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일~3월 8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잔, 북노마드


박세연 지음

동화작가 & 일러스트레이터 박세연의 첫 에세이. 섬세한 감성과 예리한 관찰력으로 ‘잔’에 깊이 천착하여 그린 일러스트와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은 에세이가 두 눈을 사로잡는다. 찻잔의 여린 셰이프를 있는 그대로 살리고, 커피잔의 아름다운 곡선과 홍차잔의 화려함을 고스란히 담은 그림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와 함께 실려 있다. 작가는 말한다. “커피를 마시건, 홍차를 마시건 우리는 그 시간을 마시는 거”라고. 맛과 색, 그리고 향뿐만 아니라 찻잔 위로 흐르는 삶의 이야기가, 고되지만 씩씩하게 견디는 삶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거라고 말이다. 글과 그림이 모두 예쁜 책, 『잔』은 그 시간과 공간에 대한 소중한 기록이자, 찻잔 위를 흐르는 우리의 삶에 대한 솔직담백한 이야기다.

커피를 마시건, 홍차를 마시건
우리는 그 시간을 마신다.
맛과 색, 그리고 향뿐만 아니라
찻잔 위로 흐르는 삶의 이야기가,
고되지만 씩씩하게 견디는 삶의 시간이
고스란히 나의 책에,
나의 잔에 담겨 있기를 소망한다.

지금, 당신의 곁엔 어떤 ‘잔’이 함께 있나요?

감각과 취향의 시대다. 볕이 들어오지 않는 작고 답답한 원룸에서 내일을 꿈꿀지라도 ‘나만의 것’을 향한 욕심을 숨길 수 없는 시대다. 내 곁에 두고 쓰는 물건만큼은 ‘only’ 혹은 ‘must have’로 불리는 것들을 사게 되고, 쓰게 되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동화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박세연에겐 ‘잔(盞)’이 그런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그릇만큼 자신의 취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게 있을까요?”

작가에게 ‘잔’은 단순히 무언가를 마시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 그 이상의 존재이다. 일산의 작업실에서 동화책을 쓰고, 그림을 그릴 때마다, 단골 커피집 ‘제리코’에서 백마담, 노엘, 마감녀 등 지인들과 기쁨과 슬픔을 공유할 때마다, 심지어 ‘잔’을 찾아 떠난 국내외 여행지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모든 동선은 ‘잔’에 맞춰져 있다.

“혹시 아세요? 카푸치노나 카페라테는 거품이나 라테 아트의 시각적 상승효과를 위해서 입구가 넓고 두꺼운 잔이 어울리고, 아메리카노는 뜨거우니까 손잡이가 있는 머그잔에 담겨 나오고, 홍차잔은 향을 깊이 마시기 위해 입구가 넓은 잔에 담긴다는 걸요?”

그러고 보니 거리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카페에서 아무 생각 없이 들고 마시던 ‘잔’은 저마다 자신만의 존재 이유를 지니고 있다. ‘잔’과의 사랑에 빠진 이후, 작가 박세연은 꽃피는 봄이 오면 향기로운 장미차를 노리다케잔에 담고, 싱그러운 여름엔 시원한 유리잔에 얼음 한가득 넣은 아이스커피를 즐기고, 볕이 좋은 가을엔 넓고 얇은 잔에 향 좋은 홍차를 담아 마시고, 쌀쌀한 겨울엔 손까지 데워주는 고마운 머그잔을 사용하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되었다.

작가는 말한다. 손잡이와 받침의 유무, 만드는 방법과 모양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뉘는 ‘잔’을 공부하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그림까지 그리게 된 것은 무엇을 담아 마시건 그 잔을 든 순간이 우리의 영혼에 휴식을 안겨준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그래서일까. <잔>을 읽고 나면 그저 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그 소중함을 알지 못했던 ‘휴식’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불면증이 심해 한의사를 찾은 작가에게 “조금은 무책임하게 사세요”라는 지혜로운 처방전이 내려졌듯이, 앞만 보고 부지런히 달리던 나에게 작은 선물을 안겨주고픈 마음이 간절해진다. 엄마의 찬장에서, 여행지의 벼룩시장에서, 친구의 다락에서 만난 다양한 ‘잔’의 모습까지. 오직 차의 맛과 향과 분위기를 위해 치밀하게 설계된 발명품인 잔의 모든 잔상(殘像)을 담은, 그래서 언제나 내 곁에 두고 함께하고 싶은 그릇 ‘잔’에 관한 이야기. <잔>은 그런 책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갖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책이다.

“커피를 마시건, 홍차를 마시건 우리는 그 시간을 마신다. 맛과 색, 그리고 향뿐만 아니라 찻잔 위로 흐르는 삶의 이야기가, 고되지만 씩씩하게 견디는 삶의 시간이 고스란히 나의 책에, 나의 잔에 담겨 있기를 소망한다.”




저자: 박세연
저자 박세연은 에든버러 칼리지 오브 아트(Edinburgh College of Art, ECA)에서 석사(일러스트레이션 전공) 학위를 받고, 학교에서 개최한 〈The Art Exhibition〉(후원: Inglis Allen) 대상을 받았다. 2003년 런던 아티스트 북페어(London Artists Book Fair), 〈세상을 향해 짖는 즐거운 상상〉(예술의 전당), 〈아티스트 마켓〉(상상마당)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해님네 집에 간 달님〉, 〈오즈의 마법사〉 등 소설과 그림책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어린이 그림책 〈그래도, 사랑해〉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글: 출판사 서평
사진: 땡스북스

2012년 3월 9일~3월 15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INSIRABILITY, 시드페이퍼


멧 페시코우 편저

호기심 많고 모험을 즐기며 자유로운 영혼을 갖고 있는 40명의 세계 정상급 디자이너들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렇게 시작된 인터뷰는 그들의 디자인적 교류를 통해 작업을 할 때 어떤 곳에서 영감을 받는지,
어떠한 작품들로 표현되는지, 자기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보여줌으로써 영감의 원천을 찾고 즐기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



업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디자이너과의 소통

이 책에 인터뷰가 실린 40명의 디자이너들은 디자인 업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한 아티스트들로 구성되어있다. 타이포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폰트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 등,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40인의 독특한 개성과 다양한
심미안을 보여주는 자유로운 소통과 대화를 통해 작고 사소한 행동들이 삶 속에서 어떻게 창의력을
극대화시키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성공을 위한 기본적인 과정들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다.

공공 디자인, 세계적인 기업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40인의 매력과 노하우

각 디자이너들은 아우디, 나이키, 페리에, 유나이티드 항공처럼 입맛 까다롭기로 소문난 거대한
기업들과 작업을 하며, 그 곳의 클라이언트들에게 큰 신뢰를 주며 함께 작업하고 있다. 주어진 일에
대해서 클라이언트의 생각과 그들이 추구하는 디자인을 함께 만들어 나가며 주제에 가장 적합한
완성물을 만들기 위한 자신들의 노하우를 영감이라는 주제에 맞게 자유로운 형식으로 풀어간다.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작품을 보여줬을 때, 무조건 믿고 지지할 수 있을 정도의 설득 노하우가
궁금하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보길 바란다.

40인이 공통으로 말하는 '창조적인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비법

디자이너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작가 맷 패시코우는 이렇게 말한다. 성장이란 새로운 경험과 기존에
알고 있던 것들이 합쳐지는 것이라고. 그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독자들이 배우고 얻을 수 있는
몇 가지 팁들을 아래와 같이 공개했다.

"모든 문제의 해결방법은 문제 자체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결국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문제해결사이다.

둘째, 함께 일을 하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진실성 있게 다가가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영감을 줄 수 있으니깐.

셋째, 압박이나 위험의 순간이 찾아와도 두려워하지 말고 이용하자. 초점만 잘 맞춘다면 프로젝트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끔씩은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지만 우린 모두 예술가이니깐!"


저자: 맷 패시코우

디자인 분야에 20년간 몸담은 디자인 전략가이자 교육자. 1980년대 후반 로스앤젤레스 서비스국에서
필름 판에활자를 조판하면서부터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93년 회사를 설립한 후, 디지털 숲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중이며 <플레이보이>의 브랜드
확장과 함께 존 바바토스의 상품과 페리에의 광고를 디자인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 그래픽
아트 협회의 로스앤젤레스 지부장으로 일했으며, 현재 디자인 교육자로서 UCLA 사회 교육원의 유명한
비주얼 아트 자격증 프로그램에서 로고 디자인과 디자인 ll을 가르치고 있다.


2012년 3월 16일~ 3월 22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김혜리 기자의 영화야 미안해, 강


김혜리 지음




“고마워, 덕분에.”

평론과 비평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평론가라고 말한다. ‘비평’이라는 말이 “예술의 감상자가 작가에
대해서 내리는 가치 평가"를 뜻하는 것인데 비해 나는 때때로 ‘비평’을 매우 주관적이며 독설에 준하는
부정적인 말로 기울여 생각하고는 했다. 그러나 영화평론가 이동진씨의 말처럼 김혜리기자의 리뷰를
읽다 보면 비판의 언어조차 너무 아름다워 그것이 비판이라는 사실을 순간적으로 잊게 된다.
그렇다. 그녀는 참으로 아름답게도 비평을 써낸다.


리뷰 기사를 위해 영화를 보고 쓰는 시간만큼은, 우리는 삶이 영화보다 몇 배 중요하고
흥미롭다는 진리를 잠시 잊습니다. […] 아름다운 배우의 눈가에 맑은 물기가 번질 때,
감동적인 음악이 스크린에 출렁일 때, 정교하게 디자인 된 시퀀스에 숨이 막힐 때에도,
영화의 타고난 본성인 미혹에 지지 않으려 자세를 추스르며 기억해야 할 대사와
프레임을 머릿속에 베껴냅니다.
/ 4-5쪽




내가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아직 학생이었을 때, 수업의 일관으로 그녀가 강의실에 초청되었을
때였다. 인터뷰 방법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한 수업이었는데, 그녀는 감기 때문인지
목에 손수건을 두르고 조금 늦게 나타났었다. 잠긴 목소리로 그녀는 차분하고 느릿하게 말해나갔다.
그녀가 유명인사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어떻게 연락을 취하고, 만나서 어떠한 질문을 끌어냈는지...
강단에서 강연하는 식의 일방적 수업은 아니었기 때문에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었는데,
그때 말하던 그녀는 감성에 충실하지만 정직하고 신중한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유순하지만 무르지는 않은 그런 사람 같아 보였다.

질문을 통해 말을 섞고 나니 괜히 더 관심이 가더라. 그녀의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우리는 우리의 책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저널리스트의 특권을 업고 남보다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영화 텍스트와 창작자에 대한 것이겠지요. 영화를 정직하고 정확하게 전할 것.
그것이 생산된 상황과 예술가의 의도를 존중할 것. 그러나 무엇보다 최우선의 책임은 저널리즘의
생존기반이기도 한 독자에 대한 것일 터입니다. 역시 정직할 것. 겁내거나 사사로이 편들지 말 것.
한 영화에 대한 감상을, 일반 관객보다 넉넉히 허락받은 특권과 시간과 투자를 빌려
영화를 더 많이 보고 많이 읽은 한 사람의 전문 관객으로서 모든 영화에서 뭔가를 얻어내고
그것을 가능한 한 생생히 전할 것.
/ 7-8쪽

그녀의 직업에 대해 갖는 애정, 영화에 대한 태도와 정직한 자세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인수와 서영은 같은 흙탕물을 뒤집어쓴다. [...] 그리하여 남녀는 기묘한, 그러나 관객이 능히
앞으로 궤적을 짐작할 수 있는 처지에 떨어진다. 둘은 극히 서먹하고 불편한 거리에 있는 동시에,
졸지에 서로에게 세상에서 유일무이하게 정직할 수 있는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 이상한 사랑이 다가오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 143-144쪽 <외출, 2005>


그녀의 글을 보면 하나도 허투로 쓴 흔적이 없다. 그래서 책은 참 실하다.
그녀가 영화리뷰를 통해 관객들에게 영화가 8,9천원의 입장료에 값하는가를 가려준다면,
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충분히 제 값을 해낸다고 단언한다.
기자라는 직업이 늘 마감에 쫓기는 일인지라 분명 턱없이 모자란 시간에 허덕일 법도 한데,
그녀의 글들은 하나같이 오랜 퇴고작업을 거친 것처럼 말끔하기만 하다.
쓰여진 단어마다 신중하게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기름을 발라 한 올 흐트러짐 없이 빗어 넘긴 차우의 머리와, 목까지 감싼 차이니스 드레스로
성장한 리첸의 60년대풍 차림새는 무너지는 마음을 묶어세우려는 안간힘처럼 비춰진다.
벽 하나 너머 이웃 침실에서 숨죽인 정사를 나누는 남편을 상상하며 직장에서는 상사의 외도를
뒤치다꺼리해야 하는 리첸은, 복사뼈까지 차오른 흙탕물을 외면하겠다는 듯, 항상 허리를
곧추세우고 하이힐 소리를 또박또박 내며 걷는다.
/ 46쪽 <화양연화, 2000>

단편이지만 <토니 타키타니>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정수를 품고 있다.
필멸하는 존재의 운명, 전 우주를 뒤덮은 고독, 그리고 항상 적정 습도 및 온도를 유지하는
고급 리조트 호텔의 공기와도 같은 문장. 이치카와 준 감독은 원작의 주제는 물론
무라카미 하루키 문체를 영화적 문채文彩로 번역하기 위해 정묘한 형식을 고안했다.
[…] 처마의 낙숫물처럼 똑똑 네댓 개의 음정을 왕복하는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이 시계 초침을
대신해 그 적막한 시간을 헤아린다. 고립이 깊어질 때 영과 육의 거리는 가까워지는 법이다.
<토니 타키타니>에서 사물의 상태는 곧 사물의 본질이며, 이치카와 준은 미니멀한 동시에
나사 하나라도 건드리면 무너질 듯한 형식에 그것을 고이 담아낸다.
/ 152쪽 <토니 타키타니, 2004>


때로 그녀의 글은 단어에 대한 집착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의 책상 위에는 늘 국어사전과 함께
소설가의 책상에나 어울릴 법한 유의사전이 있다”는 허문영 영화평론가의 말처럼 그녀는 국어가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하고 많은 단어들을 가장 적합하게 배치하여 건축한다. 그래서 그녀의 문장은
평론이라기보다는 산문시에 가깝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녀가 묘사한 <화양연화>와 <토니 타키타니>는 필름을 다시 보지 않아도 선명해진다.
또각거리는 리첸의 하이힐 소리와 사카모토 류이치의 낮은 음들이 들려온다.




그녀가 선택한 영화의 리스트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그녀는 몇몇 평론가들처럼 심오한 예술영화를
들먹이며 고매한척 하지 않는다. 상업주의를 대변하는 대중적 블록버스터를 폄하하지도 않는다.
어눌해보이지만 가볍지 않다. 그녀가 말하는 스필버그는 스타 감독 이전에 한 세기를 대변하는
진정한 거장이며, 다코타패닝은 능청스러운 헐리우드의 아역스타가 아닌 단지 조숙하고 천부적인
천재 배우가 된다.


그녀는 겸손하게 말한다.

책에 대한 경외심을 품어온 제게 이 작은 문집은 기만이고 일탈입니다. [...] 아무래도 이 책은
또 하나의 횡령이 될 것 같습니다. 영화에게 새삼 미안하고, 죽어서 이 책의 종이로 묶인
나무들에게 더욱 미안합니다. [...] 이 책은 제 왼쪽 서랍입니다. 편애의 기록입니다.
제 초라한 왼쪽 서랍을 왼손잡이 당신에게, 잡동사니에 눈길이 머무는 당신에게 바칩니다.
/ 395쪽

하지만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가끔 원작에 대한 사유와 비평이
원작을 뛰어넘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자: 김혜리

김혜리는 1994년 서울대학교 인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2월 <씨네21> 창간 준비팀에
입사했다. 1998년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UEA)에서 영화학 석사과정을 마쳤고,
이듬해 11월 <씨네21>에 두 번째 입사했다. 현재는 <씨네21> 편집위원. 2008년 로테르담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었다. 펴낸 책으로, 인터뷰집 『그녀에게 말하다』(씨네21),
한국영화의 서른개 장면을 이야기한 포켓북 『영화를 멈추다』(한국영상자료원)가 있다.



글: 땡스북스 김한나


2012년 3월 23일~ 3월 29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작업실, 우듬지



이상현, 이안나 지음




24명의 아티스트
24개의 공간
24가지 취향



디자이너들의 공간이 궁금했다.
'앞서 나가 있는 그들의 작업실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이 책을 잡게 했다.
화가, 건축가, 패션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포토그래퍼 등 각 분야 대표 아티스트 24명의 작업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작업실>이다.


‘오기사’로 더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겸 건축가 오영욱의 작업실, ‘장기하와 얼굴들’, 브로콜리 너마저’등의 음반 디자인과 한글 레터링으로 유명한 김기조의 작업실, ‘오보이!’를 발행하기 시작한 패션사진작가 김현성의 작업실 등 각양각색의 작업실 만나 볼 수 있다. 또한 잘 모르는 아티스트 였을지라도 그들의 작업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나만의 공간.
작업을 위한 공간.

수상한 지하 작업실, 권재민
"지하는 온도가 적당해서 가구가 잘 말라요."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지하실의 온도는 가구가 마르기에는 좋은 환경이다. "가구를 만든 후 표면을 매끈하게 만드는 마감처리를 위해 오일을 바르는데, 온도가 최소 18도 이상은 유지돼야 해요. 보통은 맞추기 어렵지만 지하실에서는 어렵지 않죠. 난방기 두대만 켜도 20도 이상 올라가거든요."
..
가구를 만드는 가장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이 지하 작업실의 존재 이유다.-25p


아티스트들의 작업실은 오롯이 '작업'을 위한 공간 그 자체다. 모든것이 작업에 맞추어져 있었다.




아티스트를 닮아가는 작업실

그 남자의 (가)방, 김서룡
"..작업실은 일종의 놀이터 같은 공간이에요. 그저 내가 일하고 움직이기 편하도록 적재적소에 물건과 가구를 배치했을 뿐이죠." 그럼에도 이 공간이 금세 김서룡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머금도록 하는 건, 오랜 세월 함께해온 그의 가구들 덕분이다. -89p


어느 기능주의자의 안식처,김현성
장식을 거부하는 주인답게 스튜디오에 있는 가구 및 소품 역시 철저히 기능주의 적인 것들뿐이다. 현란한 색은 모두 삭제한 채 쓰임만으로도 어떤 뉘앙스를 전달하는 가구들...바우하우스와 스위스 모던 그래픽을 사랑하는 그의 확고한 취향을 반영한 이 사물들은, 김현성의 사진과 더랑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237p


시간이 표류하는 작업실, 주명덕
-정리가 덜 된 서재. 책은 시집, 소설, 인문서, 과학서 등 분야별로 다양했는데 경제, 예술, 정치 분야의 명사들을 만나 서슴없이 대화하기 위해 작가가 탐독한 책들이다.
-인화된 흑백사진. 일면 ‘주명덕 블랙’이라고 일컬어지는 작가의 고유한 검정색은 눈과 귀를 활짝 열고 보아야만 느낄 수 있다.-231p

아트스트 개개인의 색과 작은 습관까지도 스며든 작업실은 보고 있자면,
그들의 정신세계가 현실로 형상화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곳곳에서 아티스트들의 작업실 세세한 곳 까지 볼 수 있어서 보는 재미가 더해진다. 아티스트들과 함께해온 물건 하나하나가 생명력이 넘친다. 공간과 취향이 어우러져 몰입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책을 덮고 난 후의 느낌은 ‘잘 구경했다’이다.
아티스트들의 작업실 이야기는 부러움과 동시에 뜨거운 공기를 불어 넣어주는 것 같다.
그들이 왜 이 공간을 선택했는지 어떤 마음 가짐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엿 볼 수 있고,
24명의 아티스트들의 꿈과 열정은 그들의 작업실보다 더 빛나 보인다.

이 책을 통해 개인의 공간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과 삶이라는 우리의 작업실에 영감을 얻길 바란다.




저자 : 이상현
이상현은 방송작가와 디자인잡지의 기자를 거쳐 현재 안그라픽스의 편집자로 일하는 중이다.

저자 : 이안나
이안나는 디자인잡지의 기자로 일하다가 지금은 광고대행사의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 이상현과 이안나는 어느 디자인잡지에서 고초와 기쁨을 함께 나누었던 직장동료 사이였다. 애초에는 서로 반목했으나 이젠 ‘친구’가 된 둘은 작년 여름부터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감정기복이 천변만화한 이상현에게 이안나는 나무 같은 존재였고, 나무늘보만큼 게으른 이안나에게 이상현은 모래시계 같은 존재로 남았다.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만나는 절친이지만, 절대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두 사람.



글: 땡스북스 박지연


2012년 3월 30일~ 4월 5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두 남자의 집짓기, 마티



이현욱, 구본준 지음



아파트의 인기가 시들한 요즘 마당이 있는 주택을 꿈꾸는 이들이 늘고 있다.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정말 꿈으로만 남을 수 있는 마당 딸린 주택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가 마치 북유럽 스타일의 가구를 집에 들이는 것처럼 한 때의 유행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아날로그적인 삶을 꿈꾸는 디지털 시대의 반향이랄까.

주택에서 살았던 기억을 되짚어 보면 아파트의 규격화된 편리함과는 거리가 멀다. 관리비만 내면 이것저것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걷는 길은 늘 정리되어 있으며, 잡상인을 막아줄 경비아저씨까지. 반면 주택은 철저히 개인 공간이다. 각종 세금은 물론 쓰레기 수거와 집주변까지 신경써야 한다. 경비아저씨도 없다(택배를 받아줄 수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파트보다 비싸다(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랬다).

이렇게 불편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아파트 생활이 길어질 수록 점점 주택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아파트에 살면 층간소음 때문에 음악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해가 진뒤 거실을 걸어야 할 때면 발끝으로 조심조심 걸어야 한다. 윗집은 커녕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베란다에 작게나마 화단을 만들었지만 마당에서 키우는 큰 나무가 늘 그립다. 살기 위한 공간인데 살기가 싫다. 불편함이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돈을 모은다고 과연 아파트가 아닌 주택을 살 수 있을까. 아파트처럼 이미 누군가의 설계에 맞춰 지어진 주택말고 내가 살고싶은 주택을 짓고 살 수 있을까.

부담이 커지고 마당딸린 주택을 포기할 때쯤 지나가는 뉴스에서 "땅콩집"에 대한 정보를 보게되고, 뭔가 다른 방법이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책<두 남자의 집 짓기>는 바로 그 땅콩집을 짓게 된 건축가와 건축전문 기자 둘의 이야기다.



"땅부터 인테리어까지 3억으로"라는 부제만큼 아무리 저렴하게 집을 지은다고 한들 당장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이 당장 집을 지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하지만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서 하나하나 짚어나가고 있어 주택을 꿈이 아닌 현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리고 직장 16년 차의 기자인 저자 구본준도 이 책처럼 결국 원하는 집을 갖게 되었으니 말이다.



"부자들만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은 선입견이었고, 집 짓는 과정이 힘들고 어렵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직접 지어보니 크지 않아도, 돈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7p

"살고 싶은 집에서 사는 삶, 이 너무나 간단하고 소중한 것을 왜 그리 겁내고 미루고 포기해 왔을까. 단독주택에 살고 싶다면 그리하는 게 맞다.... 내가 바라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집도 마찬가지. 살아보니 더욱 그렇다." -17p



건축 전문기자 구본준과 건축가 이현욱 두 저자의 가족이 살 집을 짓는 과정을 꼼꼼히 기록한 이 책에는 건축가 이현욱이 아파트에 사는 것을 포기하고 자기가 살 집을 직접 짓기 전 몇차례의 실험적인 주택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처음 집을 짓게 될 독자들이 겪을 수 있는 온갖 실수들을 먼저 겪고 조언하는 부분이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집이 크면 클수록 좋다고? 천만에. 단독주택의 경우는 특히나 그렇지 않다. 보기에 좋은 집이 살기에 편하지 않을 수 있다. 집을 짓거나 지어진 집을 구입하려 할 때, 집의 모양새만 살펴서는 안 된다. 겉으로 보이는 재료뿐 아니라 내장재, 단열재, 구조 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봐야 한다." -68p



집을 짓는 과정을 안다는 것은 집을 지을 때 뿐만 아니라 이미 지어진 집을 사거나, 세를 얻을 때도 큰 도움이 된다. 살아보지 않았으니 겉만 보고 집을 고르게 되는데 조금만 더 생각한다면 자신에게 맞는 집을 알 수 있다. 하루이틀 살 곳이 아닌이상 작은 부분이라도 잘못 선택하면 오랫동안 불편을 주게된다. 특히 냉난방에 대해서는 나 역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높은 거실은 모두의 로망이다. 건축가들도 좋아한다. 높고 시원하게 뚫린 공간, 환하게 빛나는 넓은 거실창......이제 따져보자. 높은 거실은 멋있는 집이 될 수는 있겠지만 편안한 집은 될 수 없다. 집에 돌아와 업무로 쌓인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아늑하고 편안한 안정을 느끼고 싶다면 높은 거실은 잘못된 선택이다... 여름에는 에어컨이 소용없고, 겨울에는 보일러가 소용없다. 높아서 멋있는 거실은 손님이 놀러올 때 한번 폼잡는 쇼에 가깝다." - 134p



요즘 인테리어에 대한 책이 많이 늘었다. 사진보는 재미도 있고 왠지 한부분은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아 나역시 많이 보곤 한다. 반면 (에세이가 아닌) 건축에 관한 책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손이 잘 안간다. 인테리어 책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다행이도 이 책 <두 남자의 집짓기>는 쉽게 읽힌다. 인테리어 책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집짓기에 대한 정보를 잘 전달하고 있다. 앞으로 자기 집을 지을 사람들에게 또는 집을 살 사람들에게 주택에서 살고 있는 두 남자의 경험이 친절하게 다가온다.



구본준

건축은 ‘부동산이 아니라 문화’라는 것을 알리는 기사를 오랫동안 써왔다. 건축기자면서도 집은 특별한 사람들만 짓는 것으로 알고 아파트에서 살아오다 이현욱 소장을 만나 단독주택 땅콩집을 짓게 됐다. 이 집에서 좋은 집이란, 알맞게 작고 알맞게 여백이 있는 집이라는 걸 깨달아가며 즐겁게 살고 있다. 단독주택으로 이사 갔으니 소원이던 고양이를 기르려 했지만 아내의 반대로 대신 거북이를 기른다. 거북이가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글 쓰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한겨레]에서 기동취재팀장, 기획취재팀장을 거쳐 대중문화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의 글쟁이들] [서른살 직장인 책읽기를 배우다], 한국 전통건축을 소개하는 [별난 기자 본본, 우리 건축에 푹 빠지다] 등의 책을 썼다.

이현욱

가장 경제적인 집, 가장 현실적인 집을 추구하는 합리주의자 건축가. 친환경이야말로 가장 경제적이기 때문에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변에선 현실주의와 이상주의가 묘하게 혼합되어 있다고 평한다. 국내 대표적인 설계사무소 광장건축에서 실습생으로 건축을 시작해 도면을 그리다보니 어느새 대표가 됐다. 평생 아파트에서 살다가 2007년 처음 죽전에 ‘들고 다니는 집’ 모바일하우스를 지으면서 단독주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2010년 구본준 기자와 ‘도심의 아파트 전세값으로 한 달 만에 완성하는 새로운 개념의 목조주택’을 짓기로 의기투합했다. 이렇게 지은 땅콩집으로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과 여러 언론사의 올해를 빛낸 인물, 기업혁신 부문의 상들을 받았다. 한국형 목조 단독주택이 보통 사람들의 행복한 집으로 정착되기를 꿈꾸고 있다.



글: 땡스북스 김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