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6일~3월 12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공생의 디자인
안그라픽스
마스노 슌묘 지음 / 이규원 번역


베스트 타이밍! 어떤 일이든 가장 좋은 순간이 있다. 내가 이 책을 만난 순간도 그렇다. 새해의 분주함 속에서 약간 지쳐 있었다. 욕심을 부렸던 일들이 후회로 다가오고, 새해에 냈던 의욕들을 몸이 따라 주지 못하자 무언가 원망할 곳을 찾고 있었다.

“우리 일상생활에서는 욕심과 집착이 생겨나게 마련입니다. 평소 그것을 억제하고 지워나가는 훈련과 성찰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선종의 대표적 수행법인 ‘좌선’입니다. 좌선은 생각을 한 곳에 묶어두지 않고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순진무구한 시간을 가지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P. 20



그래픽 디자이너로 살면서 많은 디자인을 하고 있지만 늘 뭔가 아쉽다. 좀 더 존재감을 뽐내는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 분명 디자인은 데코레이션이 아닌데도 나는 왜 더 장식적인 것에 현혹될까?

“디자인이 드러나면 안 됩니다. 그 바탕 또는 배후에 아무리 치밀한 계산이 있었다 해도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에게 드러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디자인이 보이지 않아야 사람들은 비로소 아무 조건 없이 아름답다고 느끼고 만족감을 얻습니다.”.
P. 47



무엇을 하든 자연스럽게 하고 싶다. 자연은 순리를 따른다. 거스르는 법이 없다. 인간은 자연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삼고 순리를 거스르는 일들을 끊임없이 해 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환경도, 일상도 부자연스러운 일들이 많아 진다.

“자연과 인간은 대등하며 상하 관계가 아닙니다. 디자인에서도 정원과 건물을 주종 관계로 보지 않습니다. 인간이 있는 자리와 자연이 있는 자리를 대등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정원이라는 것은 자연의 상징 같은 것입니다.”
P. 88



마스노 슌묘의 『공생의 디자인』은 선사상을 바탕으로 정원을 만드는 이야기다. 돌, 나무, 흙 등 자연과 더불어 사는 디자인, 불완전함에서 발견하는 가능성,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어쩔 수 없는 불편함을 새롭게 해석하는 상상력 등은 선 사상과 창작이 만나 이루어 내는 새로운 차원의 디자인론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간소한 삶에 대한 동경이 점점 커졌다. 풍요의 시대를 당연한 듯 맘껏 즐기다 보니 실증이 났는지도 모른다. 물건이 많아지는 것이 부담스럽다. 간소하고 부족한 가운데 느껴지는 충만함, 한적함과 호젓함 속에서 느껴지는 내적 미의식이 좋다. 깊고 그윽한 아름다움을 내는 선의 정신을 실천하고 싶다.


마스노 슌묘
조동종 도쿠오잔 겐코지 주지. 정원 디자이너. 다마미술대학 환경디자인학과 교수. 1953년 태어나 일본 다마가와대학 농학부 농학과를 졸업하고 대본산 소지지에서 수행했다. 선 정원을 만들 며 세계 곳곳의 학교와 미술관에서 강연을 했다. 정원 디자이너로서 예술선장문부대신신인상, 외무대신 표창, 캐나다총독상장, 독일공로훈장 등을 수상했다. 2006년 [뉴스위크] 일본판에서 ‘세계가 존경하는 일본인 100인’에 선정되었다. 주요 작품으로 일본 캐나다대사관, 세루리안타워 도큐호텔 정원, 노르웨이 베르겐대학교 의학부 정원, 호텔 르포르고지마치 정원 등이 있다. 지은 책으로 『일본 정원 이해』 『선의 정원』 『무소 소세키』 『있는 그대로』 『심플한 생활의 권유』 『선: 심플한 발상술』 등이 있다.

이규원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일본어를 전공했다. 오랜 기간 편집자로서 일하며 과학, 인문, 역사 등 여러 분야의 책을 기획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를 비롯해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등을 비롯해 80여 권이 있다.

글, 사진: 땡스북스 이기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