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7일~4월 12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매거진'B', JOH & Company

한권 속에 수백 개의 브랜드를 담고 있는 잡지들과는 달리 단 하나의 브랜드만을 이야기하는
잡지가 나왔다. 매호마다 전 세계에서 찾아낸 균형 잡힌 브랜드를 하나씩 소개하는
광고 없는 월간지, 매거진'B'이다.

프라이탁, 뉴발란스, 스노우픽, 라미, 브롬튼.
매거진'B'는 작년 11월부터 최근 4월까지 총 다섯 호가 발행되었다. (1-2월, 7-8월 합본호)
지금까지 'B'가 선택한 브랜드는 위와 같으며 이들 중 어느 호 하나 빠짐없이 땡스북스의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방, 신발, 캠핑용품, 만년필, 자전거 등 어느하나 비슷한 점이 없어보이는 이들의 공통점은
'B'가 생각했을때 '아름다움', '실용성', '가격'이 균형을 이루고 거기에 '브랜드의 생각과 의식'이
더해진 꽤 괜찮은 브랜드라는 것이다.

'B'는 브랜드의 탄생과 현재, 그리고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빠짐없이 기록하고있다.
이 곳엔 브랜드에 대한 좋은 점뿐만 아니라 불편한 점, 개선해야할 점도 적절히 말하고 있기에
브랜드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는데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된다.

제품의 뼛속까지 발라내어 들여다보는 치밀함을 보라.
심지어 프라이탁호에서는 수납에서 발군의 능력을 발휘하는 가방을 그대로 보고자
프라이탁 가방 엑스레이 사진도 실려있었다.


해당 브랜드 제품을 애용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한 제품 이용후기를 들어볼 수 있을뿐만
아니라, 그들이 선호하는 또 다른 브랜드와 제품까지 엿봄으로써 공통된 취향을 발견해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보는 재미가 있는 만화나, 브랜드와 제품이 일상생활에 자연스레 묻어나는 담백한 사진,
그리고 브랜드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간결하지만 강렬한 메시지까지.
삐까뻔쩍한 브랜드 광고나 카달로그보다 훨씬 구매욕구를 일으키는 이 매거진에 대해
해당 브랜드 관계자들은 감사의 절을 올려야 할 것이다.
(다만 'B'에 소개하는 브랜드로부터 홍보나 광고로서의 대가는 받지않는다고 한다.)

발행인 조수용씨의 말대로 매거진'B'는 진정 브랜드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세상을 브랜드적인 관점으로
보며 새로운 트렌드를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진지하지만, 읽기 쉬운' 잡지이다.
내가 지루하디 지루한 옛 이론책으로 경영수업을 들으며 하품을 해댔을 적에 이 매거진이 나왔었다면
좋았을텐데.... 아쉬워라.

어쨌든 매거진'B'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내가 이 브랜드에 대해선 좀 알지!'라며
우쭐댈 수 있을 것 같다. 왠지 모를 브랜드 애호도도 생긴 것 같고, 자꾸만 갖고 싶은 제품이 늘어나
조금 걱정도 된다. (합리적인 가격이라 하지만, 그래도 비싸다.)

아, 다음호에선 또 어떤 'B'를 소개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발행인: 조수용

서울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미술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 석사를 마친 뒤, 2007년에서 2010년 9월까지 NHN 이사를 맡았으며 현재는 제이오에이치(JOH)의 대표이사를 맡고있다.



글: 땡스북스 최혜영

2012년 4월 13일~4월 19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 북스코프


기타노 다케시 지음, 권남희 옮김

진부한 표현이지만, 만담에 넋을 잃고 살았다.
...팔리지 않는 시절에는, 팔리고 팔리지 않고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고, 그 당시는 먹느냐 먹히느냐가 문제였다. 내일 만담이 있는가 없는가, 그것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117쪽)


이 사람 대단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구절이었다.

<생각노트>는 말그대로 일본의 코미디언이자 국민배우, 그리고 세계적인 영화감독이기까지도 한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을 옮겨 적은 에세이집이다. 크게 생사문제 / 교육문제 / 관계문제 / 예법문제 / 영화문제의 다섯 가지 범주로 나누고, 그에 대한 그의 생각들과 그가 인생에서 경험한 작은 이야기들을 때로는 두서없이 자유롭고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마치 오랜 시간 마주앉아 들려주듯 화려하진 않지만 유려하게 흡인력있는 이야기로 인생 선배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우리 집이 특별했는지도 모르지만, 돈에 관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엄격하게 교육을 받았다. 돈 가지고 어머니에게 이러니저러니 말했다가는 죽도록 혼났다.
누구든 돈을 갖고 싶어 하지만 그런 것에 휘둘리면 인간은 천박해진다는 것이 어머니의 지론이었다. 가난뱅이의 괜한 자존심이라고 하면 그뿐이지만 나는 그런 자존심이 싫지 않았다. [...] 인간이란 아무리 폼을 잡아도 한 꺼풀 벗기면 욕망의 덩어리일 분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그 한 꺼풀의 자존심을 소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문화'라는 것이다.
(124-125쪽)


다케시는 솔직하고 직설적이지만 누구보다 예의와 질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유롭고 합리적이지만 온건한 생각을 지니고 있다. 그러한 밑바탕에는 분명 어머니로부터의 가르침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부족한 것투성이였다. 갖고 싶은 것을 손에 넣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만큼 무엇인가를 손에 넣었을 때의 기쁨이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내 어린 시절의 기쁨은 이런 식으로 거의 포기에 가까운 동경과 그렇게 동경하던 것을 손에 넣었을 때의 기쁨으로 이루어져 있다.
[...] 요즘 세상에서 손에 넣지 못하는 것이란 좀처럼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걸핏하면 줄을 서고 싶어 하는 걸까? 라면 한 그릇을 먹기 위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줄을 서다니 나로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줄을 서는 것 자체가 목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든다.
(61쪽)


거침없고 확고한 그의 말들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그의 말들에는 연륜이 묻어나는 세상의 이치와 핵심을 찌르는 날카로운 생각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보편적인 정서를 거스르는 듯한(?) 독특한 분위기의 그의 영화와는 달리 의외로 기타노 다케시도 평범한 생각을 하고 사는 보편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꿈을 이루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모습도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특히 앞서 말한 만담에 넋을 잃고 살았다는 비트다케시 시절 대목은 에너지가 넘쳐난다.




무대에 올라가도 이중 인격이었다.
관객들의 반응이 대단하니까 나도 신나서 만담을 하긴 하지만, 머릿속의 반은 살인자처럼 차가웠다. 상대의 말을 받아칠 때도, 내 개그를 할 때도 관객의 웃음과 웃음 사이를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웃음과 웃음 사이'란 무엇인가?
[...] 재주라는 것은 미묘해서 그저 재미있다고 사람들이 웃는 게 아니다. 관객들은 출연자의 컨디션과 기분에 잔혹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객석의 분위기를 편안하게 하면서 동시에 완벽하게 무대에 집중시키지 않으면 웃음의 파도를 지속시킬 수가 없다.
[...] 몇천 가닥의 고삐를 잡고 있으면서도 그런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선천적으로 멍청한 인간인 듯한 얼굴로 웃음의 소용돌이 중심에 서 있는 것이 코미디언이다.
(114-116쪽)

일주일 내내 텔레비전에 나가고, 시청률이 20퍼센트 이상 되는 프로그램을 몇 개 갖게 되고, 드디어 훗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어지는 데 10년이 걸렸다. 떴다는 건 그런 것이다. (118쪽)


그가 코미디언이라는 직업에 대해 갖는 애정과 그것을 이루어내기까지 부지런히 닦아온 노력들은 현재의 다케시를 만들어준다. 그의 무표정한 모습 속엔 수만가지 고심의 흔적이 켜켜이 감추어져있다.




우정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그런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없는 것을 사려고 해서는 안 된다.
"네게 곤란한 일이 생기면 내가 꼭 도와줄게. 내가 곤란할 때는 네가 도와줘. 우리는 친구잖아."
이런 건 우정이 아니다. 야쿠자의 혈주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보험 흥정에 지나지 않는다.
[...] 누군가와 친구가 되려면 처음부터 손해를 각오해야 한다.
좋은 기억만 갖겠다는 태도는 상대에게 확실하게 민폐를 끼치는 것이다.
"네가 곤란하면 나는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곤란할 때 나는 절대로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다." 이런 자세가 옳다. 서로에게 그렇게 생각할 때 비로소 우정이 성립한다.
[...] 요컨대 우정은 내가 저쪽에다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지, 저쪽에서 얻을 수 있는 뭔가가 아니다. 우정이란 상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다.
(126-127쪽)


명상하고 행동하는 다케시의 말에는 거스를 수 없는 강렬한 힘이 있다.
다케시의 생각노트는 다케시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저자: 기타노 다케시

기타노 다케시는 국내 관객들에게 그의 작품을 가장 많이 선보인 일본감독이기도 하다. 국내에 선보인 그의 감독작은 국내에 개봉된 일본영화 제 1호인 <하나비>를 비롯하여 <소나티네>, <키즈 리턴>, <키쿠지로의 여름>, <돌스> 그리고 <자토이치>까지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영화들이다. 다방보이, 백화점 점원, 도어맨, 엘리베이터보이 등 다양한 직업들을 전전하다 코미디언, 작가, 가수, 화가, 배우 등 만능 엔터테이너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한 감독이기도 하다. 개그맨과 영화배우로 일할 때는 비트 다케시라는 이름을, 영화 감독으로 일할 때는 자신의 본명인 기타노 다케시라는 이름을 따로 사용한다.

다케시는 한국계 할아버지와 페인트공인 아버지 밑에서 3남 1녀의 막내로 태어나 평범한 유년시절을 보낸다. 그러나 부모의 이혼이후 그의 의붓아버지는 술주정뱅이에 어머니를 폭행하기 일쑤인 사람으로 가정형편은 나날이 어려워져 마침내는 학용품을 구입할 돈이 없어 눈물짓곤 할 만큼 힘든 사춘기를 보냈다. 그러나 야구, 소프트볼, 수영 등 스포츠에서 뛰어난 두각을 나타냈고 늘 밝고 유머러스한 성격으로 교우관계 역시 좋았다. 성적도 뛰어나 명문 메이지 대학 공학부에 입학했지만 당시 대학가의 좌익열풍에 휘말려 대학을 중퇴하고 밑바닥 직업을 전전하게 된다.

1980년 <마코토짱>이라는 영화에 우연히 출연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1983년 오시마 나기사의 <전장의 메리 크리스마스>에서 본격적인 영화배우로 변신한다. 95년 헐리우드 영화 < 코드명 J >에 출연 키에누 리부스와 호흡을 맞추기도. 89년 첫 주연의뢰를 받은 영화 <그 남자 흉폭하다>에서 후카사쿠 긴지 감독이 연출을 포기하는 바람에 우연히 메가폰을 잡았고 그 작품으로 일본내 폭력영화의 최고 권위자였던 후카사쿠 긴지 감독을 압도하는 명성을 얻는다.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칸느 영화제의 주목과 세계 평단의 갈채를 받으며 20세기 후반이 발굴해낸 최고의 감독으로 명성을 날렸다.

대사와 설명이 극도로 생략된 절제와 여백의 영상, 푸른 색을 기조로 ‘기타노 블루’라 불리는 그만의 독특한 빛과 색감. 영화에 대해 일체의 전문적 교육을 받은 적이 없이, 심지어 시나리오도 없이 철저히 즉흥적 감각에 의존해 영화를 만들어 내는 기이한 천재 감독이라 불러도 좋을만 하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다케시의 낙서 입문>, 세미콜론

다케시 스타일의 유쾌한 창조력을 만날 수 있는 <다케시의 낙서 입문>.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에 빛나는 세계적 영화감독이자 전방위 예술가 기타노 다케시의 그림 노트. 어린 시절 요절복통 추억의 단편, 삶과 예술에 대한 사색, 짓궂은 공상 등, 머릿속에 떠오르는 발상 그대로를 꺼내 보여 주는 다케시 식의 창작 세계를 엿볼 수 있다. ‘화장실 낙서’일지언정 ‘나’다운 것을 그리겠다는 다케시의 유쾌한 촌철살인의 그림 59점을 수록했고, 일본의 대표 미술가 무라카미 다카시와의 대담 ‘개그와 아트는 종이 한 장 차이’도 함께 수록되어있다.
자신의 그림을 한마디로 ‘화장실 낙서’라고 정의하는 다케시는 아무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발상을 있는 그대로 꺼내 보여 주는 독특한 창작 스타일을 보여준다. 험상궂은 야쿠자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몸판에 우키요에 문신을 병풍처럼 이어 그린 그림, 천수관음의 수많은 손에 하나씩 뭔가를 시켜 보는 그림 등 다케시의 기발한 생각들이 날것 그대로 드러난 그림들은 그의 독설만큼이나 통쾌하다.



글: 땡스북스 김한나

2012년 4월 20일~4월 26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사물의 언어, 홍시


탐나는 것들의 비밀, 우리는 왜 어떻게 매혹되는가?
데얀 수직 지음, 정지인 번역 | 원서 : The Language of Things

물건들 속에서 허우적대는 세상

TV를 구매할 수 있는 모든 가정이 TV를 다 구매했다면, 제조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예전 TV를 새것으로
교체하도록 설득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TV화면은 28인치에서 60인치로 바뀌었고, 가정용 오븐은
레인지로 바뀌었다. 냉장고는 거대하게 부풀려진 옷장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 영국의 런던 디자인뮤지엄
관장이며 영국왕립미술대학 객원교수인 저자 데얀 수직은 소비주의와 디자인의 관계에 대해 흥미롭게
이야기 한다. 사물의 언어에서 언어는 디자인인 것이다.

1장 「언어 Language」에 등장하는 이탈리아의 건축가 에르네스토 나탄 로저스는 숟가락 하나를
꼼꼼히 살펴보면, 그것을 만든 사회를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물건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만드는 디자인이 현대 세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의미한다.

P.66
소련의 소유스와 미국의 아폴로 우주캡슐은 똑같은 환경에서 동일한 과제를 수행하도록 만들어졌음
에도 그 디자인은 전혀 달라서 당시 두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의 차이점이 디자인에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2장 「원형 Archetypes」에서는 끊임없이 원형들을 창조하고 새로운 물건들의 범주를 만들어내는
물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각자의 원형을 지닌 온갖 다양한 물건들을 제거해 흡수해버린 휴대폰에
대한 이야기 또한 흥미롭다.

P.112
노르웨이의 화가 장 하이베르그가 처음 그 형태로 만든 베이크라이트 회전식 다이얼 전화기는
이제 기술적으로 쓸모없는 물건이 되었지만, 이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전화통신의 아이콘으로
쓰이고 있다.

3장 「호사 Luxury」에서는 아름다운 18세기 저택부터 프리미어 리그 축구 선수가 모는 벤틀리까지,
과거를 거쳐 현대에 이르는 Luxury의 의미와 가치를 살펴볼 수 있다. 그 어느 시대보다 사치와 호사가
만연한 오늘날에 이어 앞으로 그 역할이 또 어떻게 확장되고 새롭게 변형되어갈지를 살펴본다.


P.156
진정한 울림이 있는 물건들을 수집해온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책상 위는 그가
평생토록 추구해온 고전 조각 작품 수집에 대한 열정의 흔적들로 어수선하다. 프로이트는 나치가 빈을
장악하자 그 컬렉션을 가지고 영국으로 탈출했는데, 떠나기 전에 원래 있던 자리에 놓인 그대로
기념사진을 찍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과거를 돌아봄으로써 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4장 「패션 Fashion」에서는 미술과 건축뿐만 아니라 디자인 전체를 아우르게 된 패션의 거대하고도
화려한 세계로 안내한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함께 특별한 패션쇼장을
지어놓고 영화배우들과 뮤지션들에게는 자신이 만든 옷을 입힌다.


P.214
미우치아 프라다는 예술적인 모습의 매장과 진열 공간이라는 세련된 방식으로 디자인의 언어를
구사한다. 안드레아스 거스키에게 제품의 촬영을 맡긴 것은 문화와 상업 사이의 어느 지점이다.

5장 「예술 Art」에서는 우리가 쓸모 있는 것보다 쓸모없는 것을 더 가치 있게 여기는 경향이 있음을
환기하고, 그 유래와 현상을 흥미롭게 파헤친다.

P.252
뒤샹은 세상 사람들이 공업 생산품을 공장제도의 아무 특색없는 산물 이상의 것으로 보도록 만들었다.
위홀도 그의 뒤를 이어 기게적 재 생산이 시각 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했다.

나는 여전히 디자인에 매혹된다.
사물의 언어를 읽으며 과소비의 시대를 누리는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웠다.
지금과 같은 소비 지상주의를 만드는 역할을 디자인이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안타까웠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새로운 것의 매혹이 주는 순간적인 황홀경 속에서 늘 유혹 당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아직도 난 소비가 주는 만족에서 벗어날 용기와 철학이 한없이 부족하다.
여전히 좋은 디자인에 매혹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꼭 소유해야만 행복할거란 생각에서는
자유롭고 싶다.




저자: 데얀 수직 Deyan Sudjic
런던 디자인 뮤지엄 관장이며 영국 왕립미술대학 객원 교수이다. 세계적인 미술ㆍ건축ㆍ디자인 잡지
『도무스』편집장을 역임했고 『컬트 오브젝트Cult Object』, 『100마일의 도시100 Mile City』,
『거대건축이라는 욕망 The Edifice Complex』 등의 저서가 있다.

역자 : 정지인
부산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고, 독일어와 영어로 된 책들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그동안 옮긴 책들로 『군인은 축음기를 어떻게 수리하는가』, 『상처난 무릎, 운디드니』,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 『마녀 백과사전』, 『르네상스의 비밀』, 『유쾌한 딜레마 여행』,
『그림과 눈물』, 『르네상스의 마지막 날들』 등이 있다.



글: 땡스북스 이기섭


2012년 4월 27일~5월 3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집과 부엌


작은 집에 딱 맞는 독일식 주방 라이프, 타니아의 독일 키친 여행

가도쿠라 타니아 지음 | 조우리 옮김


작은 공간에서도 행복한 독일인의 이야기.
독일인의 식탁은 매우 심플합니다. 호화로움과는 거리가 멀죠.
하지만 아무리 간단한 식사라도 테이블 세팅에는 각별히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화려하게 장식이 아니라 '기분 좋은 식사를 합시다'라는 의미로 테이블을 정돈합니다.

독일식 정리·수납법을 소개하며, 작은 집에서 ‘아늑하게 사는 지혜'를 알려준
<타니아의 작은집>에 이어 <타니아의 독일 키친 여행-집과 부엌>이 나왔다.
독일의 음식, 부엌살림, 그리고 독일사람의 지혜로운 식생활을 안내한다.
좀 더 나은 생활을 위해 만들어 나가는 그들의 주방 이야기다.



오래전 독일에서 부엌은 집 안에서 가장 따뜻한 곳이었습니다. 요리할 때 쓰는 오븐이 난방기구의 역할도 겸했기 때문입니다. 겨울이 되면 가족들은 부엌으로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식탁에 마주 앉아 따뜻한 차와 음식을 나누었죠.
그렇다고 해서 독일의 부엌이 넓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공간에 맞게 식탁의 크기를 줄이거나, 또 다른 방법을 활용해 넓게 사용했을 뿐이죠. 이처럼 우리가 머무는 공간을 아늑하고 편리한 방향으로 바꿔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프롤로그

1장 '맛있는 독일의 식탁'에서는 독일의 음식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심플한 식탁을 좋아하는 독일사람. 이것은 평소의 식사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특별한 날일수록 단골 메뉴가 등장하죠. 요리가 주특기인 사람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저희 할머니는 크리스마스만 되면 언제나 로스트치킨에 적양배추와 매쉬드 포테이토, 그레이비 소스를 곁들여 내놓으셨죠. 몇 번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그리운 할머니의 맛. -p39

집에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독일사람에게 부엌은 무엇보다 중요한 공간이다.

2장 '베를린의 부엌을 찾아서'는 실제 독일사람들의 부엌을 만나보는 시간이다.
샤를로텐부르크의 고급 주택가. 한 알트바우의 현관 앞에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하얀 물방울무늬의 빨간 드레스를 입은 바베트 씨가 마중 나옵니다. 좁은 나선형 계단을 빙글빙글 올라 4층의 작은 현관문을 여니 바로 부엌이 나오네요. 높다란 천장과 아름다운 하늘색으로 칠해진 벽에는 흰 구름과 지저귀는 작은 새가 그려져 있습니다. -p.62

“저희 집 부엌의 선들을 주목해 주세요.” 그의 말을 따라 잘 살펴보니, 개수대의 파이프나 가스 배선 등이 벽에 매몰돼 있지 않고 직선을 그리며 노출되어 있습니다. 마치 인테리어를 위해 노출시킨 듯이 보이는 이 선들을 활용해 전화기와 전기 코드도 함께 수직으로 배치시켜 벽과 같은 색상의 페인트로 칠하니, 부엌의 선들을 이용한 멋진 디자인이 탄생했습니다. 노출 콘크리트 마루에는 직접 회색 페인트를 칠하고 벽에는 흰 페인트를 칠했습니다. -p87

“집은 그 사람의 자화상 같아요”-p89

독일은 이사할 때 싱크대를 가지고 다닌다.
우리의 이삿짐에는 싱크대는 포함되어 있지 않음이 한국의 부엌을 특색 없게 만든것은 아닌가 싶다.

3장 '독일인의 잘 먹고 잘 사는 법'에서는 검소하면서 지혜로운 독일의 식문화를 소개한다.
-부활절 달걀, 토끼 그리고 피크닉
-두 번째 아침 식사로 먹는 화이트 소시지
-매일 먹는 감자
-독일의 제철 음식
-녹음 밑의 비어 가든
-나이테를 닮은 바움쿠헨
-독일의 와인
-노인을 위한 카페
-사람은 저마다 다르다는 생각

부엌은 아침과 함께 시작해서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는 공간.
부엌은 집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함께사는 사람들과 가장 가까워 질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일상적이기에 그냥 흘려보내는 공간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 공간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 준다. 누구나 멋진 집, 부엌을 꿈꾼다. 그럼에도 공간의 한계와 이런저런 핑계를 대가며 방치하고 있지는 않았나 되돌아 본다.
크고 화려하지 않을지라도 자신의 손으로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 부엌을 만들고, 거기에 가족과 함께한다면 더할나위 없는 공간이 될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아침과 저녁 식사 하나로 생활리듬의 시작과 끝을 기분 좋게 마무리 할 수 있는 커다란 삶의 지혜들를 배운것같아 고맙다.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다른 라이프스타일이 있기에 처음부터 완벽하게 들어맞는 주거 공간은 없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안락한 공간은 스스로 손을 더해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저자: 가도쿠라 타니아
1966년 독일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의 딸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독일, 일본, 미국 등지에서 생활하며 그곳의 자연을 향유하는 한편 어머니의 영향으로 집과 살림에 대한 관심을 키워 갔다. 국제기독교대학을 졸업한 뒤 외국계 증권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유학을 간 남편과 함께 런던에서 생활하며 프랑스 요리 전문학교 ‘르 코르동 블루(Le Cordon Bleu)’에서 요리를 공부했다. NHK방송 「독일어회화」에서 2년 동안 요리 코너를 담당했다. 일상에서 쾌적함을 추구하는 독일의 합리적인 살림과 인테리어 노하우에 대해 다수의 잡지에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평소에는 도쿄에서 생활하지만, 매달 한 번씩 가고시마에 내려가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다. 저서로는 <커피 타임에 즐기는 과자>, <심플한 수납?정리 노트>, <생활이 심플해지는 독일식 습관> 그리고 국내 출간된 <타니아의 작은 집>이 있다.



글: 땡스북스 박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