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8일 ~ 4월 3일
땡스북스 금주의 책

수납 인테리어 & 작은 집 수납 인테리어
디자인이음
성미당출판편집부 저, 박문희 역

찬바람이 쌩쌩 불던 겨울이 조금씩 물러가고 그 빈자리에 포근한 봄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던 3월 중순, 지은 지 20년이 넘은 오래된 빌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모든 가전제품과 수납공간이 풀옵션으로 갖춰진 신축 건물에서만 살다가, 난생 처음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도화지 같은 집에서 살게 된 것이다. 처음으로 온전한 나만의 공간을 갖게 된다는 설렘에 들떠 겁도 없이 셀프 인테리어에 도전했다.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하고, 페인트를 칠하고, 조명을 달고, 치수를 재서 가구와 가전제품을 골라 넣고, 마지막으로 청소업체를 불러 집안 곳곳의 묵은 때까지 벗기고 나자 퀴퀴 묵은 낡은 집에서 나만의 취향이 반영된 깔끔한 집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문제는 수납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이 공간에 내가 가진 엄청난 양의 짐을 넣는 것이었다. 필요한 가구를 사기는 했지만 한정된 예산과 방의 크기 때문에 사고 싶은 모든 가구를 살 수는 없었다.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고 차곡차곡 저장하는 다람쥐형 인간인 내게, 가장 중요한 인테리어는 다름 아닌 수납이었다. 아무리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예쁜 소품으로 꾸민다고 해도 지저분한 물건들이 쌓이다 보면 금세 어지럽혀지게 마련. 셀프 인테리어를 준비하면서 서점에 있는 온갖 인테리어 책을 이 잡듯 뒤지다가 발견한 두 권의 책이 나의 수납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주었다. 바로 <수납 인테리어>와 <작은 집 수납 인테리어> 이 두 권이었다. 이사를 하면서 누구보다 이 책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기에, ‘금주의 책’에서 꼭 소개하고 싶었다. 창문을 활짝 열고 싶을 정도로 포근해진 봄 날씨에 이사와 대청소를 계획하고 있다면 이 두 권의 책에서 인테리어 힌트를 얻어도 좋을 것 같다.

이 두 권의 책은 공통적으로 수납 달인들의 정리 노하우가 담겨있다. 좋았던 것은 이 책에 게재된 사진들이 책을 위해 인위적으로 연출한 사진이 아닌, 모두 개인이 생활하는 집으로 생활감이 돋보였다는 것이다. 두 권의 책 모두 수납 인테리어에 도움이 되지만, 특히 나처럼 원룸이나 좁은 평수의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1인 가구에 더욱 추천하고 싶은 책은 <작은 집 수납 인테리어>다. ‘15평 이하’와 ‘21평 이하’ 두 가지 분류로 나눠 정리 달인들의 공통적인 수납 원칙과 까다로운 수납 공간에 대한 반짝이는 아이디어들과 수납 노하우들을 알려주고 있다. 아래는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한 수납 원칙들을 다섯 가지로 요약한 것이다.

1. 생활공간을 의식하면서 꼼꼼하게 따진 후에 물건을 선택한다.
자기 생활공간의 사이즈를 항상 의식하면서 물건의 양을 조절한다. 물건을 배치할 장소와 수납할 장소가 있는지 체크하고, 정말로 자신에게 꼭 필요한 물건인지, 디자인은 마음에 드는지, 소중하게 오랫동안 사용하고 싶은지 꼼꼼하게 체크한다.
-> 내가 가진 짐 중에 제일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책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로망이 한 쪽 벽면을 책으로 빼곡히 채우는 것이라지만, 그 공간이 원룸이라면 그건 결코 로망이 아닐 것이다. 내가 살게 될 생활공간을 의식하면서 가진 책 중에서도 오랫동안 소장하고 싶은 책, 한 번 읽고 다신 읽지 않을 책, 버려야 할 책을 구분해서 정리했다. 옷과 신발 등의 잡화도 마찬가지. 모든 짐을 다 끌어안은 채로 생활공간이 부족해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해 사용하지 못 할 바에야, 내가 정말 아끼고 좋아하는 물건들만 남겨놓고 부지런히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자 가진 짐의 양도 절반 이상으로 줄었고, 내가 가진 물건들이 한눈에 들어와 보기 좋은 건 물론이고 사용하기에도 편리해졌다.

2. 어지러워질 기미가 보일 때 수납 상태를 체크한다.
한 차례 완벽하게 정리했다고 해서 그 상태를 평생 유지할 수 없다. 자신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불필요한 것을 끌어안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재점검하는 것이 좋다. 왠지 사용하기 불편하다거나, 정리하기 번거롭다거나, 여기저기 너저분한 것들이 많다고 느껴진다면 뭔가 문제가 있다는 신호이니 이 신호를 놓치지 말고 수납상태를 꼼꼼히 체크한다.
-> 처음 이삿짐을 싸면서 버려야 할 물건들을 최대한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새 집에 짐을 옮기려고 보니 불필요한 것들이 또다시 눈에 걸렸다. 하루하루 생활이 변하기 때문에 어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내일 쓸모없는 물건이 될 수 있는 것. 짐이 줄어든 만큼 내 기분도 좀 더 가벼워졌다.

3. 수납은 꺼내 쓰고, 집어넣기 편해야 한다.
많이 수납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꺼내기 쉽고 집어넣기 쉬울지를 항상 생각하면서 수납 방법과 수납 장소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할 장소에 사용할 물건을 수납하는 것을 기본으로, 적절하게 공간에 여유를 주는 것도 잊지 말 것. 필요한 것을 가까운 곳에 두면 생활이 편리해진다.
-> 우리 생활은 물건을 집어넣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꺼내 쓰고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는 작업을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해야 한다. 그게 귀찮다 보니 꺼내놓은 상태로 내버려 두게 되고, 결국 집안이 지저분해지는 것이다. 이사를 할 때 미리 계획했던 배치대로 가구를 들이고 정리를 끝낸 상태였지만, 며칠 생활해 보고 나니 조금씩 불편한 점이 눈에 띄었다. 베란다에 두었던 분리수거통은 버리기 쉽게 현관 가까이로, 세탁기 옆에 두었던 빨래바구니는 세탁물이 많이 나오는 화장실 근처로, 자주 사용하는 칼과 가위는 꺼내기 쉽게 수납함 앞쪽으로. 이런 식으로 물건의 사용빈도에 맞게, 같은 장소에서 사용하는 물건이나 같은 종류의 물건은 한 곳에, 수납 방법과 수납 장소를 정하고 나니 생활이 한결 편리해졌다.

4. 공간을 쓸모 있게 제대로 활용한다.
죽은 공간이나 빈 공간은 물론 놓치기 쉬운 벽, 문짝 뒷면, 선반 측면도 수납공간으로 활용 만점. 폴이나 후크를 하나 추가해 물건을 걸어두거나, 바구니를 걸고 그 안에 물건을 수납하는 것만으로도 수납 활용도가 높아진다. 수납공간이 부족하다고 섣불리 수납가구부터 배치하지 말고 활용할 수 있는 빈 공간이 있는지 먼저 체크한다. 빈 공간이나 죽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지 그 공간에 불필요한 가구를 들여 수납에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할 것.
-> 새로 이사한 집은 공간의 구조상 현관문을 열자마자 바로 오른쪽에 침대를 놓을 수밖에 없었는데, 아무래도 문을 열자마자 침대가 보이는 것이 마뜩잖았다. 전에 살던 집도 원룸이라 현관문을 열었을 때 모든 공간이 한눈에 들어와 음식이나 택배 배달원이 왔을 때 문을 열어주기가 민망했던 적이 많았다. 그때 이 책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바로 철제 파티션. 침대와 현관문 사이가 가까워 책장이나 다른 가구를 놓을 수가 없었는데, 좁은 공간에 철제 파티션을 세워 예쁜 천을 걸어두거나 열쇠나 지갑 등 외출할 때 잊지 않고 챙겨야 하는 물건들을 수납하는 등 사생활 보호와 수납의 일석이조 효과를 얻게 되었다.

5. 정리정돈이 즐거워지도록 예쁘고 멋진 수납용품을 활용한다.
살림살이가 이것저것 비교해보고 신중하게 고민한 뒤 고른, 정말 마음에 꼭 드는 것들뿐이라면 새로 사고 싶은 물건은 그렇게 많이 생기지 않는다. 정리정돈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주는 최고의 방법은 인테리어를 즐기는 것.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고 마음에 드는 물건은 잘 간수한다.
-> 이사를 하면서 특히 신경 쓴 것은 수저를 포함한 식기류부터 쓰레기통이나 비누받침대 같은 사소한 소품들까지 모두 내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고르자는 것이었다. 큰 가구나 인테리어에 욕심을 낼 수 없다면 소소한 물건들에 작은 사치를 부려보자는 생각이었다. 매일매일 사용하는 물건들이 모두 내 마음에 쏙 드는 것들로만 채워지자 그 효과는 꽤 컸다. 이를 닦을 때도, 설거지를 할 때도, 집에서 생활하는 모든 시간 기분이 좋았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랄까. 공간이 마음에 드니 깨끗하게 사용해야겠다는 마음에 좀 더 부지런하게 청소하게 되었다. 작은 소품들을 바꿨을 뿐인데 삶의 만족도가 훨씬 높아진 것이다.

공간이 넓든 좁든 중요한 것은 거기서 사는 사람의 마음가짐이다. 작은 집의 장점을 발견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긍정적으로 즐기며 생활하는 자세야말로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방법일 것이다. 이번 주말엔 겨울을 씻어내고 봄을 준비하는 하루를 맞이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을 참고하며 불필요한 것을 비워내고 가구 위치를 바꿔보며 대청소를 해보자.


저자: 성미당출판편집부

옮긴이: 박문희
일본외국어전문학교, 숙명여자대학교 일본학과를 졸업했고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일본어교육과에 재학 중이다. 또한 글밥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든든한 남자 토스트 가벼운 여자 토스트』가 있다.

글, 사진: 땡스북스 정지혜