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6일~5월 12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청춘의 문장들 : 작가의 젊은날을 사로잡은 한 문장을 찾아서, 마음산책

나이 서른다섯의 의미는 무엇일까. 전체 인생을 70으로 봤을 때, 전반생과 후반생의 기점이 되는 나이, 풀 코스 마라톤에 비유한다면 하프 코스는 완주한 셈이다. 올해 서른다섯을 맞이하는 김연수는 등단한 이래 지금까지 여섯 권의 소설책을 펴냈으며 2003년에는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문인으로서의 절정기를 맞이하고 있다. 소설 쓰기와 함께 마라톤에도 열심인 것으로 알려진 그는 이처럼 지치지 않고 꾸준히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작가 김연수에게 이 첫번째이자 마지막(작가의 말에 따르면) 산문집의 의미는 무엇일까. 서문에서 그는 “내가 사랑한 시절들, 내가 사랑한 사람들, 내 안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진 것들, 지금 내게서 빠져 있는 것들”을 기록해 놓았다고 고백한다. 김연수는 러너스 피크(Runner’s Peak)에 대해서 말하는 대신, 이미 지나온 안팎의 풍경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장거리 주자인 그가 잠시 숨을 고르며 지나온 풍경들을 되새기는 이유는 다시 앞을 향해 달려가기 위함이다. “이제 다시는 이런 책을 쓰는 일은 없을 테니까” 라는 말 속에는 지나온 반생에 대한 결산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총 32편의 산문 중 절반 이상이 새로 쓴 전작 산문이다.

“이제 나는 서른다섯 살이 됐다. 앞으로 살 인생은 이미 산 인생과 똑같은 것일까? 깊은 밤, 가끔 누워서 창문으로 스며드는 불빛을 바라보노라면 모든 게 불분명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가 살아온 절반의 인생도 흐릿해질 때가 많다. 하물며 살아갈 인생이란.” (--- p17)

저자 : 김연수
전통적 소설 문법의 자장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소설적 상상력을 실험하고 허구와 진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 김연수. 197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학과를 졸업.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장편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나섰다.

대표작에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 『7번 국도』 『꾿빠이, 이상』 『사랑이라니, 선영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 소설집 『스무 살』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여행할 권리』 등이 있다. 역서로는 『대성당』(레이먼드 카버), 『기다림』(하 진), 『젠틀 매드니스』(니콜라스 바스베인스), 『달리기와 존재하디』(조지 쉬언) 등이 있다.

2001년 『꾿빠이, 이상』으로 제14회 동서문학상을, 2003년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제34회 동인문학상을, 2005년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제13회 대산문학상을, 그리고 2007년에 단편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제7회 황순원문학상을, 2009년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1990년대 초반에 등단하여 그보다 더 오래고 튼실한 문학적 내공으로 오로지 글쓰기로만 승부해온 김연수의 그간 행보는 동세대 작가들 가운데 가장 뚜렷하고 화려했다. 6권의 장편소설과 4권의 소설집에 한국을 대표하는 크고 작은 문학상들의 잇단 수상. 새로운 작품이 소개될 때마다 열혈 팬심은 물론이요, 문단 안팎의 신망은 그만큼 두터워진 게 사실이다. 어느 시인의 단언처럼 ‘21세기 한국문학의 블루칩’ 소설가로서 이미 일가를 이룬 작가 김연수다.

작가의 한마디
"우리는 데츠트보라든가, 니콜라예프스크 같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낯선 단어들 속에서, 열병에 걸린 듯 현기증을 느끼며 사랑한다. 한번도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맛보지 못하고, 만지지 못했던 것들이, 우리를 환상 속으로 이끄는 그 모든 낯선 감각의 경험들이 사랑의 거의 전부다."

출판사 리뷰
<청춘은 그렇게 한두 조각 꽃잎을 떨구고>
서른다섯의 작가가 기억하는 ‘청춘’이란 어떤 모습일까. 관절염 치료를 위해 서울 큰 병원에 왔다 돌아가는 어머니를 배웅하면서, 두 돌 된 딸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여름날을 만끽하면서, 옛 모습을 찾기 힘들어진 고향 거리를 걸으면서, 작가는 자신을 키워온 것과 사라져간 것들을 두루 추억한다.

작가에게는 고향집 지붕 위에서 별을 바라보며 “나는 어디서 와서 또 어디로 가는지” 그것이 궁금해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던 시절이 있었다. 천문학과를 지망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영문학과에 진학하게 됐고, 남들보다 일찍 군복무를 마친 탓에 남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 문장을 읽고, 또 문장을 지어냄으로써 젊은날의 허기를 달랬던 시절을 회상한다. 취직할 생각도 없고, 또 소설가로 성공하겠다는 야망도 없었던 당시의 그에게는 ‘아아, 장차 어찌할꼬, 이 청춘을’이라는 설요의 시가 사무쳤을 법하다. 하지만, “간절히 봄을 기다렸건만 자신이 봄을 지나고 있다는 사실만은 깨닫지 못한 채” 보냈던 정릉 산꼭대기 자취방의 나날들이 ‘봄날’이었다는 사실을 작가는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꽃시절이 모두 지나고 나면 봄빛이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천만 조각 흩날리고 낙화도 바닥나면 우리가 살았던 곳이 과연 어디였는지 깨닫게 된다”는 무상함을 작가는 전해준다. 하지만,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면 지금도 몸이 아프다는 그는, 여전히 청춘의 그림자를 붙들고 있는 듯하다.

“그 모든 것들은 곧 사라질 텐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여전히 나는 사춘기”라는 말에서 만년 청년이고 싶어하는 작가의 순정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2011년 5월 13일~5월 19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달샤베트/어제저녁, 스토리보울

이번 주 땡스북스 금주의 책은 스토리보울의 그림책 2권 입니다.

똑.....똑..똑
어! 이게 무슨 소리지?
커다란 달이 똑똑 녹아내리고 있어요!

『달 샤베트』는 『구름빵』 작가 백희나의 두 번째 창작 그림책으로, 작가는 몹시도 더운 어느 여름 밤 자꾸 더워지고 있는 지구를 걱정하다가 떠오른 이야기를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더운 날씨에 하늘에 매달려 있는 달이 너무나 더워보였고, 이러다 달도 녹아버리겠네.. 하는 생각 끝에 그녀는 정말 달이 녹으면 어떻게 될까? 하고 상상해보았다고 해요.

모두들 창문을 꼭꼭 닫고, 에어컨을 쌩쌩, 선풍기를 씽씽 틀며 잠을 청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들리는 소리, 똑똑똑...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창 밖의 달이 녹아내리기 시작했어요. 부지런한 반장 할머니가 뛰쳐나가 녹아내린 달물을 받아냅니다. 그리고 그 달물을 샤베트틀에 담고 냉동실에 넣어둡니다. 앗! 과열된 전기가 정전이 되고, 온 세상이 캄캄해집니다.

아파트 이웃들은 반장 할머니 집에서 새어나오는 달빛을 따라 할머니 집으로 향합니다. 할머니는 달 샤베트를 나누어주고 달 샤베트를 먹은 이들은 더위를 전혀 느끼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그 때, 문 밖의 달이 사라져버려서 곤란한 누군가가 찾아와요. 그들은 달 속에 살고 있던 옥토끼 두 마리였어요. 할머니는 사라진 달을 어떻게 찾아줄까요?






저자 : 백희나
그림책작가, 인형장난전문가, 애니메이터. 그리고 박홍비 박범준의 바쁘고 정신없는 엄마.
구름빵, 달샤베트, 팥죽할머니와 호랑이, 북풍을 찾아간 소년, 분홍줄 등을 만들었습니다.
www.storybowl.com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이웃들은 무엇을 하고있을까요?
누군가는 요리를, 누군가는 휴식을, 누군가는 장난을 치고있을까요?

어제저녁 6시정각. 얼룩말이 외출준비를 하고있을 때, 개 부부는 노래연습을 하기위해 창 밖에 널어두었던 양말을 찾기 시작하고, 창 밖의 참새가 날아가며 개 부부의 양말을 떨어뜨리고, 마침 쇼핑에서 돌아오던 양아주머니의 두꺼운 털 속으로 양말이 빠져버립니다. 양말을 잃어버린 개부부의 성난 고함소리에 아기토끼들은 잠못들고, 아빠 토끼는 감기에 걸려 기침을 일곱번이나 합니다. 이 때, 누군가의 사소한 친절이 이웃들의 꼬리에 꼬리를 문 문제들을 풀어가기 시작하는데..

벽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이웃이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가까이 숨쉬며 살고있는 우리의 이웃들은, 우리 몸 속의 심장과 정맥, 위와 간 처럼 알게 모르게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어제 저녁』은 어느 순간에 각기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이웃들의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는 책입니다. 병풍처럼 이어진 페이지를 쭉 펼치면, 같은 순간에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이웃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책 마지막에 숨겨진 페이지를 찾아보세요. 책을 읽는 즐거움이 더욱 늘어납니다.




2011년 5월 20일~5월 26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스튜디오 컬처, 안그라픽스


토니 브룩,에이드리언 쇼네시 공저 지음

Q: 스튜디오에서 가장 많이 쓰이면서도 가장 소중하게 다루는 장비는 무엇인가?
A: 내 머리.

크리에이터들이 꿈꾸는,
매력적이고 짜릿한,
디자인이 어우러진,
은밀하고 사적인 공간 28:

프랙티스포에브리데이라이프(영국)
아틀리에데이비드스미스(아일랜드)
비블리오테크(영국)
빌드(영국)
코스트(벨기에)
도일파트너스(미국)
에덴슈피커만(독일/네덜란드)
익스페리멘털제트셋(네덜란드)
퓨얼(영국)
잉카후츠(오스트레일리아)
레니트뤼브(스위스)
마리안반티예스(캐나다)
주식회사 밀턴글레이저(미국)
무초(스페인)
나카지마디자인(일본)
논포맷(영국/미국)
펜타그램(미국)
프랙티스(영국)
R2(포르투갈)
리서치스튜디오스(영국)
쇼네시웍스(영국)
스핀(영국)
서피스(독일)
타시나리/베타(이탈리아)
서스트(미국)
유니버설에브리싱(영국)
워커아트센터(미국)
4크리에이티브(영국)



8p. 스튜디오는 팀 플레이어를 위한 곳이다. 서로의 능력이 조화로운 균형을 이뤄야 한다. 독재자가 아닌 진정한 리더가 환영받는 세상이다. 또한 알맞은 성비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며 상호 존중이 필수 조건이다.

19p. 오틀 아이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일하고 싶다. 내가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아무나 보고 들어도 된다. 작업끼리, 사람들끼리 적절하게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면 이 수밖에 없다."

31p. 스튜디오가 복합적인 형태로 새롭게 변화하더라도 한가지 중요한 요소만큼은 유지됐으면 좋겠다. 그것은 '유머'다. -중략- 미래의 스튜디오에서 유머가 사라진다면 디자이너 인생이 빛을 잃을 것이다.

116p. 스튜디오를 차리는 이유가 스스로 문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미용실과 다름없는 개념인지 하는. -중략- 나는 안에서 불타오르는 열정을 참을 수가 없어서 스튜디오를 시작하는 디자이너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127p. 일곱 명 이상이 되면 능률이나 효율은 전혀 늘지 않고 회의만 많아진다. 열두 명이 되면 여섯 명일 때의 두 배로 일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 50퍼센트 늘어나는 정도니, 결과적으로 손해다.

151p. 상투적인 말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느리지만 꾸준한 사람이 경기에서 승리한다.'는 말을 진심으로 믿는다. 그리고 승리를 쟁취해야 하는 경기도 없다는 말을 여기에 덧붙이고 싶다.

이 책은 디자인 스튜디오 ‘스핀’을 운영하는 토니 브룩과 ‘쇼네시웍스’를 운영하는 에이드리언 쇼네시가 세계 각지의 스튜디오를 돌아다니며 각 스튜디오를 인터뷰한 내용이다. 우리가 궁금해했던 스튜디오의 운영 방식이나 직원 수, 작업 과정, 작업 마인드, 사고방식, 스튜디오의 문화 등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Alleen is maar alleen.

네덜란드 말 중에 ‘Alleen is maar alleen.’이라는 말이 있다. ‘혼자이면 조금 외로울 수 있다.’는 뜻이다. 초창기 그래픽 디자인계는 ‘외톨이’들의 차지였다. 지금도 혼자만의 작업으로 훌륭한 성과를 내는 분야가 있기는 하다. 예를 들면 묘비와 명판의 레터링 등을 전문으로 하는 타이포그래피와 북 디자인이 그렇다. 물론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는 인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겠지만 화폐 디자인 역시 유능한 인재 한 명만 있으면 된다.

디자인 스튜디오란 무엇일까? 벤 보스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즐거운 상상력이 가능한 공간이라 표현했고, 에이드리언 쇼네시는 물리적인 공간과 심리적인 부분 그리고 창의력이 한데 어우러진 칵테일이라 표현했다. 즉 디자인 스튜디오란 다름 아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또한 스튜디오는 팀 플레이어들을 위한 곳이다. 서로의 능력이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지금은 독재자가 아닌 진정한 리더가 환영받는 세상이다. 또한 알맞은 성비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며 상호 존중이 필수 조건이다. 훌륭한 스튜디오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 동료들끼리 서로 능력을 배가시키고 자극하며 열심히 땀을 흘린다. 그 결과물은 보통 여러 팀원들이 함께한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공동 작품이다.

행복한 작업실은 들어서자마자 느낌이 온다고 한다. 분위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여러 가지 사소한 부분에서 그것은 결정된다. 예를 들면 들어온 사람을 어떤 식으로 맞이하는지, 커피를 어떤 식으로 내오는지, 자연 채광은 어느 정도인지, 스튜디오의 구조, 벽에 걸린 장식품, 흐르는 음악 같은 데서 말이다. 사실 스튜디오는 물리적인 공간, 그 공간을 메운 사람들, 그들이 하는 작업, 이렇게 세 가지가 어우러진 곳이다.
물리적인 공간이란 대지, 위치, 가구, 장비 그리고 구조를 말하며, 사람들이란 리더에서부터 인턴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를 말한다. 그리고 작업은 스튜디오에서 독창적으로 내놓은 결과물을 말한다.
따라서 스튜디오는 매력적이고 재미있고 짜릿한 공간이어야 한다.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공간이어야 한다. 디자인이 곧 살아가는 방식임을 보여 줘야 한다.






저자 : 토니 브룩
그래픽디자이너다. 채널4, 나이키, ICA 등을 클라이언트로 두고 있는 런던의 혁신적인 디자인 회사 ‘스핀’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이자 설립자이다. 스핀은 지금까지 수많은 상을 수상했고 수많은 책과 간행물을 디자인했으며, 성공적인 스핀 시리즈의 디자인과 편집과 발행을 맡았다. 그는 AGI 영국 지부장이며, 그래픽 디자인 관련 유물을 모으는 수집가로도 유명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자 : 에이드리언 쇼네시
디자인 스튜디오 ‘인트로’를 공동 설립했다. 2003년에 인트로에서 독립해 아트디렉터 겸 작가로 활동 중이다. 『영혼을 잃지 않는 디자이너 되기』를 비롯해 수많은 책을 집필하고 디자인했다. 유수의 여러 디자인 잡지에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전 세계 디자인 블로그 『디자인 옵저버』의 필진이기도 하다. 잡지 『버룸』을 창간해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편집장을 역임했고 현재 라디오 방송 [그래픽 디자인 온 더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라디오와 TV에 그의 강연과 인터뷰가 종종 소개된다.

역자 : 이은선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와 동대학교 국제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이은선출판사의 편집자와 저작권 담당자를 거쳐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지금가지 옮긴 책으로 『딸에게 보내는 편지』 『노 임팩트 맨』 『상실』 『그대로 두기』 등이 있다.




2011년 5월 27일~6월 2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이기적 식탁, design house


이주희 지음


남자건 기회건 일이건 우선 먹고 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것들이 나에게 찾아왔다면 다 이유가 있을 테니까.
내 식도락의 기본 원칙은 그래서 '일단 먹자', 나의 연애룰도 '일단 먹자',
나의 인생관도 '일단 먹자'다.





이기적 식탁, 사치와 평온과 쾌락의 부엌일기.

도발적인 제목과 범상치 않은 북디자인을 보니 이 책이 보통 요리책은 아니라는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자신을 '푸드포르노 중독자'라 칭하는 유희형 요리인의 이야기로 '누군가에게 음식을 해주는
기쁨'따윈 안중에 없는 그야말로 '이기적인 식탁을 차리는 요리책이다.

'이기적 식탁'은 내용이 아닌 책 자체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선 책은 4가지 챕터로 구성되어있다.
그것이 밥/찌개/반찬/디저트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아직 기존의 요리책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 이기적인 식탁은 슬슬 배가 고파오는 아침 10시, 낮 3시, 저녁 8시, 새벽 1시에 어울리는 음식으로 차려져있다. 식사시간도 역시나 작가 개인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진 이기적인 타이밍이다.

이 책을 읽는 묘미 중 하나는 이 흥미로우면서도 자극적인 요리 제목에 있다.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개인적으론 알지 못하지만 글로 유추해 본 그녀는 굉장히 대담하고 솔직하며 섹시하기까지한 여성임에 틀림없다. 가끔은 이 책이 푸드에세인지 섹스칼럼인지 헷갈릴 정도로 지극히 사적인! 그것도 은밀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털어놓는 그녀가 같은 여자로서 대단하게 느껴질뿐이다.
그런 그녀의 톡톡튀는 매력 덕분에 이 책은 딱딱한 레시피가 아닌 아주 구체적인 요리 과정과 비법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어쩜 이렇게 생생하게 기록했을까 싶을 정도로 요리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움직임과 분위기, 심지어는 요리 중에 드는 잡생각까지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는 읽는 이의 감정을 저자의 상황에 자연스럽게 이입하게하여 마치 내가 직접 요리를 하고 있는 듯한 상상을 하게끔 한다.

책의 파란색의 제목이 씌여진 페이지부터 읽으면 낮을 위한 식탁, 뒤집어 붉은색 페이지부터 읽으면 밤을 위한 식탁이 차려진다.

책 전체를 통과하는 작은 구멍은 연필이나 나무 막대기를 끼워넣어 요리를 하는 중에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도록 고정시키기 위함이란다.
알고보면 이타적인 배려도 제법인 책이다.

만약 당신의 부엌에서 마땅한 연필을 찾을 수 없다면,

젓가락도 안성맞춤이다!




'푸드포르노 중독자의 고백'

* 푸드포르노: 광고나 요리쇼, 요리책 등에 등장하는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음식 장면이나 요리 사진들을 일컫는 말.

가만히 위의 사항을 체크해보았다. 매일 밤 음식 사진을 검색하고, 음식과 관련된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음식을 주제로 한 영화는 그 대사를 외울 정도로 수없이 돌려본다.
가보지 못한 곳이라도 어느 동네엔 어느 가게가 유명하고, 어떤 메뉴가 맛있는지도 줄줄이 꿰고 있다.
부끄럽지만 나 역시 푸드포르노 중독자였다는 사실.

요리와 관련된 책을 좋아하는 내가 특히 이 책에 끌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가지는 요리 잘하고 조신하며 가정적인 여자에 대한 환상을 완전히 뒤엎어주는 반전의 매력.
내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를 위해 또는 연인을 위해 차려주는 따뜻하고 친절한 밥상이 아닌
오직 요리를 하며, 먹으며 느끼는 나의 즐거움과, 나의 쾌감을 위한, 오로지 나를 위해 존재하는 식탁.
그것이 바로 이기적 식탁, 이 책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다.

저자 : 이주희

78년 전갈자리생.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2학년이던 해에 놀러간 영국 시골의 작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파트타임 웨이트리스로 일을 하다가 주방을 기웃거리며 요리의 재미를 발견했다. 그 후 자기의 부엌을 갖게 되면서 타고난 식탐과 호기심, 소비적 성향이 합쳐져 본격적인 유희형 요리인으로 거듭났다. 요리를 먹는 것보다 하는 것, 하는 것보다 보고 읽는 것을 더 좋아하는데, 이는 지난 몇 년간 광고 회사의 기획팀 AE로 시작해 제작팀을 거치며 실체보다는 글과 그림만 보고 살던 생활에서 나온 버릇이 아닐까 추정된다.

광고대행사 제작팀 출신으로 혼자 산 지 6년,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고양이 넷의 엄마가 되어있었다는 중증 고양이중독자다. 고양이는 늘 옳다고 믿으며 살아가고 있으며, 씨씨, 메, 번개탄, 아톰이와 함께 살고, 동네 길고양이 아홉 마리의 식당 아줌마이기도 하다. 꿈은, 전 세계의 모든 길고양이가 이름을 가지고 배부르고 따뜻하게 사는 날이 오는 것이다.

그렇게 그릇과 냄비, 요리책, 오토바이 헬맷을 모으고,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카페 ‘로켓 (ROCKET)’을 준비 중이며, 어떻게 먹고 사는지 궁금하다면 http://catail.me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글: 땡스북스 최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