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4일 ~ 6월 20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3시의 나
북노마드
아사오 하루밍

매일 비슷하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일상,
365개의 일러스트와 글로 새롭게 태어나다

『3시의 나』는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아사오 하루밍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간 매일 오후 3시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그림과 글로 기록한 책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적이 있는 영화 <나는 고양이 스토커>의 원작자이기도 한 그녀는 계획한 일을 실천하는 대신, 자연스러운 오후 3시의 일상을 기록하기로 결심했다. 이 사소하면서도 소소한 결심은 놀라운 것이어서 매일 비슷하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일상이 365개의 일러스트와 글로 새롭게 태어나면서 ‘오늘’과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세상에 대한 그녀의 애정 어린 시선과 관찰은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깨닫게 한다.

‘오늘’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다.

지금 우리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진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오늘’일 것이다. 아무런 조건도, 대가도 없이 찾아오는 오늘. 그렇기에 무심코 보내곤 하는 오늘에 주목한 사람이 있다. 아사오 하루밍.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오늘의 ‘3시’를 기록으로 남기기로 결심했다.

하루밍은 1년 동안 매일 3시의 일상을 일러스트와 글로 남겼다. 그녀가 기록한 365개의 ‘오늘’은 하루하루가 한 가닥 실처럼 이어져 1년이라는 시간이 된다. 『3시의 나』를 읽다보면 그녀가 가졌던 오늘이라는 시간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져 있다는 것을, 우리의 시간도 그녀의 오늘처럼 크고 작은 행복과 권태, 고통과 설렘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3시의 나』는 하루밍이 마주했던 소소하고도 특별한 오늘의 이야기이자 바로 우리의 이야기다.

P.331
11월 4일 (목)
4시에 만화 샘플을 보여주기로 약속했는데, 아직 초안 그리는 중. 괴로움.

P.202
7월 3일 (토)
U커피에 화장실에 들어갔더니 거울 앞에 놓인 선인장 화분이 시들어 있었다. 힘이 없어 보인다.
수돗물을 조금 준다.



지겨운 일상, 그 안에서 발견하는 오늘의 ‘다름’

아사오 하루밍의 삶에 매일같이 특별한 사건이 일어났던 것은 아니다. 『3시의 나』의 매일 오후 3시에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작업과 마감에 대한 압박, 거리에서 마주하는 고양이에 대한 단상, 책을 읽고 트위터를 하는 평범한 일상, 나른함을 떨쳐내지 못해 이불 속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런데 그림과 글을 통해 전해지는 하루밍의 365일은 뭔가 새롭다. 그건 아마도 그녀가 매일 스쳐가는 똑같은 풍경들을 끊임없이 바라보고 발견하는 ‘관찰자’로 살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지독한 풍경의 관찰자! 하루밍은 주변에서 일어난 아주 작고 사소한 일들을 놓치는 법이 없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일들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이 그림일기 곳곳에 배어 있다. 동시에 그동안 무심코 스쳤던 내 주변의 수많은 공간(집, 사무실, 작업실, 카페, 거리……)과 그 시간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고양이 등이 결국 나라는 인간을 말해주는 리트머스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우리가 왜 우리 곁의 사람들과 생명들과 공간들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 이 책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해준다.

P.81
3월 10일 (수)
도짱이 먹을 밥과 마실 물을 준비하고 있다. 도짱은 밥을 주면 바로 먹지 않고 한참 동안 가랑이 사이를 핥으면서 관심 없는 척하다가, 내가 그 자리를 떠나면 어슬렁어슬렁 걸어와서 어쩔 수 없이 먹어준다는 태도로 식사를 하기 시작한다. 그런 의식을 끼니마다 반드시 지키는 성실한 고양이다.



『3시의 나』를 읽고 있자면 끊임없이 웃음이 번져 나온다. 주변 사람에 대한 배려, 낯선 사람에 대한 발칙한 상상, 일에 대한 열정과 그 이면의 권태까지. 그림일기의 주인공이 어떤 사람이고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지 느낄 수 있다. 누구나 그냥 지나치기 마련인 사람들과 풍경의 단면. 하루밍은 그 풍경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함으로써,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만들어냈다. 세상에 대한 예민한 감각과 따뜻한 눈길,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만드는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3시의 나』는 따뜻한 책이다. 이 책과 함께, 이 책의 온기를 느끼는 당신의 오후 3시가 궁금해진다. 매일매일 찾아오는 오후 3시, 그 시간의 기록을 통해 당신만의 특별한 ‘오늘’을 기억해보면 어떨까.

P.230
7월 31일 (토)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핥으면서 '나도 스물여섯 살까지는 큰 회사에 다녔지'라면 옛일을 회상했다.지금은 취미나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그 당시엔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 끼어 일했다. 지금 내 머릿 속에 있는 '회사의 인간관계'는 말단이었던 때에 멈춰 있는 셈이다. 입장도 생각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방법을 스물여섯 이후로 전혀 배우지 못했다는 사실이 때때로 내 머릿속에 비를 내린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몰랐던 사실입니다. 일기를 마무리한 후 그동안의 하루하루가 한 가닥 실처럼 이어진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미래는 커녕 고작 하루 뒤인 내일조차 어떤 날이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 신비롭게 느껴집니다. 이 책은 지금의 나에게 타임머신이 될 수 있겠지요? - 아사오 하루밍

저자 : 아사오 하루밍
저자 아사오 하루밍은 1966년 미에(三重) 현 출생. 일러스트레이터, 에세이스트. NHK-BS 《마음이 어려진다》 오프닝 타이틀 애니메이션과 리빙센터-OZONE에서 열린 《일본인과 주거ㆍ가사》전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담당했다. 에세이스트로서 『나는 고양이 스토커』 『고양이자리 여자의 생활과 의견』 『하루밍의 독서클럽』 『고양이의 눈으로 산책』 등의 저서가 있다. 『나는 고양이 스토커』는 2009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글: 북노마드 편집부
사진: 땡스북스 최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