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5일~8월 11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얼굴 빨개지는 아이, 별천지


장 자끄 상뻬 지음 / 김호영 옮김

"소중한 내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사람들은 항상 바쁘다. 일에 쫓겨 주위를 둘러 볼 여유조차 없거나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삶이 건조하다고 느껴질때면 괜히 어릴 적 친구들이 몹시 그리워지곤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이 책을 꺼내어 본다.

장 자끄 상뻬가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 이 작품은
다른 아이들과 달리 시도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마르슬랭과
남들과 달리 어디에서고 재채기를 하는 르네와의 우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난 네 얼굴이 왜 빨개지는지 알고 있단다.
그건 까이유라는 네 이름이 붉은색 조약돌이란 뜻이기 때문이야!”
“그렇지만 전 까이유라는 이름이 좋아요. 예쁘잖아요!” -15p

마르슬랭은 바닷가에서 보내는 여름 바캉스 철을 항상 그리워했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 얼굴이
모두 함께 빨개졌고, 사람들은 빨개진 얼굴에 만족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또 모든 사람들이 추위로 얼굴이 새파래지는 한겨울에,
혼자 계절에 맞지 않는 이상한 얼굴색을 하고 다니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마르슬랭은 ‘그렇게까지’ 불행하지는 않았다.
단지 자신이 어떻게, 언제, 그리고 왜 얼굴이 빨개지는지를 궁금하게 여길 뿐이었다. 22-26p

하지만 르네는 ‘그렇게까지’ 불행하지는 않았다. 단지 코가 근질거렸을 뿐이고,
그것이 그를 자꾸 신경 쓰이게 만들 뿐이었다.
그런데 그는 우연히 마르슬랭의 얼굴이 빨개진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오랫동안 얘기를 나누었다.
그날 밤 두 꼬마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고, 서로 만나게 된 것을 아주 기뻐했다.

“그 마르슬랭 까이유라는 애, 아주 멋진 색깔의 얼굴로 돌아오기도 하고. 아츄!”
“어, 재채기 하는 소리가 들려. 분명히 르네 라토일 거야.
한밤중에 이렇게 친구의 목소리를 듣다니, 너무 좋아...” 42-45p

고등학생 시절, 나는 이 책을 발견하고서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에게 이 책을 선물해 주었다.
아마 당신도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당신이 잃고 싶지 않은. 평생 함께하고픈 친구에게
당장 선물해주고 싶어질 것이다. 또 당신이 이 책을 누군가로부터 선물 받았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당신을 몹시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정말로 좋은 친구였다. 그들은 짓궂은 장난을 하며 놀기도 했지만,
또 전혀 놀지 않고도, 전혀 말하지 않고도 같이 있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함께 있으면서 전혀 지루한 줄 몰랐기 때문이다. -58-59p
마르슬랭은 감기에 걸릴 때마다 그의 친구처럼 기침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흡족했다. 그리고 르네 역시 햇볕을 몹시 쬔 어느 날, 그의 친구가 가끔씩 그러는 것처럼 얼굴이 빨개져 버린 것에 아주 행복한 적이 있었다. / 둘은 정말로 좋은 친구였다. -62-63p

이 책은 대부분의 우정과 관련된 대부분의 이야기들과 다르다.
작가는 ‘목숨을 건 의리’ 혹은 ‘친구를 대신한 선의의 복수’와 같은 유별난 우정을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아주 담담하면서도 가장 보편적인 친구와의 우정을 따뜻하고 낙관적인 시선으로 말하려고 한다.

이야기 곳곳에는 우정을 넘어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까지 담겨있다.

그러나 여러분은 부모들이란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부모들은 항상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고, 항상 시간에 쫓긴다…….
가족들은 오랫동안 르네가 남기고 간 편지와 주소를 찾아보았다. 74-75p
마르슬랭은 르네 라토를 잊지 않았고, 자주 그를 생각했으며,
매번 그의 소식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지 하고 다짐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엔 하루하루가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흘러가 버린다.
한 달 한 달도 마찬가지이고…….

그는 모든 사람들이 뛰어다니는 대도시에 살게 되었고, 그도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뛰어 다녔다.
어느 날 그는 비를 맞으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약속 시간 때문에 몹시 초조했는데,
9시 15분에는 라르슈 씨, 9시 45분에는 푸르셰 씨, 10시 15분에는 리폴랭 씨,
10시 45분에는 베르니스 씨, 11시 15분에는 브라운스미스 씨, 그리고 11시 45분에는 파르시팔 씨와
각각 약속이 있었다. -92p

이 책의 가장 훌륭한 점은 작품 어느곳에서도 읽는 사람을 훈계하거나 꾸짖으려 하지 않지만,
읽는 사람 스스로가 삶을 돌이켜보고 반성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마르슬랭과 라토는 매우 유별나 보이지만
사실 가장 보편적인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누구나 콤플렉스 하나쯤은 안고 살아가면서 남들과 같지 않다는 이유로 소외를 당해보기도 하고,
소중한 사람을 잃어보기도 하고, 또 한 마디 말에 쉽게 상처를 받기도,
소중한 무엇에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은 늘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다르기 때문에 마르슬랭과 르네는 서로의 아픔을 위로해주며
남다른 우정을 만들어 갈 수 있었다.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서로의 상처를
자연스럽게 감싸 안는 이 둘을 보면 ‘다름을 극복한다는 것’은 상태의 변화가 아닌
마음 먹기의 변화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여러분을 우울하게 만들 생각이었다면, 이제부터 여러분에게 이 두 친구가 자신들의 일에 떠밀려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을 것이다.
사실, 삶이란 대개는 그런 식으로 지나가는 법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우연히 한 친구를 만나고, 매우 기뻐하며, 몇 가지 계획들도 세운다.
그러고는, 다신 만나지 못한다. 왜냐하면 시간이 없기 때문이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며,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살기 때문이다. 혹은 다른 수많은 이유들로.
그러나 마르슬랭과 르네는 다시 만났다. -110p

마르슬랭은 어디든 도착하면, 곧바로 르네가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마찬가지로, 르네 라토도 항상 마르슬랭 까이유를 찾았다.
그들은 토요일과 일요일이 되면, 영원히 성공할 것 같지 않을(하지만 해롭지도 않을) 사냥을 나갔다.
또 여전히 짓궂은 장난도 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있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함께 있으면서 결코 지루해하지 않았으니까 -113-121p

당신 곁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아도,
그저 같이 앉아만 있어도 편안한 친구가 있다면, 그들은 나의 당연한 사람들이 아님을 기억하자.
이 책을 읽고 나면 잊고 있던 오랜 친구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질 것이다.


저자: 장 자끄 상뻬 Jean-Jacques Sempe

1932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난 그는 데생 화가이다. 소년 시절 악단에서
연주하는 것을 꿈꾸며 재즈 음악가들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960년 르네 고시니와 함께 『꼬마 니꼴라』를 만들어 대성공을 거두었고,
1962년에 작품집 『쉬운 일은 아무것도 없다』가 나올 무렵에
그는 이미 프랑스에서 데생의 1인자가 되었다.
지금까지 30여 권의 작품집들이 발표되었고, 유수한 잡지들에 기고를 하고 있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랑베르씨』, 『얼굴 빨개지는 아이』, 『가벼운 일탈』,
『아침 일찍』, 『사치와 평온과 쾌락』, 『뉴욕 스케치』, 『여름 휴가』, 『속 깊은 이성 친구』,
『풀리지 않는 몇 개의 신지』, 『라울 따뷔랭』, 『까트린 이야기』,
『거창한 꿈들』, 『각별한 마음』 등이 있다.



글: 땡스북스 김한나

2011년 8월 12일~8월 18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디자인하우스


헬렌 니어링 씀, 공경희 옮김

날씨도 덥고 비도 많이 오고 입맛도 없고 의욕도 떨어지는 계절이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기쁨도 식욕이 왕성할 때 얘기다.
뭔가 내몸에 활기를 주고 삶의 기쁨을 가득 안겨줄 그런 음식은 없는 걸까?

세상에는 요리책이 너무 많고, 요리사도 너무 많고, 요리도 너무 많다.
음식에 대해 다른 요리책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와 경향을 기반으로 쓰지 않는다면, 여기서 당장
그만둬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독특한 책을 쓰려 하고 그런 소망을 품고 있다. 내가 제안하고
기술할 식이요법은 영양가 있고 무해하고 간소한 음식이 될 것이다. 복잡하고 세련된 사람들을 위한
복잡한 음식이 아닌, 소박한 음식 말이다.
음식을 준비하고 만드는 데 있어 경제적이고 간단한 것이 나의 목표이다.
만일 가로 세로 9*15 센티미터 카드에 다 적지 못할 조리법이라면 잊어버리자.
내 책의 주제는 이렇다. 대충 말고 철저하게 살자. 부드럽게 말고 단단하게 먹자.
음식에서도 생활에서도 견고함을 추구하자. -10p

음식 준비에 최소한 힘을 들이는게 내 목표이다. 먹을 만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충분히 만들어서
소박하게 식탁에 차리고, 찾아 온 사람들에게 '수프가 준비됐으니 와서 드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손님들이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다. 어쨌거나 나는 할 바를 다 했으니까. -25p

식사를 간단히, 더 간단히, 이루 말할 수 없이 간단히- 빨리 더 빨리 이루 말할 수 없이 빨리- 준비하자.
그리고 거기서 아낀 시간과 에너지는 시를 쓰고, 음악을 즐기고, 곱게 바느질하는 데 쓰자.
자연과 대화하고, 테니스를 치고, 친구를 만나는 데 쓰자.
생활에서 힘들고 지겨운 일은 몰아내자. 요리하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요리가 힘들고 지루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좋다. 가서 요리의 즐거움을 만끽하면 된다. 하지만 식사 준비가 고역인 사람이라면
그 지겨운 일을 그만두거나 노동량을 줄이자.
그러면서도 잘 먹을 수 있고 자기 일을 즐겁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32p

양배추 진한 수프

곱게 썬 양배추와 잘 익은 토마토(곱게 썰어)를 준비한다.
잘게 썬 양파와 기름을 넣는다.
프라이팬에 물을 붓지 말고 모두 넣는다.
저어서 팬의 뚜껑을 닫아, 15분 간 뭉근한 불에서 끓인다.

대다수의 인간은 더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조리한다고 말한다. 조리를 해야 맛이 더 좋을까?
습관과 관습에 물든 미각에게만 그렇게 느껴질 것이다.

소금을 넣지 않은 팝콘이나 버터와 잼을 바르지 않은 빵, 매콤한 소스를 치지 않은 샐러드가 입맛을
당기지 않는다면 그만큼 배가 고프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배가 고프지 않을 때는 굳이 먹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배가 고플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극적인 양념을 넣지 않고도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149p

실력있는 요리사라면, 종종 음식의 결점을 감추는 데 사용되는 모든 향신료와 양념의 과도한 사용을
피할 수 있어야한다. 향신료나 양념으로 변장을 해야한다면, 이미 형편없는 음식이고, 이런 음식은
먹지 말아야한다. -199p

내 몸에 활기를 주고 삶의 기쁨을 가득 안겨줄 그런 음식은 분명 있다.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은 어떤 음식이 그런 음식인지 알려준다.
단지 혀로 느껴지는 입 안의 만족만이 아닌, 몸이 느끼고 정신이 배부른 그런 음식 이야기를 들려준다.
먹을거리와 먹는일에 대한 헬렌 니어링의 철학은 삶에 대한 새로운 미각을 일깨워 줄 것이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이 갖고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사람이 어떤 행위를 하느냐가 그 사람 인생의 본질을 이루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다."


저자 : 헬렌 니어링

먹고 사는데는 적어도 절반이상 자급자족 한다는 것과 돈을 모으지 않는다는 것과 동물을 키우지 않으며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 '조화로운 삶'을 평생 실천한 그녀는 남편 스콧 니어링과 함께
전세계적으로 귀농과 채식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1904년, 뉴저지 릿지우드의 중산층 지식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예술과 자연을 사랑하고 채식을 실천하는 부모 슬하에서, 그녀 역시 자연의 혜택을 흠뻑
받으며 자연스럽게 채식인으로 성장했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그녀는 젊었을 적부터 유럽 여러 나라를 자유롭게 여행하였고, 한때는 철학자
크리슈나무르티와 교류하기도 하였다. 1928년, 헬렌은 장차 남편이 될 스코트 니어링(Scott Nearing)을
만난다. 스코트 니어링은 왕성한 저술과 강연으로 존경받는 교수 출신이었으나, 자본주의에 정면으로
대항하고 반전 운동을 벌인 명목으로 당시 주류 사회에서 배척당하고 있었다. 미친 사회라고 규정한
자본주의, 제국주의 사회의 대안으로 '생태적 자치사회'를 몸소 실천하고자 1932년 도시를 떠나 버몬트의 한 낡은 농가로 이주한다. 바로 그 곳에서 자연과 하나되는 '조화로운 삶'을 시작한다.

노동 4시간, 지적 활동 4시간, 친교 활동 4시간으로 꾸릴 수 있는 '조화로운 삶'(good life)이 바로
그것이다. 문명화된 현대 사회에서 벗어나 자급자족하며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고 사는 것, 그리고 많이
가지기보다는 검소하고 단순하게 사는 삶을 실천에 옮긴다. 하루를 온전히 일에만 바치지 않았다.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시간만 노동에 사용하고, 나머지 시간은 독서와 명상, 여행처럼 자기 자신의
유익을 위해 사용했다. 현대 문명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가능한 손을
이용해 일을 했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하지' 식의 방종적 낭만과 게으름을 철저히 경계했다. 그들은
스스로 12가지의 삶의 원칙을 세워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먹고 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고 이후 시간은
그들의 정신을 풍성히 하는데 힘쓰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식사 또한 특별한 조리법이 없었다. 통밀 빵과 생과일, 소금을 안 친 팝콘처럼 가능한 조리하지 않은
음식을 먹었고, 육식을 하지 않았다. 특히 이러한 방식은 건강식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반세기 동안 의사
없이도 건강하게 생활한 그녀의 몸 자체가 건강법의 증거가 되었다. 삶의 매 순간을 명료한 의식과
치열한 각성 속에서 살아갔던 그 두 사람은 이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스코트 니어링은 100세 되던 해에, 음식을 서서히 끊음으로써 자신을 붙들고 있던 목숨과 작별을
고했다. "나 또한 삶에 큰 고마움을 느끼며 또 죽음이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는 데 큰 고마움을
느낀다. 우리는 누워서 병을 앓으며 무력한 삶을 계속 살아갈 필요가 없다. 요양원에서 이루어지는
긴 사멸의 공포를 느낄 필요도 없다. 우리가 집에 있고 우리 희망을 알릴 수 있으면, 우리는 먹는 것을
멈출 수 있다. 그것은 간단한 일이다. 병구완을 않고 먹는 것을 멈추면, 죽음은 우리 앞에서 두 손을 활짝
벌리는 것이다. 스코트의 죽음은 내게 훌륭한 길, 훌륭한 죽음을 보여 주었다. 고통과 억압이 없는 죽음,
여전히 생명의 흐름이 이어지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슬픔이 없다."
(헬렌 니어링,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보리, 1997, p.233)

헬렌 니어링 또한 남편과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생을 마감하고자 하였으나, 불행히도 그 바람은 실현되지
못했다. 1995년 9월 17일, 차 사고로 인해 그녀는 갑작스럽게 92세의 일기를 마쳤다. 그녀의 대표적인
저서인 조화로운 삶은 탐식에 길들여진 우리를 일깨우는 참 먹을거리에 관한 깊은 성찰을 일깨워준다.



글: 땡스북스 이기섭

2011년 8월 19일~8월 25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좀머 씨 이야기,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장 자끄 상뻬 그림, 유혜자 옮김

바쁘게 살다 보면 하늘 한번 올려다보지 못하고 하루가 지나가 버린다.
그리고 그러다 보면, 하늘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 간다.

이번 주에는 짬을 내어 하늘도 바라보고, 오랜만에 책이 주는 휴식도 맛보자.
카페 창가도 좋고, 지하철 한 켠이라도 좋다. 여기 아주 제격인 책이 있으니.
이 책은 가볍고 얇아서 어디든 함께 갈 수 있는 것은 물론,
바쁘게 어른이 되어가는 우리에게 하늘처럼 다정히 이야기를 건넨다!

작품은 장 자끄 상뻬의 그림이 사랑스럽게 어우러진 한 편의 동화 같은 소설로,
‘나’의 어린 시절, 자신의 이야기와어린 ‘나’의 시선으로 바라본 주위 사람(어른)들 이야기,
그리고 주위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좀머 씨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선한 공기처럼 순수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맘껏 들이마시고 싶은 사람,
잠시 가던 길을 멈춰 서서 어른이 된 자신과 세상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한 사람,
좀머 씨를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와 삶, 죽음의 의미를 고민해 보려는 사람,
모두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오래전, 수년, 수십 년 전의 아주 오랜 옛날, 아직 나무 타기를 좋아하던 시절에 내 키는 겨우 1미터를
빠듯하게 넘겼고, 내 신발은 28호였으며, 나는 훨훨 날아다닐 수 있을 만큼 몸이 가벼웠다.
정말 거짓말이 아니었다. 나는 그 무렵 정말로 날 수 있었다. -5p

만약 외투의 단추를 풀고 그것의 양끝을 양손으로 잡아 주기만 했더라면, 바람을 타고 둥둥 떠다닐 수
있어서 학교 앞 동산에서 언덕 아래에 있던 숲 위로 거침없이 훨훨 날아다니다가, 숲을 지나 우리 집이
있던 호숫가로 날아가서, 우리 집 정원 위에서 멋지게 한 바퀴 선회하면, -6p


나무에 기어오르는 것만큼은 ― 그때 내 생각으로는 ― 평생토록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이가 120살 되어도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느릅나무나 너도밤나무나
소나무의 꼭대기에 마치 늙은 원숭이처럼 높이 앉아서 바람결 따라 살살 몸을 움직이면서 들판과
호수와 그 뒤의 산 등을 쳐다보고 있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었다. -14p


“얘! 너 아랫마을로 만날 혼자 가지?”
“응.”
“있지, 월요일에 너랑 같이 갈게…….”
(중략)
그 순간 이후 그날 하루 종일, 아니 그 주일 내내 내 귓가에는 그 말만이 들려왔고, 그 말은 너무나
― 아, 어떻게 표현한담! ― 달콤하게 들렸다. 그림 형제 동화책에서 읽었던 어느 것보다도 달콤했고,
<지금부터 내 음식을 먹어도 좋아, 내 침대에서 자도 돼>라고 말했던 『개구리 왕』에 나오는 그
공주님의 약속보다도 더 달콤했다. -49p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1미터 남짓한 키의 맑고 귀여운 소년. 그의 아주 친근한 조잘거림이
바람 부는 언덕으로, 높은 나무 위로, 풋풋한 설렘의 순간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세상의 어떤 휴양지가 어린 시절의 즐거운 추억만큼 아름다울 수 있을까.


문제는 내가 너무 늦게 도착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정확히 10분 늦었다. 하르트라웁 박사님 댁
오소리개가 나를 한참 동안이나 울타리 곁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도중에 자동차를 두 대
만났으며, 네 명의 행인을 앞질러야만 했었다. 미스 풍켈 선생님 집에 도착했을 때 선생님은 얼굴이
이미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방안을 왔다갔다하다가 손가락으로 허공에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얼마나 늦었는지 알고 있기나 하니?” (중략)
나는 하르트라웁 박사님 댁 개 이야기부터 더듬거리며 하기 시작했지만 선생님은 내게 변명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70p

피아노를 배우려고 자전거를 타고 오느라 온갖 시련을 겪으며 땀을 뻘뻘 흘리고 왔건만 고작
아이스크림이나 사 먹으려고 히르트 아줌마네 구멍가게를 기웃거렸다는 누명을 뒤집어써야만 된단
말인가! 너무나 기가 막혀서 나는 말문이 막혀 버렸고 눈물만 뚝뚝 흘렸다.
“눈물 그쳐!” 미스 풍켈 선생님이 소리를 꽥 질렀다.
“가방이나 열고 악보나 꺼내서 뭘 배웠는지나 해봐! 보나마나 연습도 안 했겠지!” -71p


한 해 두 해 흘러 나이가 찰수록,
‘그저 겉모습만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여물어 가야겠다, 어른이 되어야겠다.
그리고 세상에 이미 가득한 잘난 어른이 아니라
좋은 어른이 되어야 할 텐데.’ 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소설 속 어린 ‘나’에게 지금 우리는 어떤 어른으로 비춰지고 있을까.

이른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좀머 아저씨는 그 근방을 걸어다녔다. 걸어다니지 않고 지나는 날이
1년에 단 하루도 없었다. 눈이 오거나, 진눈깨비가 내리거나, 폭풍이 휘몰아치거나, 비가 억수로 오거나,
햇빛이 너무 뜨겁거나, 태풍이 휘몰아치더라도 좀머 아저씨는 줄기차게 걸어다녔다. -16p

그런데 정작 그가 어디를 그렇게 다니는 것인지? 그러한 끝없는 방랑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그가 그렇게 잰 걸음으로 하루에 열둘, 열넷 혹은 열여섯 시간까지 근방을 헤매고
다니는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22p

좀머 아저씨가 분명하고 확실하며 오해의 소지가 없는 제대로 된 문장을 말하는 소리를 나는 딱 한 번
들었다. 나는 그 말을 결코 잊을 수가 없었고, 아직도 그 말은 내 귓가에 생생하다. 7월 말 날씨가
지독히도 나빴던 어느 일요일 오후의 일이었다. -27p

아저씨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호두나무 지팡이를 왼손으로 바꿔 쥐고는 우리 쪽을 쳐다보고 아주
고집스러우면서도 절망적인 몸짓으로 지팡이를 여러 번 땅에서 내려치면서 크고 분명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그 말뿐 더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그 말뿐이었다. 그런 다음 그는 그때까지 열린 채로 있던 차의 앞문을 닫고, 지팡이를 다시
오른쪽으로 바꿔 쥐고는 눈길을 옆으로 주지도 않고, 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앞으로 계속 걷기만
했다. -35p

좀머 씨를 생각하면 왠지 가슴 한 켠이 아리고 먹먹하다.
수년 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했던 그 고민을 이번에도 하게 된다.
좀머 씨는 왜 쉬지 않고 걸어야만 했을까.
그는 누구였을까. 아니, 오늘을 사는 또 누구일까.

물론 정확한 답은 존재하지 않지만, 전보다 답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그에게 왜 걷는지를 묻기보다는, 그를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어졌으니.
그리고 오늘을 사는 좀머 씨들을 이해하고 싶다.
당신과 함께라면 더더욱 좋겠다.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

가느다란 금발의 여린 얼굴, 유행에 한참이나 뒤떨어진 낡은 스웨터 차림.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남자. 사람 만나기를 싫어해 상 받는 것도 마다하고, 인터뷰도 거절해 버리는
기이한 은둔자. 이 사람이 바로 전세계 매스컴의 추적을 받으면서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다.
쥐스킨트는 1949년 뮌헨에서 태어나 암바흐에서 성장했고, 뮌헨 대학과 엑 상 프로방스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젊은 시절부터 여러 편의 단편을 발표했으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한 예술가의
고뇌를 그린 남성 모노드라마 『콘트라베이스』가 <희곡이자 문학 작품으로서 우리 시대 최고의 작품>
이라는 극찬을 받으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냄새에 관한 천재적인 능력을 타고난
주인공 그르누이가 향기로 세상을 지배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향수』, 조나단 노엘이라는 한 경비원의
내면 세계를 심도 있게 묘사한 『비둘기』, 『깊이에의 강요』 등을 발표하면서 전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로시니 혹은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잔인한 문제』는 독일의 영화 감독 헬무트 디틀과
함께한 시나리오로 영화화되어 1996년 독일 시나리오 상을 수상했다.



글: 땡스북스 회원, 김정래

2011년 8월 26일~9월 1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피그말리온, 열린책들


조지 버나드 쇼 지음, 김소임 옮김

“해피엔딩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다”

책의 내용 못지않게 책의 외향이나 물성을 중요시 여기는 독서 습관을 가진 나는 열린책들의 세계문학
시리즈를 지극히 편애한다. 일단 일 만원을 넘지 않는 착한 가격과 실로 꿰매는 사철 방식으로 만들어진
제본은 다소 지루한 고전 읽기에 활력을 주는 요소와 더불어, 적은 돈으로 누릴 수 있는 나만의 호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책장에 하나 둘 늘어가는 열린책들 시리즈를 볼 때마다 은행 잔고가 쌓이는 듯한
든든함을 느끼는 나에게 최근에 나온 176번째 <피그말리온> 역시, 존재만으로도 나만의 북 셀렉션
리스트에 오를 자격조건을 갖춘 셈이다.

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피그말리온>이 생소하게 다가온다면, 오드리 헵번이 열연한 ‘마이 페어 레이디’
의 원작이라고 한다면 좀더 친밀하게 느껴질 것이다. 일단, 책 이야기에 앞서 ‘피그말리온’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재능 넘치는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타락한 여인들을
멀리하다가 독신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러던 중, 자신이 손수 이상적인 여인을 창조하겠다는
마음으로 상아를 재료로 조각상을 만들었다가, 결국 자신이 만든 여인상과 사랑에 빠진다.
비너스 신전으로 가 여신상에 생명을 불러 넣어 달라고 기도를 하게 되고, 그 정성이 비너스에게 전해져
마침내 생명을 얻은 여인상이 눈을 뜨자마자 보게 된 피그말리온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결국, 둘은
비너스의 축복아래 결혼에 이르게 된다는 해피엔딩이 주를 이룬다. 희곡 <피그말리온> 역시 신화의
내용과 그 맥을 같이한다. 런던 빈민가에서 꽃 파는 처녀 ‘일라이자 둘리틀’은 어느 비오는 날 저녁,
교회의 현관에서 우연히 음성학자 ‘헨리 히긴스’ 교수를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사람들의 억양을 통해서
그들의 출신지를 알아내는 놀라운 기술을 보여준다.

1막
이때만 해도 일라이자는 천박하고 촌스러운 억양과 어휘를 구사하는 하층민의 말투를 구사한다.

꽃파는 소녀 아, 저 사람이 아줌니 아들이에유? 글씨, 아줌니가 에미 노릇을 지대로 했더라면,
저 인간이 불쌍한 여자애의 꽃을 다 망쳐 놓고 돈도 안 주고 도망치지는 않았겄지유.
물어 줄 거지유?(미안하지만, 런던 이외의 지역에서는 이해가 불가능한 그녀의 사투리를 발음 기호도
없이 재현하고자 하는 필사적인 시도를 포기하기로 한다.) -p23

메모를 하던 사람 그런 우울하고 역겨운 소리나 하는 여자는 어디에도 있을 자격이 없어.
살 자격도 없다고. 너는 영혼을 가진 인간임을 기억해. 신이 주신 똑똑하게 발음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그리고 네 모국어는 세익스피어와 밀턴 그리고 성서의 언어야. -p35

다음 날, 히긴스 교수의 집에 방문한 일라이자는 지난 밤 히긴스 교수가 자신에게 했던 자기가
가르치기만 하면 빈민가 처녀도 귀부인처럼 말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을 기억하고, 꽃을 팔기보다는
꽃가게 점원이 될 수 있도록 자신에게 우아하게 발음하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다. 일라이자의
요청을 들은 히긴스 교수는 6개월 안에 대사관의 정원 파티에서 귀부인 행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녀에게 우아한 발음법을 가르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인도 방언 연구가인 ‘피커링’ 대령과 내기를
한다.

2막
거리에서 꽃을 파는 소녀가 아니라, 꽃가게 점원이 되고 싶은 일라이자는 히긴스 교수를 찾아가 언어
교육을 부탁한다.

꽃파는 소녀 난 토트넘 거리 구석에서 꽃을 파는 것보다 꽃집 점원이 되고 싶어요.
하지만 좀 더 품위있게 말하지 않으면 그 일을 할 수 없대요. 저분이 나를 가르칠 수 있다고 말했어요.
-p51

히긴스 (흥분해서)그래요. 6개월 안에, 만약 저 애가 예민한 귀와 빠른 혀를 가지고 있다면 3개월
내에, 난 저 애를 어디에 데리고 가더라도 인정받게 만들 거예요.

교육이 시작된 지 몇 달 뒤, 히긴스 교수와 피커링 대령이 히긴스 부인의 집에서 열리는 초대 만찬에
일라이자를 데려가, 자신들의 실험이 성공했는지를 간단하게 실험해보고, 마지막으로는 대사관 정원
파티에 데려가 또 한번의 실험을 한다. 결과는 대 성공.

3막
드디어 사람들 앞에서 대화를 하게 된 일리이자는 거리에서 꽃을 파는 소녀의 모습 대신,
우아한 여인의 모습으로 사교계에 훌륭하게 데뷔하지만, 그저 훈련에 의한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리자 (현학적으로 교정된 발음에 아름다운 어조로) 안녕하세요, 히긴스 부인? (히긴스의 H를 발음하기
위해서 잠깐 숨을 헐떡이지만, 성공적이다) 히긴스 씨가 제가 와도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p113

리자 더 이상 못견디겠어요. 모두 나만 뚫어지게 쳐다봐요. 어떤 할머니는 내가 빅토리아 여왕이랑
똑같이 말은 한다고 그랬어요. 내기에 지게 했다면 죄송해요.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
하지만 어떻게 해도 이 사람들이랑 똑같아질 수는 없어요. -p137

그러나 4막에서부터 우리가 알고 있던 피그말리온 신화와 다른 전개가 진행된다.
일라이자가 성공적으로 실험에 통과한 이후, 히긴스 교수와 피커링 대령은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기뻐하는데, 이들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단지 실험 대상으로만 취급됐다는 사실을 깨달은 일라이자는
괴로워 한다.

4막
실험에서 성공한 것을 자축하는 히긴스 교수와 피커링 대령을 보고 자신이 그저 실험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일리이자는 격분한다.

피커링 자네가 사회의 관례에 길들이지 않아서 그럴거요, 나는 가끔은 스스로 그런 일을 즐기기도
하지. 다시 젊어진 듯한 기분이 들거든. 어쨌든 굉장한 성공이었어. 일라이자가 너무 잘해서
한두 번은 크게 놀랐지. 알다시피 많은 상류층 사람들이 그렇게 잘하지 못하거든. 그들은 신분마
높으면 스타일도 타고나는 걸로 생각하는 바보들이란 말이지. 그래서 배우려고 하지 않아.
무언가를 아주 잘하려면 전문적인 능력이 있어야 하는 법이지. -p145

리자 선생님의 얼굴을 갈겨 주고 싶었으니까요. 당신을 죽이고 싶어, 이 이기적인 냉혹한. 나를 그곳에
그냥 놔두지 그랬어? 빈민굴에 말이야. 끝났다고 신에게 감사했으니까 나를 다시 거기다 처박으면 되겠네, 그렇지?ー147p

리자 나는 꽃을 팔았지 나를 팔지는 않았어요. 당신이 나를 숙녀로 만들어 버려서 나는 이제
어떤 것을 팔아도 어울리지 않아요. 나를 발견했던 그곳에 그대로 놔두지 그랬어요. -p151

리자는 신화 속 갈라테이아와 달리, 히긴스 대령을 떠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5막
리자 난 약간의 친절을 원해요. 난 천박하고 무식한 아이고, 당신은 유식한 신사인
거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내가 발톱의 때는 아니에요. -p195


<피그말리온> 원작이 우리가 알고 있는 신화와도, 영화 내용과도 다르다는 사실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책 속의 시대적 배경인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은 계급과 신분의 격차, 여성의 열악한 지위 등이
팽배했던 시점이었다. 4막이 시작되기 전까진 우아한 여성으로 변신한 가난한 여자가 자신을 변화시켜
준 남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그저 그런 로맨스로 끝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일리이자는 히긴스를
떠나면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려고 한다. 피그말리온이 만들어 낸 수동적인 갈라테이아
(일라이자)가 아니라, 창조주(히긴스)로부터 독립해 세상을 살아가는 당당한 여성상을 작가는 그리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아무리 노력해도 신분이나 계급을 극복할 수 없음을 주인공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이 책이 흥미로운 건, 구성 자체가 희곡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무대에서 이 작품을
연기했던 배우가 작가의 의도와 달리, 여주인공에게 꽃을 전달하면서 해피엔딩을 암시하는 바람에, 이에
분노한 쇼가 일라이자와 히긴스가 결혼할 수 없는 내용이 담긴 <후일담>을 이후 책의 뒷부분에 추가한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대중들은 무조건 해피엔딩이 되길 바란 나머지 영화와 뮤지컬 등의 작품의
결말은 항상 일리이자와 히긴스 교수의 러브 스토리로 변형되곤 했다. 나 역시 그런 사람(로맨스를
추종하는) 중 한명이었고. 하지만, 지금? 인생이 항상 ‘해피엔딩’이고, ‘해피엔딩’이 반드시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조지 버나드 쇼의 생각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이제는 현실을 어느 정도 알만한 나이여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의지만으로는 극복할 수 있는 거대한 벽이 세상에
존재하는 걸 말이다.


저자: 조지 버나드 쇼

영국의 극작가 겸 소설가 이자 비평가로 《인간과 초인》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지."라는 묘비명의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 출생인 그는, 소설가이자, 희곡작가, 비평가이자 사회주의 이론가였다. 1876년
런던에 나와 점차로 사회문제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 온건좌파 단체인 '페이비언협회'를 설립했다.
1893년에는 매춘부를 다루어 여성의 입장을 변론한 『워렌 부인의 직업』(1893)을 쓰고 비로소
극작가로서의 지위가 확립되었다. 그 후 희극 『캔디다』(1894), 『시저와 클레오파트라』(1898),
『악마의 제자』(1898) 등 10여 편의 희극을 써냈으며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앞서 설명한 그의
최대걸작인 『인간과 초인』(1903)을 써서 세계적인 극작가가 되었다.

그의 희곡속 인물은 거의가 작가의 대변자이며 그 작품은 자기 사상을 진술하는 것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라는 비난, 혹은 그와 반대로 쇼는 단순한 감상적인 오락작가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적지 않지만
표면적 사상선전극 및 오락극 내부에 깃들인 참된 아이러니스트로서의 쇼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의 반쪽만을 알고...영국의 극작가 겸 소설가 이자 비평가로 《인간과 초인》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지."라는 묘비명의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 출생인 그는, 소설가이자, 희곡작가, 비평가이자 사회주의 이론가였다. 1876년
런던에 나와 점차로 사회문제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 온건좌파 단체인 '페이비언협회'를 설립했다.
1893년에는 매춘부를 다루어 여성의 입장을 변론한 『워렌 부인의 직업』(1893)을 쓰고 비로소
극작가로서의 지위가 확립되었다. 그 후 희극 『캔디다』(1894), 『시저와 클레오파트라』(1898),
『악마의 제자』(1898) 등 10여 편의 희극을 써냈으며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앞서 설명한 그의
최대걸작인 『인간과 초인』(1903)을 써서 세계적인 극작가가 되었다.

그의 희곡속 인물은 거의가 작가의 대변자이며 그 작품은 자기 사상을 진술하는 것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라는 비난, 혹은 그와 반대로 쇼는 단순한 감상적인 오락작가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적지 않지만
표면적 사상선전극 및 오락극 내부에 깃들인 참된 아이러니스트로서의 쇼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의 반쪽만을 알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나의 전작품을 적어도 2회 이상은 읽고 그것을 10년 동안 계속해달라"라고
말한바 있는 조지 버니드 쇼는 스위프트 이래로 가장 신랄한 격문의 저자였고, 영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악평론가였으며, 그당시 가장 탁월한 극비평가였으며 정치학·경제학·사회학에 관한 비범한 연사이자
평론가였고, 가장 많은 편지를 남긴 작가로 기억될 것이다.



글: 땡스북스 객원 에디터, 김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