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30일 ~ 6월 5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침묵의 거리에서
민음사
오쿠다 히데오 저 / 최고은 역


중학생 이지매 문제를 다룬 소설 『침묵의 거리에서』는 《아사히 신문》에 연재한 후 발간된 오쿠다 히데오의 최신작이다. 표지 날개 카피 ‘새로운 최고 걸작, 탄생!’에 동의하기는 힘들지만 인생의 과도기이자 질풍 노도의 시기인 중학생의 세계를 어른의 시선과 더불어 깊이 있게 엮어 냈다.


한여름, 학교에서 벌어진 한 소년의 죽음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인간 군상의 파노라마. 단순한 사고사나 자살인 줄 알았던 죽음에 잔혹한 학교 폭력이 결부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증거가 나오면서 학교, 유가족, 가해 학생, 경찰, 법조계, 언론이 모두 저마다의 이야기를 꺼내 보인다.


나는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좋아한다. 한 작가가 발표한 모든 소설을 다 읽은 경우는 오쿠다 히데오 뿐이다. 내가 그의 소설에 빠진 이유는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을 묘사하는 그의 방법 때문이다. 진지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쉽고 간결하게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문장의 집중력이 좋아 술술 잘 읽힌다.
제일 재밌게 읽은 소설은 『남쪽으로튀어』와 『라라피포』다. 그 두 소설을 읽으며 작가가 다루는 스펙트럼의 다양함에 놀랐고, 『걸』, 『마돈나』 등의 단편소설을 읽으며 일본 직장 생활의 단면을 엿보며 우리나라와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올림픽의몸값』을 읽으며 일본의 근대화 시대와 지금의 도쿄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느꼈다. 그의 소설을 통해 나는 현대 일본 사회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얻고 있다. 이러한 간접 경험은 일본 여행 중에 큰 힘을 발휘해서 여행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 준다.

얼마 전 발간된 『침묵의 거리에서』를 읽으며 나는 잊고 있던 중학교 시절 속으로 들어갔다. 벌써 20여 년이 지난 옛날이지만 소설 속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학생 특유의 불안함!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부모로부터 벋어나야 하는 갈등과 약육강식의 동물적 본능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숙명! 모든 면에서 미성숙하지만 어른들보다도 더 의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만의 세계가 있다. 어른들은 어른들의 논리가 있다. 작가는 사건과 관계된 모든 개인의 온도차를 섬세하게 보여주며 인간 이면의 정서를 드러낸다. 우리는 모두 침묵의 거리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안의 침묵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작가의 말]
세상 어디에나 있는 중학생의 왕따 문제를 다양한 시점에서 풀어낸 이야기이다. 모든 일에는 흑백을 가릴 수 없는 측면이 있기 마련이라, 100%의 악도 100%의 정의도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할 말이 있다. 이 이야기를 통해 그러한 점을 공감해 주면 작가로서 더없이 행복할 것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자기 성찰과 상상력임에 분명하다고 믿는다.



저자: 오쿠다 히데오
1959년 일본 기후 현 기후 시에서 태어났다. 잡지 편집자, 기획자, 구성 작가, 카피라이터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1997년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로 등단하였다. 인간 군상을 따스하고 유머러스하게 조명하면서 한편으로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치밀하게 들여다보는 그는 순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대표적인 일본의 크로스오버 작가로 꼽힌다. 2002년 『인 더 풀』로 나오키 상 후보에 올랐으며, 같은 해 『방해』로 제4회 오야부 하루히코 상을, 2004년 『공중그네』로 제131회 나오키 상을, 2009년 『올림픽의 몸값』으로 제43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공중그네』, 『남쪽으로 튀어!』, 『걸』, 『면장 선거』, 『스무 살 도쿄』, 『오 해피데이』,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 『꿈의 도시』 등이 있다.

역자: 최고은
대학에서 일본사와 정치를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일본 대중문화론을 공부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 이다. 옮긴 책으로는 『인사이트 밀』, 『추상오단장』,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소녀지옥』, 『부러진 용골』 등이 있다.

글, 사진: 땡스북스 이기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