 것은 우습게 보는 것과 다르다. 아무것도 아닌 말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그저 지나가는 말을 대단한 말로 착각하지 말라는 뜻이다. 공부에 호들갑이 심하면 사람이 경박해진다.
- 안정복 [얕게 읽고 낮춰 보라] 중에서


이 책은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빠르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천천히 읽고 생각하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독서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이고 취미활동이자 여가생활이다. 내가 어렸을 때처럼 책은 좀 더 귀하고 소중한 대접을 받아야한다. 앞으로 점점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저자: 정민
충북 영동 출생. 한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모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터넷 시대가 될수록 독서의 소중함은 더 절실해진다. 어려서부터 손가락을 움직여 지식을 얻지만 깊은 사유의 힘을 얻을 수 있는 길은 오직 독서뿐이다. 또한 책 읽기는 필연적으로 글쓰기와 맞닿는다. 그동안 연암 박지원의 산문을 꼼꼼히 읽어 『비슷한 것은 가짜다』와 『고전 문장론과 연암 박지원』을 펴냈다. 18세기 지식인에 관한 연구로는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과 『다산선생 지식경영법』,『미쳐야 미친다』, 『삶을 바꾼 만남』 등이 있다. 또 청언소품淸言小品에 관심을 가져 『일침』, 『마음을 비우는 지혜』, 『내가 사랑하는 삶』,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 『돌 위에 새긴 생각』, 『다산어록청상』, 『성대중 처세어록』, 『죽비소리』 등을 펴냈다. 이 밖에 옛 글 속 선인들의 내면을 그린 『책 읽는 소리』, 『스승의 옥편』 등의 수필집과 한시 속 신선 세계의 환상을 분석한 『초월의 상상』, 문학과 회화 속에 표상된 새의 의미를 찾아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 조선 후기 차 문화의 모든 것을 담아서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 등을 썼다. 아울러 한시의 아름다움을 탐구한 『한시 미학 산책』과 어린이들을 위한 한시 입문서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가 있고, 사계절에 담긴 한시의 시정을 정리한 『꽃들의 웃음판』도 썼다.

글, 사진: 땡스북스 이기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